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28.5% 거품
[부동산뱅크 2004/07/30 - 조회:30,944]
최근 몇 년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 열풍을 타고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거품 논란이 한창이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
지난해 11월 서울도시개발공사가 마포구 상암동에 분양한 40평형의 분양원가가 분양가의 60.8%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국민주택규모에 한해 원가연동제 도입과 분양원가의 주요항목에 대해 공개키로 하면서 분양가 거품 제거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의 기존 아파트값에는 과연 얼마만큼의 거품이 들어 있으며 어느 정도 하락해야 정상적인 가격일까?
부동산뱅크의 자료를 토대로 지난 1989년부터 2000년까지의 연간 매매값 변동률을 산술 평균한 결과(2000년 12월과 2004년 6월 동시에 존재하는 1,536단지, 82만 2,871세대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해마다 평균 7.01%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1989년과 1990년에 30% 이상 급등했지만 1991년~1997년에는 하락과 상승이 균형을 이루며 안정세를 형성했다. 1998년에는 IMF 외환위기라는 외부변수에 의해 20.5% 급락했지만 이듬해 12.9%가 오르며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졌다.
하지만 2001년~2003년 들어 14.8~28.0%가 집중적으로 오르며 가격 균형이 깨져 버렸다. 이 기간의 동안 급등한 가격이 아파트값 거품 논란의 핵심인 셈이다.
송파, 강남, 양천, 서초 아파트값 30% 이상 빠져야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에서는 2001년 1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서울의 아파트들이 해마다 평균적으로 7.01%가 올랐다고 가정하고 1,536개 단지에 이를 대입해 봤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203조 5,412억 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04년 6월 현재 실제매매가의 시가총액은 284조 8,191억 원. 결국 1,536단지에 81조 원이 넘는 금액이 과대 평가돼 있으며, 현재 매매가의 28.5%는 거품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2001년 이후 저금리, 재건축 투자 열풍, 건설사들의 고분양가, 양도세율 인하, 양도세 부과 기준년도 완화 등을 타고 급등한 아파트 값은 3억 원하는 아파트에 8,550만 원이라는 거품을 만들어냈다.
2억 원 남짓이면 살 수 있는 아파트가 3억 원으로 둔갑한 것. 이에 따라 서민들의 내집마련은 갈수록 힘들어질 수밖에 없어진 것이다.
개별 자치구별로 살펴보자. 1989년 이후 12년간 평균 아파트 매매값은 강동구(8.43%), 강남구(8.40%), 송파구(8.36%) 순으로 크게 올랐다. 성북구(-0.86%), 중구(-0.76%), 강북구(-0.27%) 등 3개 자치구는 이 기간 동안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치구별 평균 매매값 변동률을 2001년 이후 해당 아파트에 적용해 나타난 거품 비율은 송파구가 38.9%, 강남구 38.6%, 양천구 38.2% 순으로 높았다. 강동구(36.0%), 서초구(35.1%)와 중구(34.4%) 등도 30% 이상의 거품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품 비율이 30%가 넘는 6개 자치구는 3억 원하는 아파트에 1억 원 이상의 거품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다.
중구는 과거 12년간 평균 매매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2001년 이후 오른 가격에 비해 거품 비율이 높아진 케이스. 도봉구(12.7%), 은평구(14.3%), 중랑구(15.8%) 등 강북지역은 상대적으로 거품 비율이 낮았다.
15년 평균상승률 9.74%, 이를 적용하면 22.1%가 거품
개별 아파트별로는 지난 3년 6개월 사이 배 이상 뛴 아파트나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 거품이 많았다.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 57평형의 2000년 12월 평균매매가는 7억 4,000만 원. 이 아파트가 2001년 이후 강남구 평균인 매년 8.40% 올랐다고 가정했을 경우 평균매매가는 9억 8,217만 원이다.
하지만 6월 현재 이 아파트의 평균매매가는 16억 5,000만 원선. 평균적으로 매년 8.40%가 올랐다고 가정한 가격과는 6억 6,783만 원의 차이가 난다. 이 금액만큼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것이다.
서초구 평균 상승률인 6.89%가 매년 올랐다고 계산했을 경우 반포동 B아파트 16평형은 2억 6,203만 원이 정상이나 6월 현재 평균매매가는 7억 원선. 이 아파트는 3년 6개월 사이 매매값이 3배 이상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C아파트 15평형의 가격은 2000년 12월 2억 3,250만 원이었다. 하지만 3년 6개월 지난 올 6월의 가격은 3.5배 뛴 8억 1,500만 원. 송파구 아파트가 해마다 8.36%가 올랐음을 감안해 계산한 C아파트의 가격은 3억 825만 원이다.
5억 원 넘는 금액에 거품이 낀 셈이다. 강동구 고덕동 D아파트 15평형은 3억 4,265만 원, 비율로는 현재 매매가의 56.6%가 거품이다.
물론 재건축 단지의 경우 2001년 이전과 이후의 재건축 진행 상황이 현저하게 다르고 투자패턴도 변해 2001년 이전의 평균 변동률을 일괄적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아파트값이 급등한 2001년~2003년을 포함해 15년간의 서울 아파트 값 평균변동률을 계산해도 9.74% 오른 것에 불과하다.
아무리 양보해도 2001년 이후 3년 6개월 만에 기존 매매가의 3배 이상 혹은 3배 가까이 오른 재건축 단지가 많다는 것은 투기적 가수요로 인해 거품이 잔뜩 끼어 들었다는 반증이다.
재건축 단지가 아닌 일반아파트의 소평 평형도 거품 논쟁에서 예외가 아니다. 재건축과 무관한 양천구 목동 E아파트 20평형의 2000년 12월 평균매매가는 1억 원. 평당 500만 원선에 불과했다.
하지만 3년 6개월 후 이 아파트는 정확히 3배 오른 평당 1,500만 원을 형성하고 있다. 양천구의 평균 상승률인 5.88%가 2001년 이후 매년 올랐다고 가정하면 이 아파트의 적정가격은 1억 2,214만 원. 현재 매매가에서 59.2%가 빠져야 평균 상승률을 적용했을 때의 금액과 같아진다.
리서치센터 양해근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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