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의 인기는 계속될 것인가?
[부동산뱅크 2006/03/13 - 조회:9,956]
요즘 아파트값이 올라간다는 기사를 신문지상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크게 다르다. 사실 아파트값이 오르는 곳은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될 뿐 여타 지역은 크게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때 뜨거웠던 부산, 대구, 대전 등 광역시 아파트 값은 거래부진 속에 약보합을 보이고 있고 강북 아파트 값은 요지부동이다. 사실상 상승세는 강남권에 집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권은 주택시장이 등락을 거듭해도 특유의 내성을 갖고 절대 우위를 지키고 있다. 가격이 오를 땐 크게 오를 뿐 아니라, 시장이 약세를 보일 때도 하락폭이 적다. 분양시장이 침체일 경우에도 치열한 청약경쟁률을 보인다. 더욱이 이와 같은 특성은 시간이 갈수록 그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은 더욱 큰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향후엔 강남권의 우위는 일반적인 사례가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강남권이 높은 선호도와 가격강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남권이 인기를 끄는 중요한 이유는 일반인들의 인식 속에 강남권의 이미지가 고착되면서, 맹목적인 관성력을 갖게 된 것이 표면적인 원인이지만, 그 이면에 여타 지역과 다른 면모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형성된 과정을 보더라도 자연발생적인 강북과 달리 강남은 60년대 말 체계적인 개발과정을 통해 형성됐다는 점이 다르다. 개발 초기만 해도 강남권이 부동산시장의 중심권이 될 지는 어떤 정책담당자들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에 제3한강교로 불린 한남대교의 개통으로 강남이 강북권과 맞닿으면서 강남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중심권으로 부상했다. 더욱이 개발계획의 추진과정이 정부주도형으로 이뤄지면서 황금노선이라 불리는 지하철 2호선이 건설됐고, 강북 명문고를 강남권으로 이전시키고, 각종 공공기관까지 들어서면서 강남은 새로운 주거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탄생시기부터 달랐던 강남은 정책적 배려 하에 체계적으로 단계를 밟아 개발됐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차별화된 주거여건을 갖고 있다.
기본적인 인프라도 다른 지역과는 크게 다르다. 체계적인 격자형 도로망을 중심으로 간선도로가 잘 갖춰져 있고, 수도권 인근으로 연결도 잘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도심권은 물론 강남, 양재, 잠실권을 통해 수도권 주요지역을 손쉽게 오갈 수 있다. 게다가 테헤란로라는 대규모 업무시설이 자리잡아 직주근접형이라는 큰 장점까지 갖추고 있다. 인기 높은 아파트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강남권은 90년대까지 꾸준히 아파트가 공급돼 강북권인 노원구에 이어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더욱이 중대형 평형의 비율은 더욱 높아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강남권의 강세는 지속적일 수 밖에 없다. 물리적 환경 외에 사회경제적 지표도 강남권은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다. 강남권에 거주하는 세대의 세대주는 40대 중반층이 주를 이룬데다, 이들은 교육에 관심이 많고, 실제 본인들의 교육수준도 높다. 이에 따라 평균소득수준이 크게 높은 것도 물론이다. 실제로 최근 통계를 보면 4년제 이상 세대주 비율이 서울시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는 사실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강남은 체계적 개발계획 하에 높은 중대형 아파트 비율, 도로, 교육시설 등 각종 주거시설 외에도 거주주민들의 인구 질적 구성도 크게 다른 여건을 갖고 있다. 이런 사회 주거 등 다양한 여건이 갖춰진 강남권은 주택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 ‘가격상승’이다. 2001년 강남지역 아파트 평균값이 평당 1,000만 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큰 폭으로 올라 다른 지역과의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97년 부동산 뱅크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평당 매매가가 634만 원, 강남구는 914만원으로 강남은 강북 아파트값의 1.44배에 달하고 가격차이는 280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2006년 1월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평당가는 1,129만 원으로 두 배 가량 오른데 반해, 강남구는 2,531만 원으로 세배 정도 상승했다. 이런 와중에 강북과 강남의 가격 격차는 1.44배에서 2.07배로 크게 확대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타 지역과 강남권과의 가격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강남권 주택시장의 특성이 시간이 갈수록 그 우위가 확고해지면서 사실상 절대강자로 군림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강남권 주택시장이 높은 선호도 속에 다른 지역에 비해 우위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은 실제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건설산업연구원의 연구자료(김현아, ‘강남지역 주택시장분석’, 건설산업연구원, 2002년)를 보면 강남, 목동, 동부이촌동 등 서울시 인기주거지역 거주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목 동과 이촌동 거주자에 비해 강남구의 거주자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더욱 오래 거주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향후 지속적으로 강남에 머물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반면 목동과 이촌동 거주자들은 향후 선택 주거지로 강남권을 지목한 응답자가 많았다. 이를 종합하면 강남권 주민들은 강남권에 머물기를 원하는 대신, 여타 지역 주민들은 강남권으로의 진입을 희망하고 있어, 주거이동측면에서도 강남권은 자연스런 강세를 띌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강남권의 주거지역으로서의 매력도는 실제로 상당한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은 소득수준의 증가세와 함께 강남권 진입이 가능한 소득계층은 늘어나는 반면 강남권내 주택 공급이 한정된 상황에선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강남권 선호도는 갈수록 늘어나 앞서 언급했듯이 강남 이외 지역에서 강남으로 이전할 잠재유입인구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선 주택시장에서 강남권이 가지고 있는 우위는 더욱 확고해져 사실상 절대강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확실하다.
이제 강남은 주거여건의 질적으로나 가격측면에서나, 선호도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장적 측면 외에도 사회적 여건과 주거인구의 인적 구성에서도 다른 지역과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독특한 사회적 면모를 갖고 있다. 최근 강남권의 강세로 인해 강남을 대체할 신규 신도시지역을 확대 개발하는 등 각종 대책이 발표되고 있는데 판교신도시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규신도시가 강남권의 우위를 잠재울 것 같진 않다. 신도시와 같이 물리적인 환경만으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사회적으로 이미 안정되어 있는 강남권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강남과 인접한 분당이 안정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사례를 보더라도 새로운 신도시가 강남을 대체하는데 상당한 기간 소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더욱이 이미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중요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입지적 요소와 사회경제적인 제반 요소가 오랜 세월에 걸쳐 녹아 들어가 있는 지역을 새로운 공간만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은 어쩌면 현실성이 없을 수 있다.
전반적으론 강남의 인기는 지속될 것 같다. 그런 주거환경과 사회적 특성을 대체할 수 있는 주거지역의 등장가능성은 극히 희박한데다, 선호도는 갈수록 커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그러했듯이 주거지역의 양극화양상은 새로운 주거시장의 트렌드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더욱이 강남권의 강세는 아파트 위주의 시장 흐름 속에 중대형 평형 강세라는 현상과 맞물려 강남권에서도 중대형 평형아파트가 시장을 당분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 Copyright ⓒ 부동산뱅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