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기준시가의 책정기준은 합리적인가?
[부동산뱅크 2005/04/25 - 조회:6,633]
국세청의 아파트 기준시가의 기준이 다양화된다. 국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과거 상층, 중층, 하층에 따라서만 기준시가를 상이하게 책정하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향, 조망, 일조, 소음 등의 환경적 요인들을 감안하여 기존보다 세분화된 기준시가를 매기게 된다고 한다.
과거 국세청의 기준시가 책정기준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아파트의 층별효용비율이다. 즉, 로얄층, 준 로얄층, 저층 혹은 최상층으로 층을 구분한 후 상이하게 기준시가를 책정하는 것인데, 이는 한 동의 각 아파트 세대들 간, 층에 따라 그 가격이 시장에서 상이하게 형성된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실제로 층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상이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사실이며, 아파트분양시장에서도 분양가 산정시 층에 따라 가격을 상이하게 매기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다. 통상적으로 20층 정도의 아파트 한동이 있다고 하면, 7층부터 15층 정도가 로얄층으로 구분되어 가장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1층부터 3층, 그리고 최상층정도가 비선호되는 층으로서 저가로 형성되고, 나머지 층이 준로얄층으로서 그 중간정도의 가격을 형성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층별 효용비율만이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며 이 때문에 국세청은 좀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기준시가를 매기기 위하여 향, 조망, 일조, 소음 등의 환경요인을 감안하고자 하는 듯하다.
그러나, 환경요인들의 추가적 감안만으로는 현재 기준시가의 합리적 산정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그이유는 첫째, 우선 기존의 층별 효용비율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층별효용비율은 사실상 작성된지 상당히 오랜기간이 지난 것이다. 즉, 주로 30층 이하의 아파트들만이 존재할 때 작성된 기준으로서 현재와 같이 고층의 아파트들이 들어서있고, 여기에 덧붙여 초고층아파트, 주상복합 아파트 들이 일반화되어 있는 요즘과 같은 때에는 과거와 같은 층별효용비율로는 시장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즉 20층짜리의 기준을 30-40층에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어떠한가? 저층이 상가로 형성되어 있고 그 위에 아파트가 들어서있는 경우, 기존에 로얄층으로 설정되던 중층은 상가로부터의 소음이나 분진을 이유로 가장 저가로 형성될 것이다. 초고층 아파트는 또 어떠한가? 초고층 아파트의 경우에는 기존의 최고층이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최고층이 가장 선호되는 층으로 바뀌고 있다.
결론적으로 층별효용비율은 최근의 아파트 유형이 다양화되고있는 것을 감안하여 새롭게 설정되어야 하며 이러한 새로운 경향이 아파트 기준시가 책정시 반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다양한 지역을 선정, 표본조사를 통해 실증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층별효용비율의 문제 외에 두 번째로 기준시가의 책정시 고려되는 환경요인들에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물리적요인(단지특성, 주거특성), 입지적요인, 환경적 요인, 기타요인이 바로 그것이다. 물리적요인은 평수, 층, 방개수, 화장실수, 난방형태등의 주거특성과 단지규모, 건폐율, 용적율, 조경면적 등의 단지특성으로 구성되며, 입지적 요인은 학교까지의 거리, 전철역까지의 거리, 공공시설등과의 거리, 학군등을 말한다. 환경적 요인은 향, 조망, 프라이버시, 일조, 소음 등이며, 기타요인은 아파트 브랜드, 매매회전율, 관리비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유의하게 미치느냐 아니냐는 분석대상 아파트에 따라 달라질수도 있다. 즉 어떤 아파트의 경우에는 10가지정도의 요인들이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는 반면, 어떤 아파트의 경우에는 5가지 정도의 요인들만이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마디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 라고 하겠다.
하지만 부동산학계에서 여러 경험적 연구를 통하여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평형이며, 그다음으로는 세대수(단지규모), 학교까지의 거리나 전철역까지의 거리, 조망․소음․일조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들의 순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덧붙여 아파트의 브랜드가치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세청의 기준시가 책정방법은 층별효용비율외에 환경적 요인만을 고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가격은 평당가격을 사용한다고 하면 이미 평형이 고려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아파트의 각 위치별로 기준시가를 매긴다고 한다면, 학교까지의 거리나 전철역까지의 거리, 세대수들이 각 세대별로 동일한 값을 가지기 때문에 고려될 필요는 없다.
문제는 환경요인을 고려함에 있어서 어떤 방법론을 사용할 것인가이다. 부동산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헤도닉가격모형이라는 것을 제안하여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요인들을 동시에 고려함으로서 실질적인 조망가치, 혹은 일조가치를 추출할수 있다는 것을 보인바 있다. 이를 통해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와 보이지 않는 아파트간에 몇천만원 차이가 난다”는 식의 “분석없는 추측”으로 인한 조망, 일조등의 환경가치의 과다추정을 피할수 있다. 국세청의 기준시가책정도 이러한 분석에 근거한 과학적인 방법론을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또하나 조망․일조 등과 같은 환경차이에 따라 기준시가를 매길 경우, 세대별로 정확한 차이를 두기 위해서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일반적으로 조망가치가 높은 아파트가 일조권또한 좋기 마련이고, 소음은 높은 층일수록 작고, 낮은층일수록 크다는 것이다. 즉 각 요인들끼리 높은 상관관계가 있기 마련인데, 이러한 상관관계를 분석단계에서 감안하지 않으면 역시 또 각 환경요인들이 아파트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과다추정할 우려가 있다.
국세청이 층별효용비율외에 환경요인을 감안하여 기준시가를 책정하고자 시도하는 것은 어쨋거나 기존의 방법보다는 상당히 발전적인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병행되어야 하는 것은 기준시가의 책정시 고려되는 요인들의 기초분석과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기준시가의 합리적 산정이라는 것이 총론적인 것이라면, 각 요인들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각론을 충실히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각론들이 충실히 마련되어야만 부동산정책이 실효성을 거둘수 있으며 정책목표를 달성할수 있을 것이다.
< Copyright ⓒ 부동산뱅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