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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뱅크 2008/09/05 - 조회:4,394]
참여정부가 8.31대책을 내놓은지 어느덧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참여정부가 발표한 부동산정책만 해도 족히 십여 개. 그 중 유독 8.31대책에 대해 해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만큼 현재 부동산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민국 부동산표준 부동산뱅크에서는 8.31대책이 현재 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 9월. 불과 2년 전만 해도 집값이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미친 듯이 올랐던 시기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을 이사철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는 곳을 좀처럼 찾기 어려워졌다.
황금투자처로 불리던 강남 재건축 시장은 임대의무비율, 기반시설부담금, 용적률 제한 등의 규제로 사람들이 발길을 끊은지 오래고, 하루 자고 나면 오르던 버블지역의 중대형 아파트들은 세금과 대출규제 등으로 거래가 거의 중단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현재 부동산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부의 규제들은 모두 8.31대책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5.23, 10.29대책을 통해 집값 안정을 도모했지만 한번 기세를 탄 집값은 쉬이 잡히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공급과 규제란 당근과 채찍을 고루 섞어 서민주거 안정과 투기수요 근절하겠다는 취지 하에 8.31대책을 발표한다.
하지만 8.31대책의 경우 발표 당시에는 시장에 큰 영향이 없었다. 이에 참여정부는 대출규제, 재건축 개발부담금, 안전진단 강화 등 8.31대책의 후속대책인 3.30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시장은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
대출·세금규제로 고가주택 수요 ‘급감’
8.31대책의 주요 골자는 ‘세금과 대출’ 규제에 있다. 우선 정부는 버블지역의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강화했다. 1가구 2주택자들에게 양도세 50% 중과토록 하고, 과세도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또 종부세 과세기준을 9억 원 초과에서 6억 원으로 대상을 늘렸고, 과세방법도 인별합산에서 세대별합산으로 변경했다. 세금을 강화해 고가주택의 보유를 어렵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 고가주택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대출규제로 돈줄까지 죄게 된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버블지역의 집값이 연일 하락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8.31대책 때 처음 등장한 DTI 규제 때문이다. DTI는 상환능력에 따라 대출을 해주는 제도로 집값의 80%이상을 대출로 받아 고가주택을 사는 투기수요를 막기 위한 정책이었다.
8.31대책 당시 정부는 투기지역 내 6억 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30세 미만의 미혼 차주 및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차주에 한해 DTI 40%를 적용, 대출에 제한을 뒀다. 그래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자 3.30대책에서는 투기지역 내 6억 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모든 사람은 DTI 40% 요건을 마련했고, 2007년 1.31대책에서는 투기지역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6억 원 이하 주택까지 DTI를 적용했다.
이 같은 정부의 세금 및 대출규제 정책은 버블지역의 집값을 잡는데 성공적이란 평이다. 세금규제로 고가주택의 보유가 쉽지 않아진데다 대출규제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고가주택을 찾는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고가주택 시장이 불황을 맞이하자 대출부담이 높은 사람들은 급매물을 내놓기 시작했고, 급매물이 늘자 집값도 서서히 떨어지게 됐다.
실제 8.31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던 2007년부터 2008년 8월 말까지 서울 6억 이상의 고가 아파트값은 7%(3.3㎡당 2,874만→ 2,687만 원)나 하락했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거래량도 3.30대책 발표 전인 2006년 3월 1,484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현재(2008년 7월)는 320건으로 DTI규제 전보다 거래량이 364%나 줄어들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도곡동 T공인 실장은 “대출규제로 인해 돈줄이 막히는 바람에 강남 등 버블지역의 고가 아파트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반면 아파트 값이 저렴한 소형이나 비버블 지역 등으로 수요가 몰리는 바람에 이 일대 집값이 폭등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발이익환수, 임대의무비율 등은 재건축 ‘무덤’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대책을 살펴보면, 마치 재건축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처럼 비춰진다. 5.23, 10.19, 8.31, 3.30대책 등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굵직한 재건축 규제를 하나씩 던지며 재건축의 숨통을 서서히 조였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8.31대책 때 발표한 기반시설부담금 제도다.
기반시설부담금제는 최초의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일로부터 사업준공시점까지 조합원당 평균 개발이익의 최대 50%까지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기에 안전진단 강화, 임대주택 의무비율 등의 재건축 규제들도 시행했다.
8.31대책을 발표할 당시 기반시설부담금 제도에 대해서는 언급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5년 하반기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2006년 3.30이란 후속대책을 통해 기반시설부담금 등의 재건축 규제를 강력히 추진하게 됐다.
실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기반시설부담금제도가 실시된 2006년 3.30대책을 기점으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강남 재건축단지들은 2006년 4월부터 현재(2008년 8월)까지 9%(3.3㎡당 3,408만→3,752만 원)나 하락했다.
개포동 개포주공인 최은희 실장은 “개발이익환수, 임대의무비율 등의 규제로 인해 재건축 투자수익이 감소하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여기에 용적률 제한과 분양가상한제가 겹치면서 거래시장이 올스톱된 상태다”라고 전했다.
8.31대책 승률 ‘50%’
8.31대책의 경우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으로 보인다. 세금과 대출규제로 고가주택의 투기 수요를 잠재워 강남 등 집값 상승의 근원지인 버블지역 집값을 안정시켰기 때문이다. 또 동탄, 김포, 파주 등 2기 신도시를 추가 지정해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규제와 공급을 적절히 이용해 버블 지역의 집값을 안정시키는데는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참여정부의 집값 안정 대책은 버블지역 내 고가주택만 한정돼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세금과 대출규제로 자금압박을 받던 수요층들이 집값이 저렴한 강북이나 수도권 등지로 몰리면서 이 일대 집값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또 강력한 규제로 인해 부동산 거래시장의 위축과 지방분양시장 침체 등 만만찮은 부작용도 나타났다. 이래저래 서민들만 내 집 마련을 하기에 더욱 어려워진 환경이 됐다.
실제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8.31대책과 3.30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2007년 1월부터 현재(2008년 8월)까지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값은 3%(3.3㎡당 2,131만→ 2,071만 원) 하락한 반면, 서울 비강남권 집값은 각각 16%(3.3㎡당 1,241만→ 1,438만 원)나 상승했다.
이에 현 정부는 8.31대책 중 시장에 부작용을 일으킨 일부 정책에 대해 과감히 수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정책담당 관계자는 “8.31대책이 집값 안정에는 크게 기여했지만, 거래시장과 지방 분양시장까지 악영향을 미쳐 경기를 악화시켰다”며 “8.31대책 중 거래에 영향을 끼치는 세부담과 전매제한 등을 완화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동산뱅크 장재현 기자 JJH@neo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