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택시장 기상도 ‘흐림’
[부동산뱅크 2004/12/15 - 조회:34,238]
올해 주택시장은 2000년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건설업체는 미분양 증가, 재건축 사업 지연, 수주 물량 감소로 어려움에 처해 있고, 중개업소는 거래량 감소로 폐업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12월 초까지 0.65% 오르는데 그쳤고, 전셋값은 3.15% 하락했다. 물가상승률과 보유세 등을 감안하면 올해 서울에서 집을 가지고 있는게 손해였던 셈이다. 특히 이동평균선 분석에 따르면 서울아파트는 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번도 매도시점을 맞은 적이 없으나 올 5월 들어 처음으로 매도 타이밍에 들어섰다.
문제는 내년도 주택시장 전망이 더욱 어둡다는데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재건축 아파트다. 한마디로 ‘진퇴양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임대주택건설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지난 7월 입법 예고돼 공청회 등을 거친 상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는 증가된 용적률의 10%를, 인가를 받지 못한 단지는 25%만큼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일부 중층 단지의 경우 ‘제자리 재건축’을 해야하는 상황까지 내몰리게 된다. 한마디로 재건축 추진에 대한 실익이 없어지게 된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리모델링 개편안 내용이 입고 예고안보다 약해지기는 했지만 활성화까지는 어려울 전망이다. 증축범위가 전용면적 20%에서 30%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러 평형이 섞여 있는 단지나 동은 평형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주민 동의를 받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다 대형 평형은 리모델링의 프리미엄이 거의 없다.
여기에 취득보유매도단계에서의 세부담 강화는 재건축 단지뿐만 아니라 일반 아파트 소유자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취득단계에서는 내년 7월부터 실거래가 과세제가 도입돼 등록세 인하 조치에도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유단계에서는 재산세와 종합토지세가 통합돼 부과된다. 재산세는 건물의 신축연도, 넓이 등을 기준으로 부과돼 왔으나 내년부터 부과기준이 기준시가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서울 강남, 송파구 등의 재산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매도단계에서도 ‘주택가격공시제’가 내년 도입을 앞두고 있어 대부분 지역에서 양도세 부담이 크게 늘 전망이다. 이밖에 내년부터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방침과 종합부동산세 신설로 부동산 부자는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든가 증가된 세금을 납부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
세금증가, 공급과잉, 정부규제 강화 주택시장 숨통 조여
주택공급 과잉도 장기적인 내년도 주택전망을 어둡게 보는 요소 중 하나다. 작년 기준 주택보급률이 101.2%로 ‘완전보급’ 상태이며 동탄, 판교, 파주, 김포신도시 등 2기 신도시 물량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강북 뉴타운 개발과 행정수도 이전 등도 공급 과잉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미분양 물량의 증가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 건교부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물량은 총 5만 8,905가구로 2001년 4월 이후 최고 가장 높은 수치다. 출산율 감소에 따른 인구 증가율 둔화도 수요 감소에 따른 공급과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내년도 시장을 어둡게 보기는 중개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주택산업연구원과 부동산뱅크가 공동으로 실시한 ‘2004년 4/4분기 하반기 주택경기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개업자의 96.5%가 하반기 이후 주택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았다. 또한 중개업자의 69.9%는 작년과 비교해 거래 실적이 2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이후 서울 매매가격 변동률을 묻는 질문에 25.9%가 2~5% 하락, 23.6%가 5~10% 하락을 예상했다. 10~20% 하락을 예상한 중개업자도 14.4%에 달했다. 오를 것으로 답한 중개업자는 3.4%에 불과했다. 주택시장의 침체를 직접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는 중개업자들은 내년도 주택시장을 올해보다 더 어둡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경기 회복시기로는 39.8%가 2~3년 후를, 33%는 내년 하반기로 꼽았다.
재건축 단지 5% 하락, 일반아파트는 횡보합 유지할 듯
물론 2001년 이후 3년만에 서울 집값이 75% 오를만큼 과열 양상을 띠었던 주택시장이 쉽게 무너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선 시중의 갈 곳 잃은 뭉칫돈들이 부동산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올 3월 용산 시티파크에 청약증거금만 7조 원 가량 몰린 것이 좋은 예. 현재 주식이나 금융 상품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주택시장이 상승세로 반전할 좋은 호재 중 하나다. 주식시장의 불안정성과 3%대의 저금리는 부동산으로의 유입가능성을 언제라도 열어 놓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도 아직까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재건축 투자와 분양권 전매로 수 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한 미련을 거두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 여부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화성 동탄2차 동시분양의 미분양, 서울과 인천동시분양에서의 대거 미분양은 정부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무턱대고 주택시장 억제 정책을 사용하기엔 내수시장에서 차지하는 건설 비중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건축 규제에 따른 강남권의 공급물량 축소는 2~3년 후 집값 상승의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몇 가지 희망 섞인 호재에도 내년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띨 것이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참여정부의 집값 잡기에 대한 의지가 너무 확고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재건축 아파트의 하락세는 거의 확실해 보인다. 재건축 단지는 ‘주택거래신고제’가 실시된 지난 4월 말 이후 7.09% 정도 떨어졌다. 재건축 아파트는 내년에도 5~10%의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다. 일반 아파트는 실수요층이 두터워 -3.0~3.0%의 횡보합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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