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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융위기' 세계 경제학자 대토론회

"모든 버블 중 주택버블이 최악"

뉴욕=박종세 특파원 jspark@chosun.com

▲ 24일(현지시각)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금융위기를 주제로 열린 대토론회.

(왼쪽 부터)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해리슨 홍, 신현송, 폴 크루그먼, 앨런 블라인더 등 이 대학 교수들이 패널로 참석해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망 등을 토론했다.

뉴욕=박종세 특파원"미국 투자은행(IB)들은 매일 밤 전체 빚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을 구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미국 집값은 앞으로 2년간 25% 더 폭락할 것이다."

"모든 버블 중에 주택버블이 가장 악성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를 놓고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대토론회를 벌였다.

국제경제학의 대가 폴 크루그먼, 클린턴 행정부에서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뉴욕연방은행 자문위원인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월가의 금융에 정통한 해리슨 홍, 금융위기론 전문가 신현송 교수. 패널로 참석한 이들 모두 프린스턴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택 붐에 올라탄 IB들

미국 투자은행들은 주택 붐이 불 때 3개월짜리 기업어음(CP)이나 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Repo) 등 초단기 자금을 빌려서 10년짜리 주택모기지 등에 장기투자를 해왔는데, 집값 하락으로 이 사이클이 깨졌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그 동안 단기자금을 저렴하게 조달했던 IB들이 위기발생 이후 전체 자산 중 4분의 1에 이르는 초단기 자금을 매일 밤 연장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자금 조달은 막혔는데, 장기로 들고 있는 모기지는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다. 신현송 교수는 "1990년 초를 기점으로 투자은행의 모기지 투자 금액이 상업은행을 앞질렀고, 지금은 전체 모기지의 3분의 2를 이들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슨 홍 교수는 "닷컴 버블 때 투자은행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며 "그들은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안겨주기 위해 이번엔 주택 붐에 올라탄 것"이라고 했다.

◆"집값 25% 더 떨어질 것"

금융위기의 근원인 집값은 회복되는 데 2년 이상 걸린다는 게 다수의견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케이스실러 선물지수를 보면 미국 10대 주택의 가격이 앞으로 2년 간 25% 더 하락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모기지 손실 금액은 4800억달러 수준인데, 집값이 여기서 20% 정도 하락하면 8680억달러 수준으로 손실이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집값은 단기적으로 부양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해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현송 교수는 "과거에도 집값이 하락하면 회복하는 데 5~6년씩 걸리곤 했다"며 "서브프라임 손실은 5000억달러 수준이지만, 앞으로 프라임 모기지, 상업용 부동산, 크레디트 카드 부실 등으로 확대돼 손실규모가 1조~1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블라인더 교수는 "주택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마치 떨어지는 칼을 잡는 것처럼 위험하다"며 "그런 면에서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