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비망록] 고밀도지구, 서울시-건교부 싸움에 울상
[부동산뱅크 2005/06/11 - 조회:3,511]
"그런 뜻 아닌데...”
서울시-건교부 감정싸움에 고밀도지구만 미운 털
최근 서울시와 건교부가 집값 앙등에 대한 책임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서울시와 건교부간의 감정싸움에 애꿎은 고밀도 아파트지구 개발계획 만 천덕꾸러기가 된 점이다.
서울지역 10개 고밀도 아파트지구 개발 기본계획 변경안이 공고된 것은 지난 6월 8일. 아파트지구는 법적으로 사라진 제도지만 서울시가 공고한 이번 10개 고밀도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상 정비계획과 지구단위계획을 모두 수립한 것과 같은 위상이다. 이에 따라 각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올 연말께 기본계획이 확정되면 곧장 안전진단을 신청하는 등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고밀도지구 개발기본계획이 지난 9일 이명박서울시장과 건교부가 ‘군청’, ‘면장’을 들먹이며 부동산정책실패 책임 떠넘기기 공방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터져 나온 것.
건교부 입장에선 집값 상승의 주범을 강남권 재건축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을 ‘독려’하는 계획이 발표된 것에 발끈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번 고밀도지구 기본계획은 건교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사업 추진 불가 방침을 밝혔던 중층재건축단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교부의 격앙은 한층 더 커졌다는 후문이다.
결국 건교부는 고밀도지구 기본계획이 나온 즉시 해당 자치구의 소관행정인 안전진단에까지 개입할 의사를 밝히면서 중층재건축 불허 방침을 재천명했다.
하지만 사실을 따져보면 논란이 되고 있는 이번 고밀도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은 ‘시차 적응’을 못한 피해자에 불과하다. 즉 서울시는 이명박 시장이 취임하기 전인 5년 전부터 이미 재건축 추진 단지의 민원에 따라 이들 고밀도 아파트지구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또한 고밀도지구 계획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서울시가 강화한 재건축 연령제한에 걸리는 단지들이 많아 사업 추진이 반드시 가능한 것도 아닌 상황이다.
문제가 된 기본계획 발표도 이명박시장의 행보와는 전혀 상관없이 절차에 따라 지난 6월 8일 발표됐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이야기다. 고밀도지구 기본계획을 담당한 서울시 아파트지구계획팀 관계자는 “자치구와 각 단지 조합원들의 민원에 따라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절차가 늦어져 오히려 발표시기도 1주일가량 연기됐다” 라며 고밀도지구 기본계획 발표가 건교부가 발끈한 ‘재건축 독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밝혔다.
또 “이번 고밀도지구 기본계획은 정비계획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아직 자치구의 승인도 받지 못했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은 상태라 법적효력은 전혀 없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초 반포지구 등 몇몇 고밀도지구는 이미 기본계획이 수립돼 자치구에 내려간 상황이다.
따라서 고밀도지구 기본계획은 우연히도 이명박 시장과 건교부가 공방전을 벌이는 시점에 공고된 탓에 공연히 ‘등만 터진’ 결과를 빚은 셈. 결국 애꿎은 고밀도지구 조합원들만 한층 더 후덥지근한 여름을 보내게 됐다.
부동산뱅크 이동훈기자/inkeiser@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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