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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홍수 이후 사람들이 모여 성과 탑을 쌓아 하늘에 닿고자 했던 바벨탑의 사건을 보면 사람들은 끊임없이 하늘을 가까이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이런 의지 때문인지 20세기 들어와 첨단기술의 힘을 빌려 하늘을 긁을 수 있는 초고층 빌딩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부터 시작한 초고층 건물의 효시는 1931년 뉴욕 맨해튼 34번가에 들어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다.

102층 381m 높이에 엘리베이터만 67개로, 맨해튼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꼭대기 전망은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을 포함해 100층 이상 또는 500m 이상의 건축물은 미국 5개, 중국 4개, 아랍에미리트(UAE) 1개, 대만이 1개씩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몇몇 지역에 초고층 프로젝트의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등 기술력에서는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다.

과거 직장과 주거 분리를 전제로 했던 산업사회와 달리 현대사회에선 직장과 주거의 일체화로 더 효율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향유할 수 있는 수직도시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부상하고 있다.

말 그대로 수직도시란 고층 개발을 통해 한 건물에서 주거, 직장, 교육, 쇼핑 등의 도시기능을 한 곳에 모은 콤팩트도시(compact city)를 의미한다. 장거리 통근이 필요 없어 가족이나 개인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그만큼 늘어난다.

서울 못지않게 오래되고 낙후된 옛 도심을 보유했던 일본 도쿄의 도심 재개발 사업의 성공은 주거환경이 비슷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건축가들의 필수 탐방코스가 된 롯본기힐스나 오모테산도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 한다.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는 2001년 집권하자마자 ‘도시재생본부’를 설치하고 직접 본부장도 맡았다. 이어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공장·대학 입지규제법’을 철폐하는 등 잇단 규제 완화 조치를 내놓았다.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900% 이상 용적률을 적용하고 층고 제한 등의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 슬럼화 조짐을 보였던 도쿄가 부활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틀을 마련했다.

그 결과 당시 90여개에 불과했던 100m 이상 초고층 빌딩이 10년도 안돼 170여개를 웃돌고 있다.

일본의 도심 재개발은 전용 주거지역보다는 랜드마크 빌딩과 상업·문화 등 복합시설 위주의 프로젝트가 특징이다.

도쿄 스미다구에 건축 중인 ‘스미다타워’는 높이 610m로 2011년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캐나다의 CN타워(553m)를 단숨에 뛰어넘어 관광수입과 임대료 등으로 연간 48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 서울도 한강르네상스라는 기치 아래 자연과 개발의 절묘한 조화로 한강 주변의 획기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있어서는 안 될 공장은 이전하고 그 자리에 110층 초고층 비즈니스센터와 도심형 신도시 기능을 갖춘 수직도시의 조성만이 세계 흐름에 뒤쳐지지 않는 길이 될 것이다.

이호조 서울 00 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