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과연 살만할까?
[부동산뱅크 2005/06/03 - 조회:24,151]
정부의 적극적인 임대아파트 정책으로 임대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임대아파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게 엄연한 사실. 임대아파트의 고급화와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단지 양적인 증가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주민들 임대아파트와 담 쌓고 주변 아파트 가격에 영향 미쳐
마포구에 위치한 A아파트. 총 2,000여 세대 중 500여 가구가 임대아파트이다. 아파트 단지는 마포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임대아파트로 가기 위해서는 10분 가까이 걸어야 한다. 아파트 출입구를 통해 임대아파트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임대아파트로 가기 위해서는 한참을 더 걸어 임대아파트만의 출입구로 들어가야 한다. 일반 아파트와 임대아파트는 함께 있지만 높다란 담으로 구분돼 있다. A아파트 단지 상가 내의 한 상인은 “출입문도 다르고 담으로 막혀 있어 가까운 거리도 멀리 돌아서 가야 한다. 임대아파트 거주자들의 불편은 크겠지만 정작 일반 아파트 주민들은 임대아파트 주민들과 어떻게든 떨어지려 한다 ”고 전한다.
임대아파트가 많은 수서동. 수서동은 강남구에 위치했지만 임대아파트가 많아 서민 동네라는 인식 탓에 일반 아파트의 가격까지 낮게 거래되고 있다. 수서동과 일원동은 바로 옆에 있지만 수서동의 평당 매매가는 1,384만 원으로 일원동의 2,004만 원에 비해 69%선에 머물고 있다. 매매가 상승률 역시 수서동이 올 들어 1.41% 떨어진 반면 일원동은 7.4% 상승했다. 임대아파트가 많다는 이유로 수서동의 일반 아파트까지 저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공, 임대아파트 고급화 통해 살고 싶은 아파트 지을 예정
대한주택공사(이하 주공)는 지난 3월 14일 올 해 7만 9,000가구의 국민임대 · 공공임대 아파트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마포와 수서동의 경우처럼 주민들 스스로 임대아파트와 담을 쌓고 임대아파트가 있다는 이유로 동 자체가 저평가되는 현실에서 임대아파트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에 주공 홍보팀 손주석 대리는 “지금까지 임대아파트 하면 못사는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 일반 아파트보다 입지도 떨어지고 외곽에 있는 불편한 아파트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주공에서도 이런 인식 변화를 위해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입지나 설계, 조경 등 민영아파트와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 임대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이다. 강서구 등촌11단지 국민임대와 남양주 평내지구 공공임대 아파트가 민영아파트 이상으로 잘 지은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등촌동 11단지 아파트는 5호선 발산역 역세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변 교육시설과 편의시설이 풍부하다. 350세대로 규모는 작지만 장애인의 휠체어 사용이 수월하도록 아파트 내부에 턱을 없앴고 현관 앞 휠체어 공간을 따로 내주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를 했다. 용적률도 180% 대로 다른 단지보다 낮게 적용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500세대 미만은 보육시설을 짓지 않아도 되지만 임대아파트에 맞벌이가 많다는 것을 감안해 보육시설을 짓는 등 입주민의 편의를 최대한 도모했다. 이런 세심한 배려로 비록 국민임대아파트지만 기존의 임대아파트보다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고 주변 단지들의 평판도 좋은 편이다.
남양주 평내택지개발지구의 내에 위치한 공공임대 아파트는 1,050세대 대단지로 평내지구 초입에 위치해 있다. 평내초, 평내고가 단지 앞에 위치하고 중학교도 신축 중에 있다. 아직 주변 편의시설과 교통시설은 떨어지는 편이나 이는 임대아파트의 문제라기보다는 평내지구 전반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남양주 별내 공공임대아파트 단지 조경, 생태실험학습장, 1층 개인정원, 단지에서 바라본 중앙공원.
평내지구의 국민임대아파트는 주변 민영아파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뛰어난 조경과 조망권을 자랑한다. 용적률이 190%, 건폐율 14.7%로 주변 단지보다 쾌적할 뿐 아니라 1층에 개인정원, 최상층엔 다락방을 제공, 민영아파트에 뒤지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넓은 부지에 낮은 용적률과 건폐율을 적용한 덕택에 어린이를 위한 생태실험학습장도 만들어져 있다.
인근 우남공인 유재선 대표는 “임대아파트라 거래가 안되기 때문에 주변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정확히 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입주민들이 만족해 하는 것 같고 주변에서도 임대아파트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지도 않는다”고 말해 기존 임대아파트와는 다른 평가를 내렸다.
주공은 등촌11단지와 남양주 별내지구 아파트를 모범사례로 삼고, 살고 싶은 임대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좋은 입지, 친환경적인 설계와 조경 등 민영아파트에 비해 뒤지지 않는 아파트를 지으면 자연히 살고 싶은 임대아파트가 될 것이고, 주변에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지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부 설계 및 옵션 등은 민영아파트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앞으로 임대아파트의 고급화를 위해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임대아파트를 일반인들의 차가운 시선을 거둘 때 진정 서민들을 위한 임대아파트가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수도권 지역 공공임대 · 국민임대 공급 계획
부동산뱅크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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