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분쟁 한방에 끝내는 법
[부동산뱅크 2005/05/14 - 조회:8,590]
역전세난으로 인한 전세분쟁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청 임대차분쟁 상담실에 한달 평균 걸려오는 전화만 해도 1,100여 건. 그만큼 전셋집 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세입자들이 많다는 증거다. 서민들에겐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 세입자들을 위한 권리 보호책을 꼼꼼히 살펴, 전셋집 분쟁을 슬기롭게 해결해 보자.
“전세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됐어요.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집주인이 전세가를 터무니없이 높게 내놨어요. 집이 나가기 전에는 전세금을 줄 수 없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건가요” 임대차 관련 상담실에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걸려오는 전화다. 전세금을 찾지 못해 애타는 세입자들의 문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러나 이 문제들 중 대부분은 세입자 권리 보호책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문제는 세입자들이 권리 보호책에 무지하거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에 있다. 다음의 사례들을 통해 전세 분쟁 예방책과 해결책을 함께 살펴보자.
전세금 보장 위해 대항권, 우선변제권 확보는 필수
99년 결혼한 김모씨는 경기도 화성 다가구 주택 반지하에 800만 원으로 전세를 얻었다. 그 건물에 1억 원의 부채가 있다는 사실이 걸렸지만 시가 3억 원짜리 건물에 1억 원은 기본이라는 중개사의 말을 듣고는 덜컥 계약을 했다. 얼마 후 반지하에 상습적으로 물이 차기 시작하더니 장마철엔 이불이 흠뻑 젖어 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김씨는 전세금 1,300만 원에 2층으로 집을 옮기는 게 어떻겠냐는 집주인의 제안에 주소지도 옮기지 않고 2층으로 이사를 했다. 그러나 얼마 후 그 집은 경매에 부쳐졌고 김씨는 전세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그 집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라는 전세계약 시 필수적인 과정을 간과했다. 전세금을 보장 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임차주택 소유자에 대하여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대항권과 임차주택이 경매 또는 공매될 경우 후순위 권리자에 우선하여 배당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을 갖추는 것이 필수이다. 이러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입주, 전입신고, 확정일자라는 3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만약 김씨가 2층으로 옮기면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추었다면 소액임차인으로 보호를 받거나, 경매 시 후순위권자에 우선하여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임대차 권리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소액임차인이란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보증금 4,000만 원 이하, 인천시를 제외한 광역시에서는 3,500만 원 이하, 기타지역에서는 3,000만 원 이하인 주택의 세입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경매신청의 등기 전에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쳤다면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다. 변제금액은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1,600만 원, 광역시에서는 1,400만 원, 기타지역에서는 1,200만 원이다.
전세금을 보장 받기 위해 확정일자보다 더 강력한 것이 전세권 설정이다.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면 세입자가 직접 집을 경매에 부칠 수 있고,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다른 세입자를 들여 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세권 설정 시 집주인의 동의 및 인감증명서가 필요하고, 비용이 전세금의 0.2%로 많이 들어 실제로 전세권을 설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세권설정이나 확정일자를 받기에 앞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등기부상에 압류, 가압류, 가처분, 가등기, 저당권 등이 설정된 주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 저당권이나 전세권이 설정된 집을 계약할 경우에는 등기부에 나타난 채권액과 전세금, 자신을 포함한 임차보증금의 총합이 아파트 시세의 60%, 단독주택 시세의 5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계약직후 집주인이 근저당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계약 직전은 물론이고 중도금과 잔금을 치를 때, 전입신고 직전 등 모두 4차례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집주인과 협의 안될 땐 소송으로 해결해야
안산에 사는 최 모씨는 전세를 얻어 주민등록 이전과 확정일자를 모두 갖췄다. 2년의 전세기간이 모두 지났지만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중 인사발령으로 급하게 이사를 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최씨는 주소를 이전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한다는 말을 듣고는 어떻게 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
최씨는 우선 임차권등기를 하고 주소지를 옮길 수 있다. 임차권등기를 하면 계약기간 완료 후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한 세입자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한 채 자유롭게 주거지를 이전할 수 있다. 최근 임차권등기는 지속적으로 늘어 서울 북부지방법원에서만 한 달 평균 신청 건수가 40건 내외에 이른다. 그만큼 전세금을 돌려 받지 못해 애태우는 세입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임차권등기명령신청은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지방법원지원 또는 시·군법원에서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효력은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시점부터 발생하므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후 바로 주소지를 옮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임차권 등기를 한 후에는 집주인과 협의를 통해 전세금 반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협의가 쉽지 않을 때는 상담 기관을 통해 법적 해결 방안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서울시 임대차분쟁조정 상담실이나 대한법률구조공단, YMCA 시민중계실 등에서 임대차 분쟁을 상담해주고 있다. YMCA 시민중계실에서 임대차분쟁 상담을 맡고 있는 김희경 간사는 “전세금을 돌려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송을 하는 것” 이라며 “민사조정심판이나 전세금반환청구소송을 이용해 전세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사조정심판은 판사나 조정위원회가 분쟁당사자들의 주장을 듣고 조정안을 제시하여 합의에 이르도록 하는 제도다. 소송 비용이 일반 소송의 1/5 정도로 저렴하고 기간도 최대 2달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만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이 강제조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한다. 집주인이 조정안에 이의신청을 하면, 민사조정 절차는 종료되고 보증금반환소송이 진행된다.
보증금반환소송은 소액사건심판절차에 따라 진행돼 사건의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다. 소송을 진행하기 전에 먼저 집주인에게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면 된다. 재판은 1회 원칙으로 피고가 불출석하고 답변서도 내지 않으면 즉석에서 원고에게 승소 판결이 내려진다. 판결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경매신청이 가능하다.
전세금 보장, 서민들의 생존권 문제
다양한 보호 방안 마련돼야
세입자를 위한 보호방안 외에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는 집주인을 위한 구제책도 있다. 정부는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는 집주인을 위해 국민주택기금을 이용해 저리로 전세금반환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다. 작년 9월에 시작한 이 제도는 이사철이면 비수기에 비해 신청 건수가 3~4배 늘어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지는 않다. 연 5.2% 금리로 최고 2,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전세보증금으로 고민하는 집주인들은 전세금반환자금 대출을 고려해 볼만 하다.
서민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할 수 있는 전세 분쟁. 전세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인가. YMCA 시민중계실 김희경 간사는 “전세 분쟁 해결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가장 필요하다”며 “전세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상담 기관을 통하거나 법적인 해결책을 이용해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세입자들에게 중개업소나 상담소가 법률적인 문제를 대행해 줄 수 있는 제도도 빠른 시일 안에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세분쟁관련 상담기관
부동산뱅크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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