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경매의 봄이 오는가?
[부동산뱅크 2004/12/15 - 조회:26,827]
경매물건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빚을 제 때 갚지 못하자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경매물건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디지털 태인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누적 경매물건수는 36만 여건으로 이미 지난해 총 경매물건 수 33만 2,000여건을 훌쩍 넘어섰다. 이처럼 경매물건은 폭증하는데 반해 투자자들은 발길을 돌려 낙찰가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낙찰가율은 2003년 7월 79.5 %를 기록한 이래 계속 떨어지기 시작해 2004년 10월에는 65.7 %로 1년여만에 13.8 % 포인트가 빠졌다.
경매는 일반 부동산 시장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쓸만한 물건이 거의 시장에 나오지 않는 반면, 경기가 나쁠 때는 우량 물건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지난 2001년부터 2003년 10월 29일(이날은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이 발표된 날)까지 부동산 시장이 초 호황을 누릴 때 법원 경매 시장은 가장 춥고 배고픈 나날이었다. 강남지역 아파트가 자고 일어나면 상한가를 갱신하는 동안 법원경매시장은 한정된 물건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여야만 했다.
경매대중화로 경매 인구는 급속히 늘어난 반면 신규 유입물건의 진입이 거의 막혀 급심한 수급불균형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한정된 물건을 놓고 치열한 경쟁에 따른 낙찰가율 상승과 그에 따른 수익성 악화라는 악순환의 반복이 법원경매 시장의 현주소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2003년 10월 29일을 기점으로 일반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자 마치 제로섬(zero-sum) 게임의 수혜자이기라도 된 듯 경매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2003년에 접어들어 신규 유입물건이 조금씩 늘어나긴 하였으나 경매시장이 본격적인 반전 국면으로 전환하였음을 알게 된 계기는 역시 10.29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 이후라고 하겠다.
경매는 경기 후행지수 역할을 한다.
2004년 1월에 부도난 물건은 바로 시장에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3개월 내외의 준비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경매시장에 첫선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부도가 급증할 경우에는 대기 순서가 길어져 6~7개월이 지나야 첫 매각기일이 지정된다.
예를 들어 2004년 11월 1일 입찰에 부쳐진 물건은 이미 지난 2004년 5월 내외에 부도난 물건이 이제야 투자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경매가 위와 같은 경기 후행지수임을 고려할 때, 적체된 경매 물건이 모두 소화되려면 적어도 2005년 하반기까지는 현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경매시장은 2003년 2월을 기점으로 바닥을 통과하고 상승기를 타고 있다. 이 추세라면 앞으로 최소 약 1년간은 다시 경매시장의 호황기를 예상할 수 있다. 즉 2005년 상반기부터 2005년 하반기까지는 IMF이후 제2의 황금기를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7월을 분기점으로 경매물건에도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 1년간은 ‘주거형’ 부동산이 경매시장을 주도했다면 2004년 하반기 들어서는 ‘생계형’ 부동산의 경매신청이 급증하면서 주력 상품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매 시장 활황 장세의 도화선 역할은 연립․다세대 등 주거형 부동산이었다. 특히 인천지역은 경매 부동산의 80～90 %가 다세대. 연립주택들이었고 서울지역도 60 % 내외가 이들 ‘생존형’부동산이었다. 그러나 2004년 7월 이후에는 경기 침체의 골이 장기화되면서 상가, 음식점, 숙박업소 등 ‘생계형’ 부동산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는 불황의 여파가 서민층에서 자영업자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투자 종목이 특정 종목(연립, 다세대)에 치우쳐 선택의 폭이 좁았을 뿐만 아니라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상가 등의 물꼬가 터지고 있어 근린생활 시설 등 수익형 부동산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2005년도를 투자 포인트로 잡을 필요가 있다.
일반부동산 시장은 단기 급등과정에서 형성된 거품이 빠지는 대세 하락기에 이미 접어든 반면 경매시장은 대세 상승기인 현재의 시황에서는 위기관리의 보수적 투자자세가 요구된다.즉 틈새시장과 저평가 상품 위주의 선별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이 시기는 무엇보다 환금성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낙찰가 산정시 70 %의 현재가치와 30 %의 미래가치에 비중을 둠) 미래예측이 어려운 불확실성 시대일수록 수익성부동산 보다는 현금 유동성이 좋은 작고 가벼운 상품을 노려야 한다.
거주지역 이전(예를 들어 강북에서 강남으로)이라든가 평형 증대가 목적인 실수요자들은 현재의 장세를 적극적으로 공략해도 된다. 단, 지난 3년 간의 대세 상승기와는 달리 저가 위주의 소신입찰을 해야 한다. 현재의 시장 흐름으로 볼 때 동일 물건을 다시 만나기는 어렵겠지만 유사지역 물건은 얼마든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낙찰에 급급한 추격매수는 자제해야 한다.
재테크가 목적이라면 즉 가지고 있는 돈의 수익률 극대화가 경매 참여 목적이라면 좀더 장세를 지켜보다가 2005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게 좋다. 왜냐하면 올 연말을 전후로 해서는 시장을 무겁게 짖 누르고 있는 안개가 어느 정도 걷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단기투자자들은 역세권의 중소형 아파트와 저평가 물건을 노려볼 만하다. 대지지분이 넓은 오래된 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뉴타운 수혜지역이나 재개발 예정지의 다세대 주택은 틈새종목으로 부지런히 발품을 팔 필요가 있다.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다면 상가 건물과 지방의 토지 경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겹 재료로 단단히 둘러싸인 충청권과 신도시 예정지역 및 주변지역,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와 접경지역 등은 장기 투자처로 관심을 가져볼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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