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비망록]생애최초대출, 잘쓰면 '보약', 못쓰면 '독약'
[부동산뱅크 2005/11/14 - 조회:6,134]
지난 7일 2년 만에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 재도입된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이 폭발적인 인기를 보이고 있다. 국민주택기금을 취급하는 국민, 우리, 농협 등의 금융기관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판매 1주일만에 모두 6,030여 명이 몰려 3,063억 원 가량의 대출을 받아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중도상환 수수료(상환액의 1~2%)가 없고, 금리가 연5.2%(연소득 2,000만 원 이하는 4.7%)대로 저렴해 은행문턱이 높기 만한 무주택 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이 마냥 내집마련의 꿈을 이뤄줄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은 나라에서 무상으로 지원해 주는 ‘공짜돈’이 아닌 매달 일정한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야 하는 대출 상품이다. 또 대출한도가 1억5,000만 원으로 담보인정비율과 소액임차보증금 (방공제)등을 감안하면 의외로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둘 부분이다.
따라서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받기 전에 자신의 보유자금과 이에 따른 구입주택의 시세상승 정도는 미리 살펴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종자돈이 한푼도 없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이용해 내집마련을 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을 이용해 기존 주택을 구입할 경우 대출한도는 1억5,000만 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거래가의 70% 선에서 매겨진다. 여기서 소액임차보증금 명목으로 방공제를 하고 나면 시세의 절반을 약간 넘는 정도가 실제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시세 2억 원짜리 주택의 경우 1억2,000만원, 1억5,000만 원짜리 주택의 경우 9,000만 원 정도가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신청, 지원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주택 구입가액의 절반 정도는 손에 쥐고 있어야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을 이용,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한가지 고려할 점은 이렇게 구입한 주택이 향후 시세상승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은 연 5.2% 고정금리가 적용된다. 1억원 가량 대출받을 경우 연간 520만 원가량의 금융비용이 발생, 매달 이자만 43만 3,000원 가량이 꼬박꼬박 빠져 나가는 셈이다.
이를 바꾸어 생각하면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이용해 구입한 주택이 최소 물가상승률 수준의 시세상승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향후 물가상승률만큼 시세상승이 꾸준한 중소형 아파트를 찾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주택시장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상태에서 시세상승은커녕 보합내지는 집값이 오히려 빠지는 단지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나마 시세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단지들은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한도액인 1억5,000만 원을 모두 끌어다 쓸 수 있는 3억 원 안팎의 30평형 아파트로 제한된다. 이보다 평형이 작고, 구입가액이 낮은 주택들의 경우 거주문제를 해결한 대가로 매달 일정한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가능성이 큰 셈이다.
따라서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을 이용해 내집마련을 하고자 한다면 개발호재, 입지가치 등을 따져 향후 시세상승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내는 안목을 갖춰야만 훗날 땅을 치고 후회하는 낭패를 면할 수 있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기자 kjh@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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