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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法판결 "큰 평형도 재건축때 소형 골고루 배정"

서울ㆍ경기 재건축 소송 잇따를듯

과천주공3단지의 평형 배정이 잘못됐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재건축시장을 흔들어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큰 평형을 갖고 있으면 재건축 후 대형평형을 배정받는다는 공식이 깨졌기 때문이다.

◆ "소형 배분 차별 없애라"

= 지금까지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은 재건축으로 건립되는 전체 가구 수를 기준으로 적용했다. 어떤 식으로든 전체 가구 수 대비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채우면 그만이었다.

판결 이후인 20일 건설교통부 관계자도 "평형 배정은 조합원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법원 판결은 기존의 각 평형 가구 수별로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계산했다는 점이 다르다.

재판부는 "과천주공3단지는 종전의 17평형 또는 15평형 소유자들로 재건축을 한다면 각각 25%를 소형으로 짓게 돼 15ㆍ17평형 소유자들도 소형을 배정받게 된다"며 "그런데도 13평형 아파트 소유자들과 함께 재건축을 시행하면서 소형주택을 13평형 소유자들에게 몰아준 것은 비례의 원칙에서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흠을 고치기 위해 재판부가 제시한 대안은 두 가지.

첫째는 13ㆍ15ㆍ17평형 아파트 소유자들이 각각 25%씩 소형을 배정받는 방법이고 둘째는 13ㆍ15ㆍ17평형 소유자들이 자유롭게 신축 아파트의 평형을 신청하고 경합이 있으면 추첨으로 배정하는 방법이다. 두 방법 모두 `큰 평형 보유자가 재건축 후 큰 평형을 배정받는다`는 기존 평형배정 방식을 뒤엎는 것이다. 특히 후자의 방법은 기존 권리가액의 많고 적음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큰 평형 소유주에게는 더욱 손해다.

◆ 줄소송 염려…확정판결 주목

= 부동산114에 따르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단지가 수도권에서만 무려 51단지에 이른다. 조합원만 2만8281명, 건립예정가구가 4만5389가구에 달한다.

이들 중 다수는 과천주공3단지처럼 기존 작은 평형 소유주에게 신축 소형을 몰아주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서울고법 판결을 계기로 줄소송이 염려된다.

이와 관련해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작은 평형 소유주에게 신축 평형을 집중 배정한 방식이 합법이라는 판결도 있다"며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또 이번 판결이 확정된다고 해도 과천주공3단지는 평형을 재배정하기보다는 대형평형을 배정받은 조합원이 소형평형을 배정받은 조합원에게 금전적 배상을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 큰 평형 인기 떨어지나

= 현재 재건축 후 소형의무비율은 20%로 과천주공3단지 때보다는 5%포인트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판결의 파장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판결에 따르면 기존 평형이 크더라도 재건축 후 소형을 받을 수 있게 되므로 기존 큰 평형의 인기는 떨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재 재건축 단지는 평형별로 가격 차가 크다. 예를 들어 개포주공3단지는 최소평형인 11평형은 6억250만원에 불과하지만 15평형은 11억7500만원에 이른다. 평형 차는 4평이지만 가격차는 무려 5억7250만원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11평형과 15평형은 재건축 후에 소형평형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비슷해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15평형의 인기는 지금보다 떨어지고 11평형의 인기는 올라갈 수 있다.

개포시영은 기존 10평형이 재건축 후에 22평형, 13평형은 32평형, 17평형은 38평형, 19평형은 42평형을 배정받도록 계획안을 짜 둔 상태. 이번 판결을 계기로 10평형 소유주가 소형 배정에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일반 분양 많은 단지 유리

= 일반 분양 물량이 많은 단지는 이번 판결의 후폭풍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평형을 일반 분양 물량에 집중 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또 늘어나는 용적률의 25%만큼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에 소형물량을 배정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주택의 40%는 중형으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한편 이번 판결로 재건축 사업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존 평형이 작더라도 재건축 후 큰 평형을 배정받겠다고 나서는 가구주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큰 평형 소유자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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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0 20:05:10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