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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동맥이라고 하는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서울에서 약 10분 정도 달리다 보면 서울 톨게이트를 지나 죽전 휴게소에 이르게 된다.
이 곳을 지나 좌측으로 보이는 약 2만 여세대의 아파트 단지들로 구성된 죽전은 동쪽으로 불곡산줄기, 서쪽으로 고속도로, 남으로는 용인시 구성읍, 북으로는 분당 구미동과 접해있는 108만평 택지개발지구이다.

작년 6월경부터 입주를 시작하여 지금은 대부분 입주가 완료되었지만 몇몇 소규모 단지들만이 아직도 새주인 맞이를 위한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으며 전철 보정역 개통을 시작으로 죽전역, 신세계백화점, 이아트, 죽전 야외음악당 등이 한창 바쁘게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한편 상업지구에는 상가들이 거의 다 완공되어 근린 편의시설들이 하나 둘씩 속속 입점하느라 교통과 질서가 아직은 미흡하다.

엊그제 쉰을 넘긴 제 나이 51세 가장.
수도권 주변을 맴돌면서 가는 곳마다 산골마을 싸릿문에서의 정감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20여년의 세월.
낮선 어느 이방인이 찾아간 것처럼 한 동아리가 되지 못하고 그저 평범한 주변인으로서의 나는 불만족한 한 인간으로 살아 갈 수밖에 없었다.
2004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던 겨울날 우리 가족은 살던 옛집을 뒤로 한 채 새로운 터전 죽전에 이삿짐을 풀어 놓은지 어느 덧 5개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항상 그렇듯이 조금은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였던 죽전 이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게 되었고 활기찬 죽전민들의 넉넉한 모습에 동화되어 정들어 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마치 그 옛날 어린 시절 어머니의 품안처럼 포근하게만 느껴지는 충만한 6월. 자연의 푸르름과 풍요로움을 함께하는 죽전에서의 삶은 축복이요, 행복 그 자체가 아니던가!
늦은 결혼으로 이제 고1과 중2를 둔 학부모로서 오전 7시가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 인근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 등교시키고 곧 바로 나는 죽전 4거리를 지나 43번 도로-> 동수원-> 영동,외곽도로-> 경인고속 등 총 65킬로미터를 한 시간 내외로 달려 직장에 도착하게 되는 나의 일상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작년 초여름 오후 죽전 아파트 입주 며칠을 앞두고 있었던 일이었다.
정문을 지나 단지 옆으로 길게 뻗은 산책길을 따라 한적한 단지공원에 이르자 주인 없는 빈 벤치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란히 앉은 아내와 저는 약속이라도 한 듯 쪽빛 하늘과 새롭게 치장한 우리새집을 번갈아 보면서 말을 잊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주위는 너무나 조용했고 이내 곧 둘은 자연과 하나되어 시공을 초월한 여행을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었다.

양쪽 조그만 동산 아래 계곡을 타고 불어오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멀리서 찾아온 나그네의 피곤한 몸을 한 소끔 스쳐 지나가는 듯 싶더니 갑자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주위 어디에선가 들려 왔다.
사방을 두리번 거리자 뜻 밖에도 다람쥐 한쌍이 앙증맞게 두 손을 비벼대며 바쁜 속에서도 우리를 환영하고 있지 않은가!
저희들보다 먼저 터를 마련한 귀여운 부부는 방을 빼달라는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큰 바위 밑을 들랑달랑 거리면서 "여기는 우리들이 살 보금자리인데" 하고 재롱 잔치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반석 아래 깊은 곳에 신혼살림을 마련하느라 오늘도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듯 보였다. 어디 이뿐이었겠는가!

성대한 영접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숲 속에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들의 합창 소리가 짙푸른 6월의 녹음과 한 바탕 어우러져 어느 훌륭한 오케스트라 못지 않은 장엄한 연주로 세상을 아름답게 꾸며가고 있었다.
지금도 그 다람쥐 부부 한 쌍과 새들의 지저귐은 하루하루를 새롭게 가꾸어 가고 있으며 숲 속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은 지친이의 발거름을 가볍게 해주고 있다.

이제 여기 죽전에서의 생활도 6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다가서면 눈 앞에 펼쳐진 산와 짙푸른 숲 그리고 상쾌한 아침 공기와의 인사로 오늘도 하루가 시작된다.
작년 입주를 앞두고서 아파트 정원에서의 황홀했던 그녀와의 데이트는 젊은 시절 느껴보지 못했던 또다른 세계와 일치를 이루며 짧은 몇 시간의 아름다웠던 그 날의 오후는 지금도 까끔씩 그 때를 떠올리곤 하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