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80년대 이후 공동주택이 보급되면서 만들어진 이른바 아파트촌이라 할 수 있는 동부이촌동, 강남, 여의도, 잠실, 목동, 중계동 등은 동네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각각 독특한 지역적 특성이 나타납니다. 처음엔 경제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모이고 주위에 일자리가 마련됨에 따라 같은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다른 방향으로는 학군이나 환경에 따라서도 이러한 사람들의 일정한 흐름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들은 그들의 연령, 직업, 생활수준, 학력, 종교 등에 의해 이른바 하나의 뭉치를 형성하게 되고 이것이 바로 넓은 의미의 지역 커뮤니티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곳은 경제적인 수준은 높으나 교양이 낮다든지, 어느 곳은 경제적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으나 교육에 열성이라든지, 어느 곳은 부동산 폭등 등에 의해 만들어진 신흥 재산가가 모여있다든지 하는 특성이 바로 그것입니다.
오늘은 지난 번 동부이촌동의 지정학적 특성에 이어 동부이촌동의 지역 커뮤니티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이 글이 상당히 장문이라 지루하시더라도 관심을 갖고 일독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리 말씀 드리면 저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30대 초반의 동부이촌동 주민이며 전공은 부동산 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쪽입니다. 단지 사람과 재화의 흐름에 관심이 많고 또 평생을 동부이촌동에서 살아갈 평범한 시민에 불과함을 먼저 밝혀 드리고자 합니다.

흔히 동부이촌동의 지역 커뮤니티는 매우 독특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 독특함을 설명하는 요소로서 들 수 있는 것은 아래의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첫째, 실질적인 대한민국 최초의 아파트 단지
둘째, 외국인과 중장년층의 높은 비율
셋째, 한 번 자리잡으면 좀처럼 다른 곳으로 이주하지 않는 안정적 폐쇄성
넷째, 교육과 재테크를 비롯한 투자에의 보수성
이 외에도 동부이촌동을 설명할 수 있는 특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우선 다른 지역과의 차별적인 요소로서 위와 같은 점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는 대한민국 최초의 아파트 단지라는 점입니다.
한국 최초의 근대적 아파트로 알려져 있는 1962년 마포의 도화아파트 이후 비교적 소규모의 아파트가 건설되어 왔으나 실질적으로 최초의 아파트 단지는 1968년 동부이촌동에 건립된 공무원아파트(현재 한가람아파트)라 할 수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34동 1,313가구였다니 저층아파트 치고는 상당한 규모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부이촌동 공무원아파트는 상습 수해지역인 이 지대에 산재해 있던 무허가 불량건물을 이전시킨 후 강변도로를 조성하면서 매립한 모래땅을 총무처 연금기금이 서울시로부터 매입하여 주택공사에 위탁건설한 것이었고 규모도 12평에서 25평까지로 당시로 봐서는 비교적 대규모의 것이었을 뿐 아니라 단지 내에 초등학교와 남녀 중학교, 중심상가, 우체국, 은행, 동사무소 등을 지구중심에 배치하는 이른바 근린주구(近隣住區) 개발방식을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당시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고 합니다. 공무원아파트가 성공하자 대한주택공사는 1970년에 이 공무원아파트단지의 남쪽에 한강맨션아파트(현재에도 동부이촌동 한 가운데 있죠…아마 지금 재건축된다면 평당 4000만원은 할거라는) 23동 700가구분을 건립하고 동시에 거기에 인접한 한강외인아파트(현재 한강자이) 18동 500가구분을 건립하였습니다. 한강맨션아파트는 27평에서 55평까지로 당시로는 지나치게 호화로운 것이어서 국영기업체에서 사치성을 조장한다하여 물의를 빚었으며, 1970년대 이후의 아파트 대형화를 선도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동부이촌동이 근대적 아파트단지로 각광받기 시작하자 많은 민간업자(현재 이촌동길 남쪽에 위치한 타워, 빌라, 장미, 동부, 리버뷰, 청파연립(현 리버스위트), 왕궁, 점보, 렉스, 반도)들이 이 지구에 아파트를 세우기 시작하여 거대한 한강아파트지구가 형성되었습니다.
즉 서구적인 생활환경을 동경하지만 단독주택의 불편함을 인식하던 당시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들 아파트의 평수는 지금 보아도 상당히 넓습니다)들이 모여들어 커뮤니티를 형성한 곳이 바로 동부이촌동입니다. 부촌이지만 주민 특성으로 인해 커뮤니티 구성이 힘들던 성북동, 한남동 등과는 달리 아파트촌이라는 특성은 소위 힘있고 재력있는 사람들을 쉽고 빠르게 한 곳으로 모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자부심은 고급 주거지역의 흐름이 변화된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한국에 그리고 서울에 많은 신구 부촌이 형성되어 있지만 개발 초기부터 현재까지 명실상부 부촌으로 불리고 있는 곳은 동부이촌동과 압구정동 뿐입니다. 이러한 이유는 사통발달의 교통, 한강변에 위치한 특급 환경, 개발초기부터 중대형 평수로만의 구성, 정부의 특혜(?) 속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고급주택지 라는 공통점에서 기인하겠지요. 이것이 바로 동부이촌동의 지역 커뮤니티의 첫 번째 특징입니다.

두 번째는 외국인과 중장년층의 높은 비율입니다.
동부이촌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이촌동길에 들어서면 여타 아파트 단지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이국적인 간판들의 상점들이 눈에 띨 것이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네온사인이 거의 없다는 점도 눈치채실 겁니다. 또 자전거 뒤에 아이를 태우고 지나는 일본 새댁이 종종 지나갈 것이며 노년의 영국풍 신사가 챙이 큰 모자를 쓴 부인을 에스코트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커피빈 같은 커피전문점에도 머리가 노란 백인과 80이 됨직한 할머님들이 거리를 바라보며 커피향을 느끼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다른 지역(구 단위가 아닌 동 단위)보다 이촌1동(동부이촌동) 주민의 외국인 비율과 장년층의 비율은 서울에서 최고 수준입니다. 이것이 동부이촌동만의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입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동부이촌동에는 일본인들이 모여사는 소위 리틀도쿄라는 곳이 있습니다. 강촌아파트 등지에 상당수(통계에 따르면 약 5,000명)가 모여 살지만 실제로는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일본인들 특유의 공존방법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오랜 기간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습니다만 일본인들은 좀처럼 자신의 존재(나이나 직업, 가족구성 등)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자신이 외국인임들 드러내면 결국 이방인 취급을 받기 때문에 불이익이나 특혜, 편견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를 최대한 적게 드러내며 생활을 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일본인 주민의 특성이 동부이촌동에는 어느 정도 녹아 있습니다. 점잖고 자신을 감추고 예의 바른 특성이 바로 그것이겠지요.
또한 외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체류한 경험이 많은 분들의 비율 또한 높습니다. 어느 상점이든 외국어로 이야기하는 아이나 학생들도 눈에 띄고, 신용산초, 용강중, 중경고 등 이 지역 학교에는 귀국자녀들이 실제로 많습니다. 어제인가 이 게시판에 어느 분이 지역별 교육의 특성에 관해 적어주신 내용 중에 동부이촌동 어머니는 아이가 공부하고 싶다고 하면 유학을 보낸다는 말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동부이촌동 주민의 생활양식 하나하나엔 외국체류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글로벌적인 교양이 숨어 있습니다.(혹시 이 부분에 위화감의 느끼는 분도 계시겠지만 외국체류경험이 반드시 선진적인 것이고 우월하다는 표현이 아닙니다. 단지 외국생활에서 느끼고 체험한 사람과의 공존방법이 우리의 것과는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할 뿐임을 이해 바랍니다)
또한 장년층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어느 측면에서는 지역의 노쇠화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좋은 의미에서는 지역의 성숙화를 의미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긴 인생을 살아온 그들에게서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예의와 너그러움, 여유로움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동부이촌동에서 살아왔지만 조그만 말다툼과 자동차 경적소리, 이웃집에서의 고성, 주차문제로의 다툼 등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동부이촌동 주민의 여유로움이 아닐까요?

세 번째는 한 번 자리잡으면 좀처럼 다른 곳으로 이주하지 않는 안정적 폐쇄성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 번 지정학적 특성에서도 말씀 드린 대로 동부이촌동은 지역적으로도 비교적 고립된 편입니다만(여기서의 고립이란 미군기지나 한강, 남산 등에 의한 환경적 고립과 주변 지역의 발전이 더딤에서 비롯한 개발적 고립을 뜻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커뮤니티의 특성에도 나타납니다.
작년도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동부이촌동은 다른 주요지역(압구정동, 도곡동, 대치동, 목동, 여의도동)과 비교하여 전출입 인구의 비율(전체 인구에서 전입자, 전출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습니다. 즉 사람의 들고 나감이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흔히 동부이촌동은 한 번 들어오면 평생을 머무는 곳이라는 말이 통계로서 증명되는 것입니다. 물론 신규입주아파트가 거의 없었던 점도 간과할 수는 없으나 최근 몇 년의 통계에도 이러한 특징은 여전히 나타납니다.
즉 동부이촌동은 몇 년 단위의 거주민이 아닌 몇 십 년 단위의 거주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제 주위에도 이 곳에서 태어나 이 곳 학교를 나와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다시 이 곳에 정착한 친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이런 글에 개인적 경험을 들어 죄송합니다) 혹 다른 곳으로 이주해도 교회는 꼭 이곳으로 오고 모임도 여전히 참여하는 분들도 많더군요. 긴 시간을 한 곳에서 함께 했다는 것은 곧 안정성을 의미합니다. 역으로는 이러한 안정성이 여러분들도 관심이 많으실 아파트 시세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지만 이 곳 주민들 은 어차피 다른 곳으로 이주하지 않을 텐데 올라서 무엇하느냐는 생각이 많은 듯 합니다.
하지만 이웃에 대한 신뢰, 지역 주민의 동질감 등을 어느 곳보다 높여 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안정성이 자칫 무사안일 주의로 흘러 지역 전체의 노쇠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주지하시다시피 발전하는 지역은 항상 활기로 넘칩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로부터 놀이터의 공차기 소리 등등. 개인적인 바람은 개개인의 사유재산에 침해가 없는 범위에서 하루 빨리 일대의 재건축이 이루어져 다시 한 번 젊은 활기가 넘쳐났으면 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교육과 재테크를 비롯한 투자에의 보수성입니다.
동부이촌동에는 초중고교가 각 1개씩 있습니다. 지역 규모에 비해서 학교 수가 적은 이유는 위에서 말씀 드린 연소자의 비율이 낮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주변을 보면 입시학원 등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일부 신문보도에 따르면 강 건너 강남이나 노량진 등지의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듯 합니다. 실제로는 가정에 학생을 둔 상당수가 개인과외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아예 외국에 보내버리지요.
제가 교육에 보수적이라고 말씀 드린 것은 소위 교육의 유행이나 흐름에 민감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 학원에 이 선생이 좋으면 우루루 몰리는 것 같은 모습이 거의 없습니다.(아니면 그 선생을 집에다 불러서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또한 중경고의 학생은 대부분이 동부이촌동 학생입니다만 치맛바람이 비슷한 수준의 지역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필요한 투자와 지원만 하고 지켜보는 학부모님들이 많죠. 그래서 학교행정이나 수업 등에 학부모가 필요 이상으로 관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교육열이 상당히 높은 다른 지역민이 보시면 한심하다 하실 수 있지만 실은 그게 동부이촌동의 교육방식입니다. 그렇다고 학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무관심한다든지 하는 의미가 아니라 자녀의 교육에만 모든 것을 쏟아 붓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투자에도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같은 동네에 친한 선배님이 모은행 PB사업단에 있습니다만 은행예치금 순위로는 동부이촌동이 14위라 하더군요. 하지만 실제 인구별 예치액으로 보면 서울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증권계좌잔고 순위로는 그보다 아래 순위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돈에 어둡다고 할 수도 있고 돈에 둔감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논리의 비약일 수는 있으나 돈의 가치를 진정한 돈의 가치로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동부이촌동 주민의 대부분은 부동산 가치의 폭등에 의해 자산가가 되신 분이 아닙니다. 로또에 당첨되어도 타워팰리스로 가지 한강자이로 오지는 않습니다. 즉 돈을 재화 이상의 가치로 보지 않고 돈을 있는 그대로 소중히 다루고 있다는 뜻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좋은 측면으로 볼 때 그렇다는 뜻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보수성은 부동산 가치의 보수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사실 동부이촌동은 2004년의 시티파크 분양과 2005년의 미군기지 이전발표 등 두 차례의 대규모 호재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렇듯 물가상승률을 조금 상회하는 상승을 보여왔을 뿐입니다. 이는 어느 분의 말씀대로 너무나 많은 호재와 장점을 지니고 있는 이 곳 주민들에게는 호들갑 떨 필요조차 없는 사소한 일상사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동부이촌동과 비슷한 시세를 형성하던 강남권이, 조금 뒤쳐지던 서초권이, 그리고 여의도와 목동까지 이 곳을 추월할 동안 동부이촌동은 뒷짐만 지고 남의 집 불구경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것이 부정할 수 없는 동부이촌동의 보수성입니다.

이것저것 쓰다 보니 지나친 장문이 되어 여러분들께 폐를 끼쳐드린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른 곳 부동산 가치의 이상급등을 보면서 우리도 뒤지지 않겠다는 마음에서 쓴 글은 단연코 아닙니다. 필요이상의 선동보다도 아는 이들은 모두다 아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을 알려드리고 또 함께 이야기하는 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지켜왔던 전통과 가치를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전해줄 수 있는 그런 어른들이 더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