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따라가되 유행은 앞서가라.
[부동산뱅크 2005/03/08 - 조회:25,019]
2005년 2월 25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경매 1계 입찰법정.
이 날은 최근 경매시장 동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가 눈에 띄었다.
경매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지수 가운데 낙찰가율, 낙찰률, 입찰경쟁률, 신규유입 물건수를 들곤 한다.
92건이 입찰에 부쳐져 37건이 주인을 찾아가 40.2 %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낙찰률이 10 %대에 머물거나 20 %대 초반에서 움직일 경우 경매시장에서는 불황기로 본다. 20 % 중 후반에서 30 %대 일 경우에는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거나 경매 시장이 활성화되는 징후로 본다. 반면 낙찰률이 40 %대를 넘기면 부동산 시장이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어 경매시장이 초호황을 구가하는 시기로 보는 것이다. 이 날만의 사례만 본다면 경매시장은 이미 초호황기에 접어들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하루였다.
이 날 189명이 저마다 경합을 벌여 입찰경쟁률은 5 대 1을 기록해 지난달 서울 지역 전체 경쟁률이 4.2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건 당 0.9명이 더 참여한 셈이다.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나들고 좀체 풀릴 것 같지 않던 소비심리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에 대한 메시지가 여러 방면에서 시장에 전달되자 상반기에 부동산 시장이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성급한 투자자들이 부동산 시장이 상승기에 접어들기 전 선점투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너도나도 경매 시장에 참여하면서 과열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경매정보제공업체인 디지털 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법원경매 시장의 낙찰률과 입찰경쟁률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전체 낙찰률은 1월 25.1%에서 2월에는 32.0%로 6.9%포인트 증가했다. 입찰경쟁률의 증가는 더욱 두드러졌는데 아파트의 경우 1월 5.0명에서 2월에는 6.5명으로 물건 당 1.5명이 더 참여했다. 전체 입찰경쟁률도 4.2명으로 1월의 3.3명에 비해 0.9명이 늘어났다.
그밖에 낙찰가율의 경우 아파트는 1월 77.5 %에서 2월에는 82.1 %로 4.6 %포인트나 상승했다.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불 붙었던 경매시장의 열기가 설 연휴를 전후에 최고점에 달했다. 급기야 정부에서는 급등하는 부동산 시장의 예봉을 꺾기 위해 2.17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았으나 이미 달아 오른 열기를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이고 있다.
법원 경매시장이 일반 부동산 시장의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경매시장의 뜨거운 열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부동산 경기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난달 경매시장은 연일 투자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지수상으로만 보면 최근 법원 경매시장은 불황을 탈출하고 완전회복기에 접어든 것임을 느낄 수 있으나 이는 ‘통계 함정’일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일부 성급한 투자자들이 최근 시장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하자 지나치게 앞서 나간다는 점이다.
시장 상황을 오판 할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일부 투자자들이 최근의 상황을 지난 2001년 4월 강남지역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서 촉발한 대세상승기의 초입으로 보고 선점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판단일 수도 있다. 오히려 대세상승기의 끝물인 2003년 10.29 부동산 안정대책 발표 전야일수도 있다는 점이다.
2003년 9월 1일 서울 동부지방법원 경매 6계에서는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주공 5단지 34평형 아파트가 오랜만에 첫선을 보였다. 최초감정가는 4억 9,000만원으로 당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장 가격과는 이미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입찰 당시의 시세는 7억 2,000만원선. 당시 매수자는 6억 8,000만원을 써내 45명을 제치고 주인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10.29 부동산 안정대책이라는 복병을 만나 끝내는 4,900만원이라는 입찰보증금을 허공 속에 날려야만 했다.
2005년 2월 21일 서울 동부지원에서는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주공 5단지 아파트 36평형이 7억 4,000만원에서 한차례 떨어져 5억 9,200만원에 입찰에 부쳐졌다. 이 물건 역시 매각공고 이후 가격이 급등해 입찰시점에서는 8억 초반대를 호가하고 있었다. 31명이 열띤 경합을 벌인 끝에 최초감정가의 106.8 %인 7억 9,037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의 제1전제인 시세차익을 무색하게 만드는 사례라 하겠다. 이날의 매수자는 대세 상승기를 예견한 진정한 경매고수이거나 아니면 시장을 오판한 생초보 둘 중의 하나 이리라.
경기 저점 통과가 임박해지자 가격 상승기의 학습이론 추종자들과 유행동조자들이 들썩거리면서 낙찰가가 춤을 추고 있다.
안개속을 걷는 듯한 과도기에는 미래 예측이 쉽지 않다. 본인이 진정한 경매 고수인 5%의 반열에 들지 않는다면 수익보다는 위험을 먼 저 그려야만 한다.
법원경매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지만, 잃은 돈 복구할 기회는 많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2.17 부동산 안정대책 이후 경매시장에서 투자자의 이동현상도 일부 감지되고 있다. 연초 경매시장은 아파트 등 주거형 부동산이 주도했다면 대책 발표 이후 국회에서 개발 이익 환수제를 담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의 통과가 유력해지자 일부 발빠른 투자자들이 토지시장으로 갈아타고 있다.
토지시장의 경우 2.17 안전 대책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주로 철원, 연천 등에 국지적으로 투자자 몰림 현상이 나타난 적은 있었으나 2.17 이후부터는 투자 축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토지시장에 투자자를 끌어들일 만한 이렇다할 재료가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서도 열기가 달아오르는 이유는 한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뛰는 ‘풍선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2.17 부동산 안정대책이 연초 부동산 가격 상승 진앙지인 판교분양 시장과 강남 재건축 시장 등 주로 주거용 부동산을 겨냥하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해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토지시장을 선점하려는 길목투자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이는 주식시장이 오랫동안의 침체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고 경기 회복에 대한 예후가 일부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이 아직도 부동산 시장 곁을 떠나지 못하고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단 최근의 일부지역에서의 투자자의 민감한 반응은 지역개발이나 개발호재에 의존하기보다는 과거의 부동산 시장 자금 순환에 근거한 ‘감’에 의존한 경우도 많아 정부의 강력한 추가 안정대책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높아 보다 신중한 투자자세가 요망된다.
* 2.17 부동산 안정대책이 이후 토지 고가 낙찰 사례
2월 28일 공주지원 경매 1계.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 있는 ‘임야’ 2,160평이 939만 1,200원에 입찰에 부쳐져 39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최초감정가의 10배가 넘는 1억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무려 1,064.8%로 평당 4,350원짜리 땅이 한 순간에 평당 4만 6,300원으로 둔갑해 버렸다. 이는 올 들어 최고 낙찰가율이다.
22일 평택지원 경매 4계. 평택시 포승면에 있는 ‘밭‘ 699평이 4,643만원의 신건임에도 불구하고 17명이 참여해 감정가의 두배가 넘는 1억 780만원에 낙찰돼 232.2%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21일 대전지법 5계에서는 충남 금산군 복수면에 있는 ‘논’ 437평이 7,364만원에 경매 나왔다.
역시 첫 기일에 28명이 열띤 경합을 벌인 끝에 최초감정가의 208.4%인 1억 5,350만원에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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