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브랜드화의 의미
[부동산뱅크 2006/03/02 - 조회:3,919]
2000년대 들어서 아파트의 브랜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브랜드주택에 따라 가격 프리미엄 형성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사실 브랜드주택이란 말은 외국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신규주택의 70〜80%가 아파트유형의 분양주택으로 공급되고 있는 우리나라 특유의 상황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택의 브랜드화는 주택시장이 소비자중심시장으로 전환되어가는 과정에서 주택건설업체의 사업 전략적 측면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택의 상품으로서 특징과 브랜드의 역할을 고려할 때 주택의 브랜드화는 몇 가지 점에서 주택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는 측면도 갖고 있다.
주택이 상품으로서 갖고 있는 몇 가지 주요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주택(住)은 인간이 생활하는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 중 하나로서, 소비해야하는 상품 중 가장 고가의 상품이다. 보통 소비자에게 있어서 자신의 연소득의 수배에 달하며, 따라서 주택의 구입은 일생에 한두 번이 보통이다. 한편 주택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큰 상품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거래의 쌍방 중 어느 한쪽이 다른 쪽보다 우월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정보의 비대칭성이 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우월한 정보를 가진 쪽이 자신의 이익을 목적으로 거래 상대방을 속이거나 유리한 계약조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은 그 특성상 구입이전에 소비자가 직접 관찰하거나 실험해보기 어려운 속성 들이 많다. 건물의 안전성이나 내구성, 그 밖의 시설에 대한 질적 특성은 직접 경험하기 이전에는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주택은 외부성을 갖는다. 외부성이란 자신의 경제적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거래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건물을 높이 지을 경우 인접 대지의 소유자 또는 사용자에게 일조권 침해, 사생활 침해 등 여러 가지 불이익을 주게 되지만 건물을 짓는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건물의 밀도를 결정하려 한다.
반면 상품에서 브랜드는 다음과 같은 3단계의 과정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관계를 형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먼저 브랜드의 초기 단계는 제품의 식별을 용이하게 해주는 단계이다. 소비자는 제품을 소비하면서 그 제품의 특성을 브랜드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 다른 제품과 다른 점을 인식하게 된다. 두 번째 단계는 몇 번의 소비경험을 통해 특정 브랜드에 대한 좋고 나쁨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단계이다. 좋은 이미지는 브랜드에 대한 강한 신뢰도를 형성시켜 브랜드만으로 소비를 선택하게 된다. 세 번째 단계는 신뢰의 단계를 넘어서 그 브랜드를 소비하는 행동 자체에 만족을 주게 된다. 즉 브랜드는 단지 상품적 특성을 떠나 자신의 가치관 또는 개성을 실현시켜주는 매개체적 역할을 한다.
주택의 브랜드화는 주택이 갖는 특성상 발생하는 거래상의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 소비자 및 사회적 비용을 완화시켜줄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일생에 단 한두 번 구입하는 고가 제품인 주택에 대해 구입 전 매우 신중을 기하며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게 된다. 지역적 조건 뿐 아니라 어떤 시공회사가 지은 것인지, 건물은 안전하고 생활에 편리하게 지어졌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모아 분석하여 구입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는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브랜드는 이러한 정보 수집비용을 최소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경험을 통해 강한 신뢰관계가 형성된 브랜드는 새로운 정보수집 없이 소비를 선택하게 된다. 반대로 한번 나쁜 이미지가 형성된 브랜드는 기업이 아무리 새로운 노력을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좀처럼 소비선택을 하지 않는다.
주택은 외부성이나 공공재적 성격으로 정부의 다양한 규제를 받는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중요한 소비선택 요소로 자리 잡히게 되면 기업입장에서는 브랜드관리가 경영전략의 가장 핵심적 요소가 된다. 그리고 자신의 단기적 이윤만을 추구하고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브랜드는 장기적으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기업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고 기업과 사회의 공통 이익을 추구하는 브랜드를 가져야 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의 주택시장 불안정으로 다양한 정부규제정책이 발효되고 있다. 공영개발확대, 분양가규제 등 몇 가지 점에 있어서는 가격 안정의 효과가 의문시 될 뿐 아니라 주택의 질적 수준을 10년 전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된다. 기업 간 경쟁은 반드시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아온다. 앞으로 주택의 브랜드화에 대한 의미를 좀 더 신중히 생각해봐야 될 것 같다.
< Copyright ⓒ 부동산뱅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