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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6년 영국 국왕 윌리엄 3세는 부유층에 세금을 거두기 위해 창문세를 도입했다. 아궁이 수를 기초로 세금을 거둔 아궁이세가 실패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창문 수를 기초로 세금을 거두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창문세는 그후 150년간 이어지면서 벽돌로 창문을 메우거나 새로 건물을 지을 때는 창문을 아예 없애는 등 엄청난 대가를 치르도록 했다. 오늘날 영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영국의 오래된 건물을 보면서 느끼는 답답함은 이때 잘못된 세제의 결과인 셈이다.

그래서 오늘날 창문세는 '억지로 만든 세금'이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2005년 도입한 우리의 종합부동산세가 21세기형 창문세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노무현 정부의 종부세 도입 목적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 가격을 안정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종부세로 투기가 억제되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투기를 잡겠다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면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어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기까지 했다. 투기 억제를 위해 세금을 동원한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그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애당초 무리한 시도였던 셈이다.

심지어 종부세를 도입하면서 상위 2%에게 세금을 거두어 나머지 98%의 국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어느 시대 어떤 나라에서도 부자에게만 부담을 지우려는 목적의 세금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세금은 항상 처음 대상이 되었던 자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세금의 일부를 전가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업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을 물건 값을 올려 소비자에게 일부를 부담하도록 한다든지, 아니면 임금을 깎아서 종업원이 일부 부담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위정자들은 늘 부자에게 세금을 거두려는 유혹에 빠져들곤 했다. 1990년대 초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걸프전으로 인한 재정적자를 메우고자 도입한 사치세가 대표적 사례다. 고급 선박과 같이 부자들이 소비하는 상품에 10%의 사치세를 부과했더니 선박산업에서만 2만명의 실직자를 양산했고 세수 또한 당초 예상한 5억달러의 6%에 불구한 3000만달러에 그쳤다.

우리의 종부세 역시 상위 2%에게 세금부담을 지우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세입자의 전세금 상승으로 전가되어 오히려 그 부담이 나머지 하위 98%에게도 지워졌다.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두고자 했던 시도가 결국에는 국가경제 전체와 저소득층에 피해를 가져왔기에 많은 국가들이 한때 70%에 달하던 소득세 최고세율을 지속적으로 낮추어 지금의 30%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최근 종부세, 소득세 나아가 법인세를 중심으로 감세논쟁이 또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감세를 해야 한다는 여당 주장에 대해 야당은 부자 봐주기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또다시 진보와 보수의 이념논쟁으로 변질시키거나 혹은 마녀사냥식으로 부자를 위할 것인가 아닌가로 논점을 흐려서는 안 된다. 집 한 채를 가진 '버블 세븐' 지역 주민들이 부동산 투기꾼으로 매도되어 매년 두 배 이상의 종부세를 내는 상황이 계속되어서는 곤란하다.

부동산세는 감세보다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종부세를 투기억제 수단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세금부담이 소득에 비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준금액을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세부담 증가 상한도 300%에서 150% 이하로 낮추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1가구 1주택 고령자 나아가 1가구 1주택자 모두에 대한 세금부담을 대폭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종부세를 지방세로 환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현재 주택에 대한 보유세를 국세로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점만 보더라도 지금 상황은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부세가 한국판 창문세가 되지 않도록 이번 감세논쟁만큼은 감정이나 이념이 아닌 이성과 과학으로 잘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ㆍ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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