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강화방안 완전 분석
[부동산뱅크 2005/09/07 - 조회:10,858]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30일에 이어 8월 30일 ‘제2단계 주택담보대출 강화 방안’이라는 깜짝 대책을 내놓았다. 다음날 예고된 ‘8.31 종합부동산 대책’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번 발표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동일 차주(借主; 돈을 빌려 쓴 사람)가 아닌 동일 세대로 제한하고 DTI(총부채상환비율) 개념을 도입하는 등의 획기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구입했던 사람들에게는 ‘8.31 대책’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단계, 주택담보대출 강화 방안 발표
대출 건수 제한 돼 신규대출 힘들어
지난 6월 30일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금융시장 부실을 이유로 주택담보대출 취급방식을 강화하는 1단계 방안을 발표했다. 외부 충격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될 경우 ‘대출회수 및 신규대출억제→ 신용공급 축소→ 가계 부채상환능력 악화 및 부실 확대→ 금융회사 동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은행과 보험회사에서 투기지역 내 신규 취급되는 6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만기 10년 초과 주택담보대출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종전 60%에서 40%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 ‘10.29 대책’에서 이미 투기지역 내 만기 10년 이하의 아파트담보대출에 대해서는 LTV를 40% 이하로 취급하도록 유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세력이 만기 10년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 중도 상환하는 식으로 투기에 이용하자 10년 이상 대출에 대해서도 LTV를 하향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은행과 보험권의 LTV가 하향 조정되면서 상호저축은행의 LTV도 기존 70%에서 60%로 낮아지게 됐다. 이렇게 되면 한 아파트로 최대 대출 받을 수 있는 비율은 감정가의 60%로 제한된다. 10년 초과 대출을 받는 아파트도 매매가의 40%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지만 아파트 구입이 가능해 수요자들의 초기 부담액이 커지게 됐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 내 아파트는 6억 원 초과, 만기가 10년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이라도 LTV가 종전과 동일한 60%로 유지된다. 서울은 모두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지만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13개 구 뿐이다. 강북구, 강서구, 관악구, 광진구, 노원구, 도봉구, 동대문구, 서대문구, 성북구, 종로구, 중구, 중랑구 등 12개의 비투기지역에서는 종전과 같은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투기 세력을 차단하기 위해 동일 차주의 투기지역 아파트(주상복합 아파트 포함)에 대한 신규 아파트담보대출 건수도 1회로 제한된다. 단, 이 방안은 투기지역 내의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한다. 때문에 기존 아파트 대출이 있다고 해도 비투기지역에서는 아파트 및 일반주택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투기지역에서도 아파트를 제외한 일반주택은 대출이 가능하다.
중도금 대출도 아파트담보대출 건수로 간주된다. 중도금 대출이 있는 차주가 투기지역 소재 아파트 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없으며, 투기지역에 건설 예정인 다른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대출도 취급할 수 없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두 건의 주택담보대출을 받게 된 차주의 경우는 1년 이내에 기존 주택 처분 후 대출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취급할 수 있다. 이 방안에 의해 기존 주택이 있는 사람은 투기지역에서 새로 아파트를 구입하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주택의 대출을 모두 상환해야만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신규 대출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2단계, 총부채상환비율 DTI 40% 제한
대출 통한 다주택자 매물 내놓게 해
1단계 주택담보대출 강화 방안은 담보 비율과 신규 대출을 제한함으로써 주택담보대출 연착륙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신규 대출만을 제한함으로써 이미 여러 건의 대출을 받은 다주택자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투기 매물이 시장으로 나오는 효과도 미미했다. 또 일부 소득이 없는 배우자와 자녀의 명의를 이용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세력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금융감독당국은 주택담보대출에도 DTI(총부채상환비율)를 도입, 기존 대출을 상환하게 하는 등 자금 압박을 주는 2단계 방안을 지난 8월 30일 발표했다.
이번 발표의 주요 내용은 취급 건수 제한 조치와 더불어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에 적용되는 DTI 개념을 주택담보대출에 도입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DTI가 적용되는 대상은 차주의 배우자와 30세 미만의 미혼 차주다. 소득이 없으면서 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구입하는 가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투기지역 안에서 본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배우자가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취급했을 때는 차주의 확실한 소득증빙서류 제출을 전제로 DTI 40% 이내에서만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즉, 일정액 이상 소득이 없으면 한 가구 당 한 건밖에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취급 건수 제한 규제 적용 대상이 동일 차주에서 동일 세대로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확실한 소득증빙을 전제로 DTI 40% 조건을 충족시키는 연소득 규모와 관련해서는, 예를 들어 만기 1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2억 원을 대출받고자 하는 A씨가 있다고 하자. 고정 금리 5.5%를 적용하면 A씨는 매년 2,600여만 원의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이 경우 다른 부채가 없다는 가정하에 연소득이 약 6,500만원 수준이 되어야 2,600여 만 원을 갚을 수 있다고 판단, 2억 원의 대출이 가능하다.
30세 미만의 미혼 차주 역시 확실한 소득증빙을 전제로 DTI 40% 이내에서만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수 있다. 한편, 부채상환능력이 전혀 없는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대출을 취급하는 것이 전면 금지된다. 기존 대출을 받은 미성년자 차주는 대출 만기가 도래하면 1년 유예기간을 부여한 후 전액 상환해야 한다. 만기연장 금지대상이 되는 미성년자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은 대출 취급일 당시 차주가 미성년자인지 여부로 결정된다. 단, 부모의 사망으로 주택과 담보대출을 동시에 승계하는 경우, 소년·소녀 가장의 경우는 예외다.
투기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취급 건수가 3건 이상인 차주에 대해서도 3건 미만으로 대출을 축소해야 한다. 미성년자 차주와 마찬가지로 1년 유예기간을 부여한 후 전액 상환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3건의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차주의 담보물건이 모두 전매 제한에 걸려 있다면 전매 제한이 가장 먼저 해지되는 시점으로부터 유예 기간이 부여된다.
2단계에 걸친 주택담보대출 강화 방안은 대출 건수가 한 가구 당 한 건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조치는 직접적인 부동산 대책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돈줄을 옥죄 다주택자들을 압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1가구 2주택 중과세, 종부세 강화 등으로 코너에 몰린 일부 가수요들이 담보대출강화라는 복병 앞에 어떠한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동산뱅크 박선옥 기자 pso9820@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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