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7, 한남 2∙6구역 ‘시련의 계절’
[부동산뱅크 2007/08/24 - 조회:19,767]
"가뜩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지난 10월 이후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판에 수익성 없는 단독주택으로 짓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서울시에서 맘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재정비촉진사업의 첫 삽을 뜨면서 재개발 사업에 제동을 걸던 장위 7구역, 한남2∙6구역 주민들이 갑작스런 서울시의 계획으로 크게 동요하고 있다.
<오는 10월 기본계획 결정고시를 앞둔 장위7구역>
지난 20일 서울시가 발표한 ‘품위 있고 다양한 서울 도시환경 조성계획’으로 장위7구역과 한남2∙6구역 재개발 사업에 급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그동안 일률적으로 아파트만 공급해오던 정비사업구역 내 아파트뿐 아니라 단독, 연립, 타운하우스 등 저층위주 주택들도 함께 공급될 것이라는 계획과 함께 이들 구역을 시범지역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아파트 입성만을 꿈꾸며 사업 진행을 기다렸던 해당 지역 주민들은 저층 주택지로 지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과연 가능할까요? 7구역 주민들 모두가 반대하고 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린 장위7구역 유락 공인 대표는 7구역을 저층 주택 단지로 조성할 것이라는 서울시의 계획에 의심 어린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발표 이후 하루에도 수십 통씩 주민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친다며 조합원들은 이 계획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7구역 공인 관계자들은 입 모아 말했다.
특히 장위 7구역은 지난 6월 재정비촉진사업에 대한 기본계획 공람기간을 마친 후 오는 10월 결정고시를 앞두고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터라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7구역 한 주민은 “공람까지 마친 후에 이러한 계획을 발표하는 게 어디 있느냐”며 “서울시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지금까지 주민들이 준비해 온 모든 것을 무시한 채 원점으로 돌리는 행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현재 7구역은 용적률 222%, 지상 8~38층, 50~60㎡ 이하 24가구, 60~85㎡ 이하 485가구, 85㎡ 초과 466가구와 임대 202가구를 포함 총 1,177가구 건설이 계획돼 있다. 이 곳은 은행사거리~왕십리 구간을 연결하는 경전철 동북선이 7구역 인근 드림랜드 앞으로 개통할 계획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구역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3㎡짜리 빌라가 3.3㎡당 500만~600만 원 정도 오른 2,000만~2,1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유락 공인 대표는 “그동안 7구역은 매물이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많이 찾아와 가격이 꾸준히 오른 곳”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서울시의 계획대로 진행이 된다면 지금까지 오르기만 했던 7구역 가격이 주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위7구역과 함께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한남 2∙6구역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곳은 지난 10월 이후 거래가 뚝 끊겨 현재 시세조차 알 수 없는데다 이런 사태까지 겹쳐 주민들만 이래저래 더 힘들어졌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6구역 인근 대한 공인 대표는 “지난해 10월 재정비촉진지구로 묶인 이후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하는 탓에 투자자들이 접근을 꺼린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파트가 아닌 저층 주택으로 짓겠다는 계획 때문에 주민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6구역 한 주민은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이자가 불어나 지금 당장 집을 팔아야 하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큰 일”이라며 “집을 팔지 못하게 꽁꽁 묶어둔 것도 모자라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저층 단독주택으로 재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현재 거주하는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강변이라는 최고의 입지에 자리잡은 한남2구역 주민들 또한 아쉽기는 매한가지다. 한 주민은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한강을 맘껏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 말”이냐며 “한강의 수려한 경관을 코 앞에 두고도 집 안에서 보지 못하는 저층주택으로 돈 들여 지을 바에는 지금처럼 그냥 사는 게 나을 것”이라며 힘없이 말했다.
한편, 주민들의 심한 반발을 무릅쓰고 이러한 계획이 추진되는 이유는 2000년 이후 신규공급 주택의 약 78%가 아파트로만 건설돼 왔기 때문이다. 이에 주택유형이 획일화돼 도시 미관상 좋지 않 다고 서울시에서 판단한 것. 게다가 아파트는 단독주택이나 연립에 비해 가격이 높아 서민층이 거주하기에는 재정적으로 부담이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도 추진 배경에 한몫 하고 있다. 실제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경우 기존 주민들이 아파트로 들어가기 위한 추가부담금을 마련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현상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어 서민들을 위한 단독주택 등을 마련하자는 게 서울시의 취지다.
도입 배경 자체는 국민의 동의를 충분히 받고 있지만 현재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업장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7구역 인근 공인은 “단독주택 등은 아파트에 비해 가격 상승률이 낮아 선호도가 떨어진다”며 “여기에 일반분양까지 줄어들 경우 추가부담금이 늘어나 주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범구역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으로 해당 지역이 혼란스런 가운데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계획은 아직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개념화 정리 단계에 있을 뿐”이라며 “시범지역에 대한 사업 여부와 그에 따른 인센티브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뱅크 김근옥 기자 kko@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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