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비망록]강남별곡, ‘서민’은 없고 ‘중산층’만 있다.
[부동산뱅크 2005/11/07 - 조회:6,072]
지난 10월 31일 서울시 강남구 의회가 추진해온 재산세 50%인하에 대한 조례안 제정이 부결됐다.
세수 감소를 염려해 재산세 탄력세율 도입을 반대해온 강남구청과 재산세액 감면혜택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던 강남구 일반 아파트 주민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공시지가 상향조정과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에 반발, 재산세를 인하해 주던 일부 자치구 행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정부와 비강남권 자치구들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강남구 일대 10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경우는 재산세 탄력세율 50% 적용안이 부결됨에 따라 세액 감면 혜택을 볼 수 없게 됐다.
강남 일반 중대형 아파트와 고가 아파트 주민간 이해관계가 얽히고 ？鰕糖庸？10월 한달간 여론을 뜨겁게 달군 강남구 재산세 인하 파동은 이렇게 일단락 됐다.
그러나 이번 강남구 재산세 파동에 4만여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연립, 다세대, 다가구 주민들이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들은 개별 공시에 따른 건물과 토지의 합산과세에 이은 종합부동산세 신설로 재산세가 전년에 비해 크게 불어난 상태로 탄력세율 적용에 따른 세액 감면 수혜 대상이었다. 실제로 지난 10월 31일 재산세 탄력세율 50%적용안이 재의결에 부쳐진 열린 대치동 강남구의회 회관에는 재산세 인하에 찬성하는 단독, 다가구 주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의 주장은 10만 9,000여 가구에 이르는 일반 아파트 주민들의 강한 반발과 탄력세율 도입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일부 고가 아파트 무관심 속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이날 구의회 회관을 찾은 강남 단독,다가구 주민들은 지난해에도 탄력세율이 30%까지 적용됐는데 올해 들어 단 한푼도 깍아 줄 수 없다는 구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 강남구의 경우 참여정부 들어 공시지가가 대폭 상향조정됨에 따라 재산세 증가분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민의견을 받아들여 지난해 재산세 탄력세율 30%을 적용한 바 있다.
이처럼 지난해와 달리 구청은 물론 일반 아파트 주민까지 재산세 인하를 반대하고 나선 것은 올들어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따른 급격한 세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재산세 1.5배 세부담 상한제를 둔 탓이다. 이미 세부담 상한으로 간접적인 세액감면 혜택을 받는 주민들로서는 탄력세율 적용이 무의미 해진 것이다.
세수가 줄어들 것을 염려한 강남구청도 일부 고가아파트 주민들에게만 세액이 감면되고, 일반 서민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여론을 주도하면 일반 아파트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단독, 다가구 주민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일반아파트에 비해 가격 오름폭이 덜해 투기적 요소가 적은데도 과세표준 상향조정과 종부세 도입에 따른 재산세액 증가분을 고스란히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면 강남구청의 뜻대로 10만 9,000여가구로 추산되는 일반 ‘서민’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졌다. 그러나 강남구청이 진정한 의미에서 서민살림 살이를 챙겼는지는 되짚어 볼 일이다. 구청이 탄력세율 적용에 따른 혜택을 거의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내세우던 서민 즉, 일반 아파트 주민들은 대부분 기준시가 8억원 안팎의 단지들이다. 이는 비강남권에서 웬만한 아파트 두채는 살수 있는 수치다. 한마디로 이번 재산세 탄력세율 부결에 진정한 서민은 없었던 셈이다. 다만, 강남구민 전체의 7할이 넘는 일반 아파트 주민의 이해와 이를 대변한 자치구청의 논리만이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처럼 탄력세율 도입을 적극 반대하고 나서던 강남구청이 내년에는 재산세 탄력세율 30% 인하를 추진한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년에는 재산세 세부담 상한이 3배로 늘어날 예정으로 일반아파트 주민들 모두에게 재산세율 인하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재산세 탄력세율을 인하할 경우 올해와 달리 강남구청이 말하는 10채 중 7가구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아파트 주민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셈이다.
하루밤 사이에 수억 원씩 값이 오르 내리며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는 강남 일반 아파트, 정부가 나서 잡기에 혈안이지만 철옹성처럼 굳게 문을 걸어 잠그고, 좀처럼 꺽일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 강남 일반 아파트.
그 위세는 대한민국 아파트값을 쥐락펴락하는 것을 넘어 해당 자치구 재산세 탄력세율 인하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하루에도 수억 원씩 빚을 져 수많은 맹모들이 모여 드는 강남, 그곳에서 서민은 중산층의 또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기자 kjh@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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