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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현대 아파트에 이사온지도 벌써 4년 정도 지났나 봅니다.

그전에는 수원, 안양 이렇게 살았습니다. IMF 지나면서 두곳을 이사 다니면서도 싼 값에 아파트를 장만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이곳에서 전세를 살다, 정말 싼맛에 집 장만했습니다.

전세 올 당시에 가격 변동폭을 보니 2년 뒤에 집살 때랑 거의 차이가 없었고, 향후에 오를지 내릴지는 알 수가 없었으나 다른 곳에서 집을 사지 못한 보상이라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옆집들 분위기며 수준이 나름대로 좋았기 때문인데, 수원이나 안양 살 때는 옆집들이 무슨 가게나 장사하시는 분이라서 부부가 바쁘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애들 교육도 좀 그렇고 집사람도 친구도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괜서레 좀 싫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근데, 이곳 분위기는 돈은 많이 없었지만 공부는 잘했던 이웃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장만했습니다. 일을 저질를 땐 과감히 저질러는 편이라서 아파트 내에서 가장 전망 좋고 넓은 평수를 샀습니다. 빚을 잔뜩지고...

그러면서 무려 4년을 살았나 봅니다.
살면서 느낀 점을 이제부터 적어 보겠습니다.

전 직장인인지라 그것도 강남, 강북, 경기도, 대한민국 전역 어디라도 가야하는 직업인지라 교통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동안 다녀본 저의 교통 평가 입니다.

강남지역 : 아주 좋음. 역삼, 아셈타워 등 대중교통이나 자가용 둘다
강북지역 : 별로(이유, 상도터널 막힐 때면 기절합니다. 시간대 잘 지켜야 합니다. 차 안다니는 시간에는 저도 안다니죠)
경기 : 좋습니다. 어떤 땐 사당을 타고 경우에 따라서 삼성산 넘고.
김포 : 좋습니다. 88 타고 쭉 가면 됩니다.

봉천 고개 평가 : 혹시 눈 많이 오던 해 기억하십니까? 저 아파트 입구에서 집까지 걸어 온다고 고생 좀 심하게 했습니다. 마을 버스가 저의 동 앞까지 오는데 언덕 배기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입구에 내려주는 바람에 그날은 큰일 좀 했습니다. 바지로 눈 쓸었습니다. 돈이 없는 봉천동 실감했습니다. 강남은 그날 평지에도 염화칼슘을 뿌렸습니다.

주민들은 좋습니다. 아마도 교육 수준은 강남 저리가라는 수준일 겁니다. 집이 크다 보니 애들 친구들 가끔씩 초대해서 노는데, 다들 부모 잘만난 애들만 있더군요. 그리고 터주대감들이 많아서 그런지 시골만큼 텟세가 심합니다. 지난번에 택시 운전수가 아파트 주민(이쁘장한 아가씨더만)과 쌍욕하다가 주위 아저씨에게 혼났습니다.

아참, 그리고 시골 분위기가 많이 납니다. 밤 늦은 시간에 어디선가 애 우는 소리, 부부가 싸우는 소리 등등 사람사는 소리라고 해야 되나 아니면 뭐라 안좋은 말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어쨋던 사람 사는 소리하나는 끝내주게 들립니다.

학교 시설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아파트 단지에 중학교 있어 배드민턴이나 애들 자전거 타러 주말마다 갑니다. 주위에 숭실대가 있어서 좀 이용하기도 하고... 애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별 생각이 없습니다만 이번에 중학교 운동장 수리해서 놀기에는 좋더군요.

공기는 안 좋습니다. 주위에 산들이 많아서 좋을 것 같지만 아파트 단지 안으로 출퇴근 차들이 주차장을 이룹니다. 전 이런 아파트 처음 봤습니다. 아파트가 주차장도 아닌데 왜 아파트 중앙을 통과하면서 매연 내뿝는 것을 내버려 둘까요? 교통 사고 날까봐 애들 단속하느라 힘듭니다. 정말이지 우리 아파트 주민들 각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갯길이라서 올라갈 때 매연 많이 납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안 오르고가 문제가 아니라, 애들 자전거 타도 걱정, 수퍼에 물건사러 가도 걱정, 봄 가을로 주위의 많은 꽃향기도 이놈의 매연 때문에 다 제값을 못하고 있습니다. 나무 많으면 뭐한답니까? 하여턴 이번에도 차단기 설치 못하면 대표들 다 갈아야 합니다. 좀 흥분했습니다.

경치는 전 전망이 좋은 곳이라서 관악산을 평풍처럼 보고 삽니다. 베란다는 항상 따뜻한 햇볕이 들고요. 다른 동도 좋습니다. 동간 간격이 넓은 편이라 햇볕 잘 듭니다.

아파트 시설은 별로 입니다. 16년 되었으니 시설 별로인 것은 말씀 안드려도 알겁니다. 엄청 싸게 지은 아파트 인 것 같습니다. 주창장은 턱없이 모자랍니다. 저는 4년동안 주차장 비어 있는 날이 1주일도 안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게 문제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아파트 간격이 넓다고 얘기 드렸지만 차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문제냐 하면 애들이 놀때 차들이 주차할 곳 못찾고 계속 돌아다니니깐 염려스럽죠 그리고 눈-이놈의 눈은 봉천동 꼭대기라서 더 많이 옵니다. 물론 비도 많이 옵니다-이라도 오면 차에 싸인 눈 터는데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추운데 손 시립니다.

주변 시설은 초등학교 하나는 더 들어서야 하고요(상현초등학교에 애들 이 한반에 40명 정도 된답니다). 뭐 무슨 레일이니 봉천동 이름 바꾼다느니 주위 상가 들어 선다느니 이런게 사실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지금도 주변 시설은 좋은 편입니다. 쇼핑하고 문화 시설이 좋습니다.

자주 들러는 곳은 서울대, 숭실대, 산책로, 관악산, 롯데쇼핑, 이마트, 영화관, 도서실, 여의도, 예술의 전당 등입니다. 모두 5분에서 30분 이내 거립니다.

구에서 뭐 해 줄거다, 옆에 뭐가 들어선다 뭐 이런 말은 들으실 필요 없습니다. 봉천동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 있어서 -특히 관악현대 주위에- 알아서 주변 시설이 들어서게 됩니다. 언제일지는 몰라도 다른 것 아닙니까?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우리 아파트를 더 살기 좋게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거죠. 왜 누가 뭘 해주기를 바라는지...

먼저, 이렇게 합시다. 일단 목숨걸고 차단기 설치 합시다. 주민들 피해 주면서까지 대한민국의 서울시민에게 봉사해야 합니까? 봉천동의 봉자가 봉사할 봉자입니까? 일단, 우리부터 살고 봅시다. 이기적이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아파트 보세요. 아파트 한가운데 길을 내놓고 주차장 만든 아파트 있습니까? 다 차단기로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보고 뭐하고 할 것도 없습니다. 대한민국 아파트 차단기 폐쇄할 때 그때 우리도 폐쇄하면 됩니다. 애들 땜에 공기 땜에 안되겠습니다.

두번째, 리모델링 빨리 합시다. 가격 상승도 그렇지만 우선 엘리베이트 느려터진 문제, 주차장 없어서 생기는 문제, 겨울철 난방 문제, 가끔씩 쇳물이 수도에서 나오는 문제, 올해처럼 비많이 오면 집으로 빗물 들어오는 문제-천정이 젖었음-, 동 평수 아파트보다 더 작아 보이는 문제, 요즘 처럼 전자제품 많이 쓰는 시대에 전기시설이 낙후된 문제 등등 개선해야 할 점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따로 따로 대처하는 것보다 한방에 해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좋을 겁니다.

이 두가지만 해결한다면 정말 살만한 동네입니다. 집값이 뜨면 뭐할겁니까? 다른 곳도 다 이만큼 올랐는데.... 이사도 못갑니다. 그렇다면 강남 부럽지 않게 단지라도 잘 만들어야 할 것 아닙니까?
살기 좋은 곳이 좋은 집이지 우리처럼 '위치 좋네, 뭐가 좋네' 이래 봤자 주민들 살기 좋아지는 것 하나 없습니다. 관악현대 아파트는 늘 봉천동 꼭데기에 있을 거고 교통은 강남이나 봉천동이나 다 같은 서울인데 다 지옥입니다. 외부에 기대지 말고 우리 힘으로 살기 좋은 아파트 만들어 봅시다.

긴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