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로 살펴보는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
[부동산뱅크 2004/07/30 - 조회:7,682]
지방투기지구해제, 원가연동제 실수요 ‘살아날까’
정부 주택공급 확대움직임은 ‘양날의 칼’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특히 주택거래신고제 실시로 촉발된 거래공백은 신고제 지역에서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약 400조 원에 이르는 시중 여유자금이 여전히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만큼 시장을 달굴 호재만 있으면 틈새시장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을 움직일 변수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전망한다.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을 판가름할 주요 변수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최근 화성 동탄, 고양 풍동 등 수도권 요지의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청약열기가 되살아 나면서 주택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분양 때마다 미분양을 떠안고 속앓이를 하던 건설사들도 자못 흐뭇해 하는 분위기. 하지만 이 같은 청약열기에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마음은 불안하기 그지 없다. 당장 8월이면 충청권 행정수도이전 후보지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변이 없는 한 지난 2일 후보지 평가에서 충북 음성ㆍ진천, 충남천안, 충남 공주ㆍ논산 등을 제치고 최고 점수를 받은 충남 연기ㆍ공주(장기면)지구가 행정수도이전 최종 후보지로 낙점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반기에는 공공택지의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하는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 등이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투자1순위로 군림해오던 재건축아파트도 개발이익환수방안 도입에 따라 그 자리를 내 줄 처지가 됐다. 이와 함께 정부가 주택 공급확대를 위해 내놓은 25.7평형 이상 중형임대주택 건립방안은 소형평형 위주의 임대주택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수도권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빈집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 같은 공급 확대 움직임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주택시장을 악화시킬 개연성이 짙다. 한편 최근 극감하고 있는 건설수주를 확대키 위한 연기금 자금의 SOC사업 투자유도는 사업 수주에 목마른 건설사들에게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반기 내집 마련을 노리는 수요자라면 이들 규제가 모두 시장에 미칠 영향이 메가톤급이라는 데서 이모저모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뱅크는 하반기 부동산시장을 움직일 7대 변수를 뽑아 미리 그 궤적을 따라가 봤다.
행정수도이전후보지 확정
국회와 사법부가 이전대상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행정수도이전은 이전 규모를 떠나 주택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재료임이 분명하다. 최근 충청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토지 및 분양시장의 과열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지난 4월 공개 입찰한 청주 산남3지구의 상업용지 분양에는 서울,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 평균 20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낙찰가도 예정 입찰가의 두배에 가까운 182%까지 치솟았다. 아파트 분양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달 25일 청약을 받은 조치원 신흥리의 대우 푸르지오(802가구)의 경우 3순위 접수까지 8,864명이 몰리면서 11.26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권 값도 크게 뛰어 33평형이 2,000만 원 가량 웃돈이 붙은 1억7,500만~1억8,00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충청권 부동산시장의 흥행을 보증이라도 하듯 정부가 매년 내놓은 공시지가도 크게 올랐다. 행정수도 이전지로 기정 사실화된 충남 공주ㆍ장기지구의 경우는 지난해에 비해 평균 75.5%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전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천안, 아산, 오창 등 충청권 일대에 최근 수년간 아파트 공급이 넘쳐 나고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입주가 몰리면서 공급과잉을 낳을 가능성도 큰 만큼 투자를 노린 가수요라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반면 서울, 수도권의 경우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타격을 일정부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전이 유력한 광화문이나 과천 정부청사 주변의 사무실 및 상가 점포는 임대수익 하락과 공실률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2기 신도시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놓여있는 서울과 수도권 분양시장도 충청권 행정수도이전 바람을 헤치고 제 힘을 발휘할지 미지수다.하지만 서울, 수도권의 인구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 이전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 개발계획과 김철환 과장은 “통계청이 제시한 추계인구에 따르면 매년 서울과 수도권에 늘고 있는 인구수는 30만~50만 명으로 인구 50만의 행정수도 규모를 감안할 때 집값 하락요인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양 원가연동제, 채권입찰제 실시
논란을 거듭하던 분양원가공개가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지난 15일 최종 확정된 당정 협의안에 따르면 공공택지개발지구내 전용면적 25.7평 이하 분양아파트는 내년 상반기부터 택지비에 정부가 정하는 표준건축비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토록 하는 원가연동제가 적용된다.
또 택지비와 시공비 등 주요 항목의 분양원가를 공개토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공택지 입찰 방식이 추첨제에서 채권을 많이 써서 내는 업체에 택지를 공급하는 채권입찰제로 바뀐다. 정부는 택지지구내 중소형 아파트에 대해 원가연동제가 적용될 경우 분양가는 지금보다 20∼30%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소형평형보다는 중형평형이 인기몰이를 할 전망이다.
원가연동제가 시행되더라도 동탄신도시 1단계와 같은 주요 택지지구에 적용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분양가 인하를 기다리는 기대심리가 겹쳐 이들 택지지구의 소형평형은 청약률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 반면 채권입찰제 도입으로 향후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중대형평형에는 청약예금 600만 원 이상(경기도 300만 원)통장을 든 청약자들의 입질이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반기 원가연동제가 시행되면 판교, 김포, 파주, 수원 이의동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에는 수요가 꾸준히 몰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는 아파트 품질 저하와 중소건설사 고사라는 약점을 각각 안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이호상 과장은 “원가연동제 시행으로 건설사의 이윤이 축소되고 채권입찰제 도입에 따라 현행보다 최소 30% 이상 오를 것으로 추산되는 택지공급가의 손실분까지 감안한다면 아파트 품질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또 “특히 채권입찰제가 도입되면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건설사들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는 장기적으로 건설경기를 악화시켜 주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재건축개발이익환수 방안
정부의 연이은 재건축규제에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재건축 단지는 모두 숨을 죽인 양상이다. 재건축아파트 후분양실시, 소형평형의무건립비율 확대, 조합원지위 전매금지에 이어 재건축 개발이익환수까지 하루 걸러 터져 나온 정부의 규제에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형국. 특히 내년 3월 도입 예정인 개발이익환수제는 재건축시장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13일 입법 예고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의 주요골자는 재건축을 통해 늘어나는 용적률의 25%에 해당하는 개발이익만큼 임대 아파트를 의무적으로 짓도록 하는 것이다. 임대아파트로 환수되는 용적률에 대해선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이 법은 관리처분인가 이전 단계의 모든 재건축단지에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법 시행일을 기준으로 사업시행인가가 난 단지에 대해서는 개발이익의 10%에 해당하는 주택을 정부가 공시지가 수준에서 사들여 임대주택을 건립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시행 이전까지 분양승인을 받지 못한 재건축 단지는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임대주택 건립이 확실시되는 사업초기 단계의 재건축단지는 투자성 감소에 따라 아파트값 하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 단지의 경우는 리모델링으로 선회하거나 당분간 사업추진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법적용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이는 영동1단지, 개나리2차 고층, 대치진달래 등은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동시영2단지, AID차관 등 올 하반기 분양 예정인 강남권 주요 재건축단지는 임대주택건립, 개발이익환수에 따른 분양가 상승 등을 피해 청약자들이 몰릴 공산이 더욱 커졌다.
지방 투기과열지구 부분해제
전국 57개 지역에 지정돼 있는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을 단계적으로 해제키로 함에 따라 부산, 대구 등 지방 대도시의 건설부동산 경기가 숨통을 틀 전망이다. 특히 그 동안 정부가 업계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완강히 버텨온 투기과열지구의 부분해제는 지방 대도시의 분양시장을 활성화시키는데 촉매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분양권 전매를 노린 가수요를 집중시켜 아파트값 거품과 ‘떴다방’ 재등장 등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하반기 분양시장은 투기지역해제라는 단비를 만나 상반기 충청권을 중심으로 불어 닥친 열기가 지방 대도시로 확대될 공산이 커졌다.
서울시 3차 뉴타운지정
오는 10월 서울시가 지정 예정인 3차 뉴타운은 불황기 틈새시장을 쫓는 투자수요를 끌어 모을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재건축 규제강화에 따른 반사이익까지 겹치면서 재개발 지분투자는 하반기에도 활황세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는 재개발사업은 재건축과 달리 공영개발의 성격이 짙어 투기성 수요를 차단하려는 정부의 규제에서 계속 벗어나 있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도 한 몫 하고 있다.
하지만 지분매입을 고려중인 투자자라면 지난해 서울시의 도정법 조례시행으로 투자환경이 녹록치 만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해 시가 제정한 주거환경정비법 조례에 따르면 조례시행일인 지난해 12월30일 이후 단독,다가구 등을 다세대로 전환해 구분소유권을 취득한 경우 분양권은 1개만 인정받는다. 또 조례시행일 이전에 분할된 지분에 대해서는 전용면적이 60㎡(18평)를 초과할 경우는 30평형대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지만 60㎡이하인 지분은 전용면적 18평 이하의 아파트나 임대주택 등을 받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쪼갠 소형지분을 구입했다가 오히려 일반분양을 받는 것보다 비싼 값에 아파트를 배정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지분 분할이 없었던 구역 내 소형 빌라나 사업단계마다 값이 뛰어오르는 재개발지분의 특성을 감안해 구역지정 고시 직전의 1단계 구역을 눈여겨 볼 것을 조언하고 있다.
주택금융제도개선
7월 말 출시 예정인 중도금 연계모기지론은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력을 뒷받침할 재료로 꼽힌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중도금 연계 모기지론의 대출 최고한도는 1억8,000만 원. 대출비율은 아파트 분양가의 70%선으로 일반주택의 모기지론과 같다. 대출금리는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이율인 6.7% 고정금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또 중도금 연계 모기지론은 연말에 이자 상환액의 최대 1,000만 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 유동화부 정재선 차장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주택투기지역내에서 집값의 40%로 축소됨에 따라 중도금 조달이 까다로워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수요자들의 인기가 높을 전망이다”고말했다.
부동산개발 및 임대사업에 투자해 들어온 돈을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는 부동산펀드도 몸값이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의 시행으로 선을 뵌 부동산펀드는 1,000만 원 안팎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수익률도 7%를 웃돌아 소액투자자들에게 안성맞춤인 투자처로 꼽힌다. 하지만 부동산펀드가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데다 최소 2년간은 자금이 묶인다는 점에서 활성화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 의견이 많다.
길진홍기자 / tellme@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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