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대책 이것이 급소다
[부동산뱅크 2005/09/06 - 조회:17,753]
투기수요 억제를 위한 주택과 토지의 양도 및 보유세제 강화를 앞두고 이를 둘러싼 여.야 간 논란이 17대 국회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1가구2주택자 양도세중과, 종부세 강화 등으로 불거진 세금전쟁은 ‘연정론’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국정 최고 지위자와 거대 야당 대표 간 기선잡기를 위한 전초전으로 번질 태세다. 덩달아 언론도 세제정책에 온통 초점이 맞춰진 양상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주택과 토지의 보유 및 양도세제 외에도 공공택지 내 부재지주 채권보상 요건 강화를 비롯한 청약제도 개선, 기반시설부담금 신설 등에 이르기까지 부동산시장의 판도변화를 몰고 올 대책들이 대거 담겨져 있다. 특히 이들 법안 중 일부는 국회 상정 절차 없이 국무회의를 거쳐 곧바로 시행 가능한 것들로 원안통과가 유력시 되고 있다. 논의의 핵심에서 비켜서 있지만 무심코 지나쳤다가는 어느 한순간 발목을 잡힐 수도 있는 8.31대책 주요 현안을 들여다본다.
[청약]
소득수준 고려한 무주택 우선순위 산정[주택공급규칙 개정]= 정부는 이번 대책에 실수요자들에게 청약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무주택 기간에 가족 수, 소득, 자산 현황, 통장 가입기간 등을 고려한 새 청약제도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청약제도 개선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 사항으로 국무회의 심사만으로도 도입이 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이는 생각처럼 간단치만은 않은 일이다. 우선 자영업자의 소득 수준 파악이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속칭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급여 생활자의 경우 소득이 그대로 드러나는 반면 자영업자의 경우 대부분 실제 수입보다 낮춰 신고를 하는 등 소득 수준 파악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즉 소득수준을 고려한 무주택자 청약 우선권은 주택 청약에 월급 생활자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큰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안대로 소득수준을 비롯한 가족 수, 자산현황, 통장가입 기간을 따져 무주택 우선순위가 매겨 진다해도 동일 순위 추첨경쟁으로 갈 것이냐, 개별 순위에 따른 우선 당첨권을 인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전처럼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국민주택규모 이하 분양물량에 대해 만 35세 이상 5년 무주택세대주 요건을 갖추면 일정물량에 추첨분양 식으로 갈 것인지, 혹은 매겨진 순위에 따라 무주택 공급 분을 나눠줄 것인지 하는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주무부선인 건교부 주택정책팀도 아직까지 이에 대한 뚜렷한 기준안을 마련을 해놓지 못한 상태다. 주택정책팀 김종신 사무관은 “소득수준, 자산현황, 가족 수 등을 수치화해 청약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여론 수렴과 연구용역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7월 정도에 뚜렷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무주택 서민들의 경우 막연히 청약제도가 개선돼, 주택 청약당첨 확률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는 당분간 접어야할 전망이다. 아직까지 정부의 무주택자 청약 우선권 강화는 장미빛 환상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한편 현행 청약제도는 투기과열지구 내 만35세 이상 5년 무주택세대주 요건을 갖춘 1순위자 에게 전용면적 25.7평 이하 공급물량의 75%에 우선 청약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또 판교 신도시 등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의 경우 우선공급 분으로 배정되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75% 물량이 35세 이상 5년 무주택세대주 35%, 40세이상 10년 무주택세대주 40%가 각각 배정된다.
[토지]
공공택지내 부재지주 채권보상 의무화[토지보상법 개정]= 정부는 공공택지개발에 따른 토지 현금보상 요건을 강화해 이에 따른 인접지역 대체토지 수요를 억제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공공택지 토지보상금이 인근 토지시장으로 다시 유입되는 것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이는 그동안 정부가 개발 계획 남발로 주택의 재료인 땅값 상승을 초래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참여정부 들어 잇따른 택지개발사업과 행정중심 복합도시건설, 기업혁신도시 등의 개발 계획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보상을 염두에 둔 땅 투기가 만연했다. 아울러 이같은 토지보상금이 흘러들 것을 대비해, 개발 인접지역의 땅값도 덩달아 치솟았다. 정부는 이같은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재지주 현금보상 요건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이전까지 토지 소재지를 포함한 인접 시.구에 택지개발계획승인 이전에 거주를 하지 않은 부재지주라 해도 3,000만 원 이상 초과분에 대해 현금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부재지주에 대한 채권보상이 언급돼 있는 토지보상법 63조2항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 사항일 뿐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법개정을 통해 앞으로 부재지주의 경우 3,000만 원 을 넘는 보상금액에 대해서는 채권보상을 의무화 한다는 계획이다. 또 부재지주에서 제외되는 요건을 강화해 공공택지로부터 20km이내 거주지를 두고 있어도 채권보상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는 판교와 20km 이내에 위치한 일부 강남주민들이 판교 신도시 조성에 따른 토지보상에서 대거 현금을 받아간데 따른 것이다.
이 법안은 국회심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도입예정으로 법 시행 후 토지보상을 앞둔 모든 택지지구에 적용된다는 게 건교부 토지정책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당장 토지보상 시행을 앞둔 연기 공주 등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비롯한 공공택지지 내 땅을 소유한 부재지주들의 채권보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주변 토지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차단돼, 토지시장 침체를 거들 전망이다.
토지보상 채권은 5년 만기로 이율은 3년 만기 정기예금 수준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리모델링]
기반시설부담금 부과[새로 법률제정]= 정부는 개발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기반시설부담금에 관한 법률을 추진하고 있다. 기반시설을 갖춘 토지 공급 확대 및 투기. 난개발 억제를 통해 토지시장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기반시설 부담금 대상에는 신규주택, 상가, 오피스텔, 재건축, 재개발 등의 개발행위가 포함돼 있다.
기반시설부담금은 도로나 학교, 상하수도, 공원, 녹지, 폐기물처리시설 등의 시설 설치에 따른 공사비와 용지매입비용을 더한 원단위비용에서 건축연면적을 곱한 값으로 산출된다. 정부는 여기서 사업시행자에게 30% 가량의 부담금을 물릴 방침이다.
정부는 국회상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으로 법 시행일을 기준으로 신규주택, 상가, 오피스빌딩, 재건축, 재개발 등 모든 건축행위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특히 재건축 사업의 경우 사업단계와 관계없이 건축 연면적 증가가 이뤄지는 모든 사업장에 기반시설부담금을 내도록 할 방침으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임대주택건립 의무화로 발이 묶인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수익성 하락이 또다시 불가피한 실정이다.
땅값이 비싼 강남의 경우 기반시설 설치를 위한 용지 매입비용이 높게 책정돼 이에 따른 원단위비용 상승으로 부담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만 연면적 증가가 없는 재건축 사업의 경우 기반시설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을 전망으로 1대1재건축을 추진하는 일부 중층 단지의 경우 이를 비껴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연면적 증가가 이뤄지는 아파트 리모델링 역시 기반시설부담금 대상에 포함될 예정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형 2주택 장기보유]
2주택자 장기보유 특별공제 삭제[소득세법 개정]= 이번 정부 대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1가구 2주택자의 중과세 부분이다.
정부는 다주택 범위를 2주택자로 확대, 당장 내년부터 투기지역 지정여부와 관계없이 양도차익을 실거래가로 산정하고, 2007년 부터는 50%의 단일 중과세율을 매기겠다고 나섰다. 다주택 개념이 2주택 보유자로 낮춰짐에 따라 장기보유에 따른 특별공제 혜택도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투기와는 거리가 먼 강북을 비롯한 일부 노후주택 밀집지역 거주자 중 10년 또는 20년 이상 2주택을 갖고 있는 서민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들은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다가 상속 또는 증여 등을 통해 ‘얼떨결’에 2주택 자가 된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시세상승도 둔한 노후주택을 수십 년동안 보유해온 서민들이다.
정부가 서울 수도권에서 기준시가 1억원 미만의 주택의 경우 2주택 보유 판정에서 제외키로 기준을 뒀지만 최근 강북 개발 붐을 타고 훌쩍 1억원을 넘어버린 사례가 허다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발표 이전부터 2주택 중과세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제시해 왔다. 예컨대 2주택자중 일정규모 이하의 소형주택을 10년 또는 20년 이상 보유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 등을 남겨두는 방안이 그것이다.
그러나 주무부서인 재경부는 2주택자의 다주택 판정에 있어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부 2주택자를 중심으로 양도세 중과는 물론 장기보유에 따른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되는 등 선의의 피해자 양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국조세연구원 노영훈 선임연구원은 “단순히 주택 보유 수만을 기준으로 세금중과가 이뤄지는 것은 세제강화를 통한 투기수요 억제라는 근본취지와 맞지 않다”며 “새 제도 도입에 따른 서민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기자 kjh@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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