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것과 현명한 것 그리고 천천히
[부동산뱅크 2005/12/22 - 조회:7,205]
바야흐로 입시철이다. 중학생은 고등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은 대학생이 되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입시절이 다가왔다. 대부분의 보통사람이 경험했듯이 신학기가 되면 누구나 거창한 공부 계획을 세워 책상 앞에 붙여 놓곤 했다. 잠은 5시간 정도, 학교에 다녀와서는 빈틈이 없이 예습과 복습을 하고 그리고 하루도 쉬지 않으면서 몇시간의 낭비도 허락하지 않는 빡빡한 방과후 시간 계획과 더불어, 학교나 형들이 추천한 거창한(?) 고전이나 세계 명작 독서 계획도 세우면서 힘찬 발걸음을 한다.
그런데 우리가 계획을 세울 때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들이 발생하곤 한다.어떤 과목 선생님이 숙제를 너무 많이 내주어 그 숙제를 하느라고 하루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하루는 감기가 심하게 들어 그 날 공부를 접을 수 밖에 없을 때도 있고 , 때로는 집안에 경사가 되었든 조사가 되었든 가족의 일원으로 행사에 임하다가 며칠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몇차례 반복되어 처음 세웠던 게획과 많은 차이기 벌어지면 자연히 목표와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면서 학기초에 세웠던 계획 전체가 용두사미가 되었던 경험을 누구나 한 두번은 경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 세웠던 계획은 잘 세운 계획일까? 그리고 선생님의 숙제나 감기 몸살이나 가족의 경.조사는 돌발적인 상황이라고 변명하면서 공부의 차질을 합리화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인생살이에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돌발상황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의 과다한 숙제나 감기몸살, 경조사 행사에의 참가 등은 공부계획에 차질을 가져오는 예측할 수 없는 돌발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여러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이므로 다른 사람 때문에 나의 시간과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이를테면 학생이라면 학교 선생님의 교육방침에 영향을 받아 시간의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오염된 공기 때문에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여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공부계획을 세우는 데에 있어서 현명한 학생이라면 하루 일과 중에서 자기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많은 시간에서 계획 당시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어느 정도 고려하여 계획을 탄력적이고 여유롭게 세웠다면 아마 학기가 끝날 쯤에는 계획과 실천사이에 괴리가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너무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세운 계획은 오히려 중간에 포기하게 만들어 계획 자체가 수포로 돌아간 경험을 보통 사람들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정부는 몇 달에 걸쳐 8.31 부동산 대책을 만들었고 지금 국회에서 입법 중이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만일 이번 부동산 대책의 입법이 완료되고 이 제도가 장기간 운용된다고 가정한다면 아파트를 중심으로한 주택시장은 반드시(?) 지금보다는 훨씬 침체되어 장기 불황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지방의 농지 가격도 특별하게 개발 호재가 뚜렷한 지역이 아니라면 앞으로 거래가 심하게 위축되어 침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주택자에 대한 55 % 세율(주민세 포함) 적용과 장기보유공제 배제(2007년부터), 3주택자에 대한 66 % 세율(주민세 포함)과 장기보유공제 배제, 2주택자에 대한 실거래가 적용, 투기지역의 확대 지정, 주택거래신고지역 확대 지정 , 2007년부터 모든 양도소득세에 대한 실거래가 적용 ... 그리고 주택의 종합부동산세의 6억원으로의 하향조정 , 부재지주 농지등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의 3억으로의 하향 적용 ,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과세.....취득세와 등록세의 실거래가 적용.....부재지주 농지의 양도에 대하여 2006년부터 실거래가 적용, 부재지주 농지에 대하여 2007년부터 66 % 세율 적용과 장기보유공제 배제.... 그리고 주택의 경우 기존 대출자에 대한 추가 대출 제한등....
만약 이런 제도가 입법이 되고 시행된다면 기존 주택을 가진 사람이 새로운 주택을 취득하여 세금을 내고 나면 과연 투자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서울이나 수도권 주민들이 양도시 물가공제와 같은 장기보유공제도 하지 않은 양도차익의 66 %의 세금을 낼 각오를 하면서 지방의 토지를 취득할 수 있을까?
이사를 가려면 이사갈 주택을 취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할 자신이 없다면 기존주택 양도차익의 55 %를 세금으로 낼 각오를 하지 않으면 이사를 갈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기존 주택 양도차익의 55 %를 세금으로 내버리면 왠만한 능력자가 아니면 새집을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주택에 대해서 대출도 안된다면 가수요의 부족으로 인하여 과거에 경험했던 미분양사태가 오지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이번 8.31 부동산 대책은 집값 안정이란 목표 와 토지 시장의 안정이란 목표에는 굉장히 이상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세금이나 대출이란 금융제도를 통하여 동원할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대책을 망라하고 있는 데도 집값인나 땅값이 오른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만 앞에서 학생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정부에서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은 없을 것인지? 그리고 다음 정부에서 과연 이 제도를 끝까지 고수하여 줄 것인지에 대하여는 매우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제도가 처음에는 ？값 안정이나 토지가격안정에는 확실히 기여하리라고 보지만 이번 대책을 만들 때 정부도 생각하지 못한 돌발적인 시장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란다.
2004년 연말까지만 해도 어떤 전문가도 2005년 봄에 판교발로 시작된 아파트 가격 폭등 현상을 예견하지 못했다. 어느 현자가 있어 4800만명이 계산하고 있는 셈법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인가? 앞의 학생의 예에서 보았듯이 너무 지나치게 이상적인 제도는 시장에 착근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그리고 시장에서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준 교훈일 것이다. 우리는 급할수록 천천히 가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천천히 간 자만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100 미터 달리기로는 42.195키로미터의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유사 이래 없었을 것이다. 급할 수록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더 유연한 자세로 ..... 이런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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