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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뱅크 2008/08/11 - 조회:6,380]
‘박선생님, 사후에 부모가 아이들에게 얼마정도 남겨줘야 적절할 것 같습니까? ‘글쎄요. 전세금 정도만 남겨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요전날 대전에 위치한 S그룹 연구원에 부동산 특강차 다녀왔다. 임직원들의 대부분이 소위 명문대 공대출신에 박사학위 소지자여서 세속적인 학문으로 여겨지는 부동산 재테크 특강을 하는 게 송구스러울 정도였다.
2시간의 특강이후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연구원 원장님과 같이 점심을 하게 되었는데 식사도중 대뜸 원장님이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수백명의 박사급 연구원을 휘하에 거느리고 있는 지위 답지않게 원장님은 이웃집 아저씨 같이 소탕한 인상을 가지고 있어 편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원장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조그만 집 한채정도 라고 대답하려다가 분위기상, 금액을 한단계 낮춰 잡아 전세금 정도라고 대답한 것이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준비한 듯 원장님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전 마이너스 2천만원정도 유산으로 남기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부모가 이렇게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잘 키워줬구나 하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마이너스 2천만원은 상대적으로 동생들에 비해 사랑을 듬뿍 받아온 장남이나 장녀에게 떠 넘겨서 차근차근 갚게 하면, 동생들이 오히려 미안한 마음에 잘 따르니 우애가 좋아지지 않을까요?’
‘박 선생님, 전 일생동안 딱 한번 재테크 해 본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재테크인지도 몰랐죠! 한번 들어 보실래요’
원장님은 대학졸업 후 굴내굴지의 S그룹과 포항에 위치한 P 그룹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본인은 S그룹을 선택하고 친구는 사택까지 제공 한 P 그룹을 선택했다고 한다. P 그룹을 선택한 친구는 현재 포항에 2억원정도 나가는 아파트 한채 달랑 가지고 있다.
그 당시 가난한 집안사정 때문에 사택으로 아파트까지 제공받은 친구가 부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당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 이후 우연찮게 송파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에 청약해서 당첨되서 현재까지 아이들 잘 키우면서 욕심없이 잘 살고 있다. 그래도 원장님은 서울에 10억원이 훨씬 넘는 아파트 한채 가지고 있고 은퇴이후에도 연금이 나오니 욕심만 버리면 노후가 별로 두렵지 않다고 했다.
아내는 교회에 나가 물심양면으로 열심히 봉사 활동하면서 행복해 한다고 한다.
주말마다 가끔내려오는 아내는 ‘여보. 오늘 30십만원 썻어’ 라고 서로 손을 붙잡고 연구원 주변을 산책하면서 대화한다고 한다. 매일 30십만원씩 쓴다고 봐도 죽을때까지 쓰지 못하는데 욕심 부리며 아둥바둥 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필자는 상담도중 유산을 잘못 배분해서 부모님 사후에 자식들간에 분쟁이 붙어, 명절날도 왕래조차 하지 않은 형제자매들을 많이 보아왔다.
부모님이 자식들간의 불화를 사후 라도 알게 된다고 치면 크게 실망하실 게 분명하다. 여느 부모님이나 차라리 재산을 한푼도 안물려 주더라도 자식들 간에 우애있게 사는 모습을 더 원하실 게 틀림없다.
필자의 형제들이 지금껏 우애있게 잘 지내는 건, 10 여년전 부모님께서 시골의 허름한 집을 판 500만원 정도만 우리형제들에게 남겨주신 덕분인지 모른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