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대책' 감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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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뱅크 2005/09/01 - 조회:10,200]

한 달 이상 끌어온 8.31부동산 대책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세제 강화와 공급확대, 서민주거 안정 등이 주요 골자다.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폐지, 학군 개편, 분양원가 공개 등의 깜짝카드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송파구 거여지구 200만 평에 5만 가구를 짓는 것. 이번 발표의 주무부서인 경제부총리는 “투기는 이제 끝났다”, “부동산 투기는 필패라는 사회적인 믿음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호언장담했다. ‘8.31부동산대책’의 주요 감상 포인트를 분석해봤다.

첫째, 이번 대책이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8.31 부동산 대책’은 ‘10.29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사생아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나오지 않아도 될 정책이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핵심 정책은 사실상 ’10.29대책’ 안에 거의 모두 포함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올해는 참여정부의 4대 부동산 개혁 정책이 실현되는 해이기도 하다. 주택시장이 가장 안정되어야 시점. 하지만 판교신도시에 대한 정책 실패,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언급 등으로 주택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며 가격이 급등하게 된 것이다. 세심한 정책 결정과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했다면 ‘8.31 부동산대책’은 세상에 나오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둘째, 효과는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10.29 대책’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0.29대책’ 이후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2~3달 만에 1억 원 이상 하락한 단지가 속출했다. 그 후 작년 4월 총선까지 회복세를 보이다가 4월 말 주택거래신고제가 도입되면서 올 2월까지 가격이 안정세가 이어졌다. ‘8.31대책’도 큰 변수가 없는 한 내년 초까지 하락세를 이어가다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약간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연말까지 안정세를 보이고 2007년에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송파구 거여지구 신도시는 강남 집값을 안정시킬 것인가? 이는 일산, 분당 등 5개 신도시 건설 때의 집값 추이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5개 신도시 추진이 본격화된 ‘89년과 ‘90년에는 2000년 이후보다 더 극심한 투기 바람이 불었다. ‘89년 서울 집값은 60%를 넘게 올랐다. 하지만 입주가 시작된 92년 이후 외환위기까지 약 6년간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안정세를 보였다. 따라서 분양이 시작되는 2008~2010년까지는 투기적 수요로 인해 시장이 과열될 수 있을 것이나 입주가 시작되면 강남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물론 경실련의 주장대로 송파 거여지구도 판교신도시에서 보듯 강남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주변 집값만을 폭등시킬 수도 있다. 또한 강남지역에 신도시를 추진한다는 것이 강남북 균형 발전에 역행한다는 것도 새겨 들어야 할 대목이다.

넷째, 1가구 2주택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007년부터 1가구 2주택자들은 양도차익에 대해 50%의 단일 세율이 적용되며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내년까지는 양도차익에 대해 9~36%(2년 이상 보유기준)이 적용되며 장기보유특별공제의 혜택도 받는다. 그렇다면 1가구 2주택자들은 내년 안으로 매물을 내놓게 될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강남권의 매물이 대거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2~3년 동안 강남권의 가격 급등을 감안한다면 36%의 세율이 적용된다고 해도 양도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보유세 부담보다 집값이 더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불패신화’와 과거의 학습효과를 기억한다면 1가구 2주택자의 매물이 쉽사리 시장에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째, 실수요자들은 내집마련에 적극 나설 것인가? 집 구매 의사가 있다면 실수요자에겐 연말까지가 기회다. 하지만 재건축단지나 일부 급매물을 제외하고는 생각만큼 하락한 매물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좀 떨어졌겠지’ 하고 중개업소에 갔다가 높은 가격에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돌리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10.29대책’ 이후에도 일반 아파트값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분양을 받으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분양가 규제를 받는 공공택지가 아니면 높은 분양가를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실수요자들에겐 연말까지가 내집마련의 호기이지만 급등한 집값과 높은 분양가가 내집마련에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