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에도 커뮤니티 바람 확산
[부동산뱅크 2005/06/10 - 조회:21,530]
인터넷 문화의 확산과 더불어 아파트 입주자들 간의 의견교류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부녀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아파트 현안에 대한 담론이 인터넷 커뮤니티로 옮겨가고 있다. 커뮤니티는 인터넷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아파트 입주자들의 제한 없는 참여와 활발한 토론을 가능케 하고 있다.
하자보수에서 홍보까지 다양한 공론의 장으로 활용
“건설사에서 조경을 새로 해준다는데 건설사 예산과 하자보수 보증금을 합쳐 잔디광장을 다시 조성하면 좋겠습니다” 월계동 A아파트 게시판에 올라온 한 입주민의 글이다. 지난 5월 23일에 올라온 이 글에는 벌써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찬성이라는 내용부터 잔디는 관리가 힘드니 조경에 더 신경을 쓰자는 내용까지 입주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게시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2001년 입주한 A아파트는 2003년 인터넷상에 커뮤니티를 개설해 6월 현재 전체 3000여 가구 중 500여명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커뮤니티를 개설한 입주자 김모 씨는 “우리 아파트는 인근에서도 커뮤니티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꼽힌다”며 “하자와 관련된 문제뿐 아니라 입주자 대표회의 선출이나 관리업체 선정과 같은 다양한 문제에 대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자보수나 대표회의 선정과 같은 아파트 내부의 문제뿐 아니라 입주자 전체의 권익과 관련해 공기관에 민원을 제기할 때도 커뮤니티의 활용도가 높다. 2003년 9월 입주한 흑석동 동양아파트는 입주 전부터 커뮤니티를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원 산책길 축소와 물길 공사. 동양아파트 입주자들은 아파트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공원 때문에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구청과 시청에 활발하게 민원을 제기했다. 그 결과 공원에 나무를 더 심고 아파트와 인접한 산책길을 최소화해 사생활 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또 아파트가 산 중턱에 지어져 장마 시 홍수 피해가 예상됐으나 입주자들의 민원으로 물길을 파는 공사와 옹벽 공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모두 커뮤니티를 통한 입주자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커뮤니티를 개설한 입주자 김문호 씨는 “동양아파트는 입주자들 중 젊은 사람들이 많아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었다”며 “아파트 입주 전 조합원 중 3분의 2 가량이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각종 민원을 제기해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냈던 것이 입주 후인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현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월계동 A아파트 게시판.
아파트 커뮤니티의 개설 목적 중 아파트 홍보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개설된 아파트 커뮤니티 중 대부분이 입주자들에게만 개방돼 있다. 하자보수나 입주자들 간 불화 등 아파트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는 문제들을 굳이 외부에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소개 페이지에는 단지 내 시설부터 주변 편의시설, 교통 안내, 단지 내 사진까지 아파트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설명돼 있을 뿐 아니라 커뮤니티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아파트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동양아파트 관리소장 윤여생 씨는 “커뮤니티를 보고 아파트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아파트 매입을 고려하는 사람들이나 커뮤니티를 찾는 사람들에게 아파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커뮤니티뿐 아니라 지역별 아파트연합회들의 활동도 눈에 띈다. 지역 내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아파트 커뮤니티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래동 내 13개 아파트 연합인 ‘문래동아파트주민협의회’는 2000년 설립 이래 현재까지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래동아파트주민협의회 발기인 배준호 씨는 “문래동 주민 중 1만 2,0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개별 아파트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에 공동으로 대응해 롯데삼강 공장 부지 이전, 강남순환 고속도로 통과 구간의 지하 변경, 초등학교 유치 등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아파트 커뮤니티가 입주자들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한다며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커뮤니티 운영자들은 “커뮤니티가 입주자들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측면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일부에 의해 운영되는 아파트가 아니라 전 주민들에 의해 운영되는 투명한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서도 커뮤니티 운영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공간적, 시간적 한계로 다뤄지기 어려웠던 현안들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논의되고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더 좋은 아파트를 만들려는 입주자들의 노력이 계속되는 한 아파트 커뮤니티 바람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부동산뱅크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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