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과 집값 함수관계②강남 집값, 학군과 갈라서나
[부동산뱅크 2005/11/23 - 조회:11,395]
2001학년도와 2002학년도에 치러진 대입시험은 교육당국의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1998학년도 수능 이래 나타난 수능점수의 고공행진은 평균 70.99점을 기록한 2001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반면 2002학년도 수능에서는 56.37점의 평균점수를 기록, 전 해에 비해 25.9%나 떨어지며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극심한 혼란을 야기했다.
이러한 극과 극의 난이도는 8학군 집값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2001학년도 수능 결과 발표 후 66명이 무더기로 수능만점을 기록하는 등 수능 점수 인플레현상이 나타나자 강남 집값은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11월 972만 원선에 형성돼 있던 8학군 평당가가 12월에 들어 962만 원으로 -1.06%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비강남권 집값은 0.43% 떨어지며 시험 결과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난이도 조절 실패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교육당국은 2002학년도 입시에서는 쉬운 수능을 포기, 변별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급선회했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끝이 났다.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모의고사에 비해 40~50점 가량 떨어지며 ‘수능 파동’ 사태를 낳은 것이다. 이에 예비 수험생들을 둔 학부모들의 강남 이사 행렬이 줄을 이었다. 공교육만으로 널뛰는 수능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분위기와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서울대 진학률이 가장 높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맹모들의 강남행에 불을 댕긴 것이다.
수능 전 1,168만 원이었던 8학군 집값은 이러한 이사행렬에 힘입어 다음해 1월 1,317만 원을 기록, 12.36%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학군 수요가 크지 않은 비강남권은 594만 원에서 621만 원으로 4.54% 오르는데 그쳤다. 어렵게 출제된 수능은 8학군 전세가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2001년 11월 평당 578만 원에 형성됐던 전셋값이 이듬해 1월 609만 원으로 5.19% 뛰어 오른 것. 봄 이사철 수요를 감안한도 해도 서울시 전체 전세가 변동률(3%)에 비해 약 2배 가량 높은 수치다.
전년도 수능에 비해 평균 점수가 1.57점 하락하는 데 그쳐 난이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2003학년도 수능은 8학군 집값에 미친 영향력도 미미했다. 수능 전달인 2002년 10월 평당1,714만 원이었던 8학군 집값은 12월까지 1,721만 원으로 0.39% 소폭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서울시는 8학군과 비슷한 0.40%의 변동률을 기록해 수능 결과로 인한 강남 집값 상승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처음 시행된 2004학년도 수능부터는 학군과 집값의 상관관계가 크게 희석된 것으로 보인다. 2004학년도와 2005학년도 시험이 치러진 2003년과 2004년 11월 8학군 집값 동향에서는 학군 프리미엄에 따른 가격 상승이 감지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수능이 예년과 비슷한 문제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사교육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지 않은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 이후 집값 움직임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 아파트 가격 폭등과 그에 따른 정부의 규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2003년 이후 7번에 이르는 굵직굵직한 대책들로 인해 강남학군 프리미엄의 영향력이 약화된 셈이다.
실제 2004학년도 수능이 치러진 2003년 11월 시험에서는 전년도보다 1.57점(100점 환산 점수)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8학군 아파트값은 10월 2,076만 원에서 12월 평당가는 1,998만 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수능 시험에 앞서 발표된 10.29 대책으로 인해 이미 초토화된 강남권 집값은 어려워진 수능 시험만으로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04년에는 ‘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따라 출범한 EBS 수능 강의와 내신 비중 강화 등이 강남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4월 1일 전파를 타기 시작한 EBS 수능 강의는 사교육 중심의 8학군을 제압할 복병으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8학군 집값은 4월 이후 11월까지 -4.51%나 떨어져 0.21%의 상승률을 보인 비강남권과 대조를 이뤘다.
예년 수능과 난이도가 비슷했던 2005학년도 수능 시험 이후에도 하락세로 접어든 8학군 집값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10.29 대책 입법 결과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며 12월부터 다음 1월까지 한 달간 평당 1,956만 원에서 1,947만 원까지 -0.90% 하락한 것이다. 이에 반해 비강남권은 -0.39%만이 떨어졌다.
대치동 M공인 관계자는 “예전에는 수능 시험 이후 학군과 사교육을 목적으로 강남에 입성하는 사람의 비중이 높았지만 참여정부 들어서는 재건축 및 규제, 개발호재 등에 따라 투자를 목적으로 움직이는 수요가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부동산뱅크 박선옥, 박영의 기자 pso9820@neonet.co.kr
☞ 수능과 집값 함수관계①수능 난이도 高, 강남 아파트값 ↑
< Copyright ⓒ 부동산뱅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