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위주의 부동산 과세 정책의 숨은 비밀(?)
[부동산뱅크 2005/01/12 - 조회:13,980]
2005년에는 부동산 정책상 조세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라는 제도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한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보다 많은 세금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를 간단히 살펴보면, 시가 9억 원이 넘는 주택, 6억 원(나대지 기준) 이상의 토지, 40억 원 이상의 빌딩/상가 등을 보유한 사람들이 각각 부과 대상이 되는 것이다.
최근까지 이러한 종합부동산세의 귀속 여부를 가지고 지자체와 중앙정부간 실랑이를 벌이고 있지만 실제 세금을 내야하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이점이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납세자는 시가 위주로 부과되는 과세기준이 제대로 지켜질까 하는 부분이 주된 관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납세자들은 시가 중심의 부동산 과세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작년 말에 국회 통과가 지연된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이 올해 예정대로 이루어진다면 보유세 부담은 물론 거래세 부담까지 시가 위주로 치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거래 행태는 2004년 4월 도입된 주택거래신고제를 통해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서울 일부와 경기 지역 일부만 주택거래신고지역에 해당되고 있지만 부동산중개업법이 개정될 경우 이 같은 기준들이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될 것이다. 즉, 정부는 부동산 투기 및 탈세의 원인이 되고 있는 이중 계약서 작성을 금지하고 실거래 가격에 기초하여 과세가 이루어지도록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부동산 시장을 선진화 시키고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일조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이는 기존의 주택거래신고제가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따라서 2005년에는 부동산 관련 보유세 또는 거래세 모두 시가 위주로 부과되고 투명하게 부과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을 모든 사람들이 찬성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본적인 정책 방향(원론)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는 눈치지만 각론에 들어서면 아직도 찬반 논리가 양립해 있기도 하다.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를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지적하고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지방세인 재산세에 대해 누진세율 구조를 유지하고 별도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려는 점이다. 이는 누진세율 구조상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둘째는 부동산 상품별(주택, 토지, 비주거용 건물)로 과세 대상 기준이 달리 적용되고 있어 오히려 시장 혼란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주택을 한 채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실제로 부동산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건물이나 나대지 등을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 이하정도로만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도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되는 불합리적인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두 가지 지적들은 모두 조세 형평성 측면에 위배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바로 이런 점들을 정부가 앞으로 보다 고민해서 풀어 나가야 할 문제들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각론적 입장에서 대두되고 있는 찬반 논란이 시가 위주의 세금 부과 정책 자체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런 찬반 논쟁이 시가 중심의 과세 정책을 보다 세련되고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적용 가능한 방법을 찾아가는 노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찬반 논쟁의 간극을 좀더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오히려 정부의 시가 중심의 부동산 세금 부과를 역설적으로 해석해 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
좀 더 부연하자면 부동산 관련 세금이 시가 위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부동산 신화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거두어 들인 세금을 통해 나라 살림을 하기 마련이다.
물론 세금에는 여러 가지 세금 종류가 있지만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동산 관련 세금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만약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다면 시가 위주로 부과되는 세금의 징수 규모가 급격히 줄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정부가 모를리 없기 때문에 정부 스스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적일 것이다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시가 위주의 과세 제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안정적인 세수 확보를 유지해 나가려면 부동산 가격의 안정적 유지가 필요하다는 관계가 성립된다. 바로 이것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가 위주의 부동산 과세 정책의 숨겨진 정책적 목표가 아닐까?
그러므로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일련의 부동산 조세 제도의 변화를 부정적으로만 해석하지 않는 여유로움과 지혜가 필요할 것으 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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