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경매시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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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뱅크 2004/12/29 - 조회:18,446]

2004년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이론의 여지없이 ‘땅’이었다.

그렇다면 2005년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무엇일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면 ‘경매’가 아닐까 한다.

법원경매가 부동산 시장의 화두로 등장한 것은 지난 국제통화기금 체제가 최초였다. 결국 이는 2005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지난 98년에 버금갈 정도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반증이다.

올해가 여간 춥다고 느끼신 분들은 아마 내년에는 더 혹독한 한파가 내습할 것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2004년을 아주 힘겹게 넘기신 분들은 조금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2004년은 경매 관련 각종 진기록을 쏟아낸 한 해로 기록되고 있다. 경매건수가 월별 사상 처음으로 4만건을 넘어서 전체 진행물건은 45만건에 이르렀다. 지난해 32만여 건이 입찰에 부쳐진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년만에 40% 가 늘어난 것이다. 법원경매시장에서 거래된 금액만도 10조 6,000여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위 기록은 올 한해를 위해서만 존재할 뿐 내년에는 가뿐히 깨칠 것으로 보인다.

2005년은 신규 유입물건이 급증해 투자자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종류와 다양한 가격대의 물건이 경매 투자자를 유혹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의 분산은 낙찰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그만큼 수익률은 높아지는 선 순환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요는 경매 물건의 급증세가 쉬 누그러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경매개시 결정일로부터 첫 매각기일까지 6～7개월은 보통이고 일부 법원에서는 10개월씩이나 적체된 점을 감안하면 경매시장 선 순환 구조가 2005년을 넘어 2006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음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매에 장사 없다’고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자 국제통화기금 체제이후 한 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특급 물건이 여기저기에서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12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7계에서는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유니온센터 빌딩 3층 500평형이 입찰에 부쳐졌다. 최초감정가 46억원에서 세 차례나 주인을 만나지 못해 최저가는 23억 5,520만원. 6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전 유찰가(29억 4,400만원)를 넘긴 31억 9,000만원에 낙찰돼 69.3%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80평형이 지난 2001년 10월 마지막 경매 이후 20억원으로 상향 조정되어 첫 선을 보였으며 서울지역 특급호텔도 경매 나오고 있다.

11월 23일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뉴힐탑 호텔이 317억 7,743만원에 경매 나왔으나 아무도 찾지 않아 오는 2005년 1월 11일 254억 1,950만원에 다시 입찰에 부쳐질 예정이다.

경기 침체의 파고가 사회전반에 확산되자 경매에 나오는 물건도 저가 위주의 주거형 부동산에서 점차 고가의 수익형 물건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상반기까지는 연립과 다세대, 아파트 등 주거형 부동산이 경매시장을 주도했다면 하반기 들어서는 생계형 부동산의 물꼬가 터졌고 2005년에는 급기야 지역불문, 종목불문, 가격불문의 ‘3불문’ 물건 등 고가의 수익형 부동산 물건이 줄줄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경매물건의 순환단계가 주거형부동산에서 생계형부동산으로 생계형부동산에서 수익형부동산으로 순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지난 9월 타워팰리스가 경매시장에 등장함으로 인해 주거형부동산의 성역이 깨졌다고 본다면 테헤란로나 강남대로변에 있는 업무용빌딩이 경매시장에 등장하는 날 경매순환 구도가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주로 외곽지역의 대형물건만이 늘어나는 추세다.

2005년 2사분기가 넘어가는 시점에 수익형 부동산이 꼬리를 물고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주 급한 투자자가 아니라면 수익형 부동산은 당분간 시장 흐름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 현재 경매시장에 나와있는 수익형 부동산은 거품이 잔뜩 끼어 있어 투자자와 눈높이가 맞지 않는다. 즉 금액에 맞추면 물건이 형편없고 물건이 마음에 들면 투자금액이 왜소해 보이는 불균형의 시점이다. 이 불일치가 온전히 해소되려면 좀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2005년이 일반부동산 시장에게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돈의 장이 연속이라면 경매계는 기회의 장이 펼쳐지는 희망이 넘쳐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욕심 내지 말고 한 건 내지 두 건(전반기 하나, 후반기 하나)정도만 노려보자. 한 건을 원한다면 주거형 부동산을 노리고 두 건을 원한다면 주거형 부동산 한 건과 수익형 부동산이나 토지에서 한 건을 낙찰 받기를 권한다.

특히 내 집 마련이나 평형을 넓히려는 사람, 지역을 옮기려는 사람, 거주 종목을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들은 2005년 경매시장을 놓치지 말자.

한편 2005년은 저가에 양질의 물건을 취득할 수 있는 절호의 시점임은 분명하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잔뜩 주시하고 있어 부작용도 떨쳐 버릴 수 없다.

믿음을 상실한 일반부동산 시장의 대체재로서 경매시장이 급부상하면서 투자자의 지나친 힘쏠림 현상이 애써 마련한 밥상을 차버리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경매시장이 먹을 것이 많다고 너나 할 것 없이 덤벼들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낙찰가율을 터무니없이 끌어올리지는 않을까, 한동안 사라진 ‘묻지마 낙찰’이 살며시 꼬리를 내밀지는 않을까 염려함은 쓸데없는 기우였으면 한다.

2005년에는 법원경매 물건이 여기저기 넘쳐난다는 점을 꼭 잊지 말자.

경매 투자자의 최대의 라이벌은 눈앞에 아른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꼭 낙찰 받으라고 꼬드기는 투자자 자신의 조급증이 최대의 적임을 명심하자.

혼돈과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분명력 있는 투자자만이 살아남고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지금으로부터 꼭 1년 후 대한민국 모든 경매 투자자들이 2005년을 당당하게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