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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보름여 동안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베이징올림픽의 감동 속에 무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올림픽은 국가를 대표하는 체육인들이 모든 국가에 공통으로 통용되는 경기 규칙에 따라 경쟁하는 장이다. 우리나라가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은 일차적으로는 선수들을 포함한 체육인들의 재능과 노력 덕택이지만 전반적인 국력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우리의 국력이 신장한 것은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적응하고 분야에 따라서는 이를 선도하면서 경쟁력을 키워온 덕분이다.

베이징올림픽 끝자락에서 주택과 관계된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집값이 폭등한 기억이고, 또 하나는 우리나라 주택 관련 규제를 어떻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먼저 1980년대 말 집값 문제는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보다 훨씬 심각했다. 매매와 전세, 강남과 강북 구별 없이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전세보증금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한 가장들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당시 주택보급률은 전국 70% 미만, 서울은 50% 수준이었다.

이러한 심각한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태우 정부는 수도권 5개 신도시 건설을 포함한 200만호 건설계획을 추진했고 신도시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1년 들어 집값이 하락세로 반전했다. 200만호 건설계획을 계기로 연간 주택 공급이 20만~25만호에서 50만~60만호로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이러한 추세가 외환위기 직후 몇 년을 제외하고 지속된 결과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 적어도 전국적으로는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됐다.

아쉬운 점은 공급 확대가 수요에 맞는 유형과 규모의 주택이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될 수 있는 탄력적인 시스템 구축을 통해서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결정된 공급 총량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택지와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국적으로는 집이 부족하지 않지만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인 수요 공급의 괴리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 주택 관련 제도와 규제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우리나라 집값 상승이 워낙 심각해서 특단의 대책이 불가피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집값 상승률은 일본 독일 등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낮았다. 유별난 것은 정부의 정책 개입이었다.

필자와 스티브 말페지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가 외국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실시한 국제비교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하게 강력하고 다양한 규제를 지니고 있다. 규제 올림픽이 열린다면 금메달감이다. 민간에서 공급하는 신규 주택 분양가격 규제, 1가구 다주택 보유에 대한 중과세, 중앙정부가 일부 고가주택에 대해 과세하고 그 징수액을 지방에 나눠주는 종합부동산세 등은 우리나라 특유의 제도들이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정리한 책자는 신호등 세우는 데 40년이 걸렸고 이제 신호등을 세웠으니 부동산 정책도 '냉탕-온탕'을 반복하지 말고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의 일관성은 중요하지만 잘못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은 가장 위험하다. 오작동하는 신호등을 그대로 두자는 얘기와 같다.

한 외국 부동산 학자는 우리나라 정책에 대해 규제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으면 전면 재검토해 없애는 게 아니라 그 규제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규제를 도입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분양가를 규제하면 프리미엄을 겨냥한 수요가 몰리게 되는데 이를 억제하기 위해 지역에 따라 10년까지 전매를 제한하고, 프리미엄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소형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 짓게 하는 식이다. 규제 완화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지금 정부는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미분양과 부동산경기 침체를 완화하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우리나라 주택 관련 제도의 선진화를 향한 정공법을 택해주길 바란다. 그러려면 정책당국의 확신과 국민 설득 노력이 필수적이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 교수ㆍ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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