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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날리는 부동산 중개업소… ''버블'' 지역은 ''개점휴업''

2007년 5월 10일 (목) 21:39 세계일보


“올들어서는 한 달에 한 건 거래 성사시키기도 어렵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최악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할지는 몰랐습니다.”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근무하는 김모(34)씨. 그는 요즘 인터넷으로 부동산 관련 뉴스를 들여다 보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다.

김씨는 “뉴스에서 아파트 값이 자꾸 떨어진다고 하니까 턱없이 낮은 가격대의 매물을 찾는 사람만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거래가 실종되자 김씨 중개업소 옆 부동산은 며칠 전 아예 문을 닫았다.

지방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부산에서 5년 전 증권회사를 명예퇴직한 뒤 중개업소를 차린 최모(54)씨.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02∼2003년에는 한 달에 7∼8건씩 거래가 성사됐지만 지난해 말부터는 거래가 완전히 실종됐다.

최씨는 “두 달 전 시세차익을 노리고 아파트 분양을 한꺼번에 3개나 받은 손님이 대출규제 때문에 급하게 팔아달라고 주문한 이후로는 찾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 급랭으로 거래가 뚝 끊기자 중개업소들이 속속 폐업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 공인중개사 가운데 3분의 2가량은 한 달에 한 건의 거래도 성사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서울시의 ‘사업체 기초통계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는 지난해 말 2만3381개에서 3월 말 현재 2만3877개로 다소 늘었다.

하지만 건설교통부의 부동산거래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 서울 전체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9374건에서 8478건으로 확 줄었다. 전체 중개업소의 35.5%만이 한 달에 한 건 정도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의미로, 나머지 3분의 2가량은 ‘개점휴업’인 상황이다.

구별로는 최근까지 아파트값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소형 평수가 많아 신혼부부 등의 실수요가 많았던 노원구가 864곳의 중개업소에서 967건의 거래를 성사시켜 가장 높은(111.9%) 성사율을 보였다. 반면 강남(36%), 서초(34.7%), 송파(20.6%), 강동(49.2%)구와 양천구(36%) 등 이른바 ‘버블지역’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중개업소의 고전은 전국 현황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새로 중개업소를 연 중개업자는 2만7277명이었지만 같은 기간 폐·휴업한 중개업자는 2만6213명으로, 신규대비 폐·휴업율이 96.1%에 달했다.

이는 2002년 65.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중개업소 휴·폐업율은 지난 1월 77.9%에서 2월 80.2%, 3월 92.4%로 올 들어서도 매달 높아지는 추세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강도 높은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완전히 실종됐다”며 “이사철도 끝나 당분간 중개업소뿐 아니라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업종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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