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이상급등'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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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뱅크 2006/10/28 - 조회:34,295]

최근 정치권이 시끄럽다. 발단이 된건 개성춤 사건이다. 여당의 핵심 인사가 북한의 개성공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측 식당 여종업원들과 가진 ‘부채춤’이 정치권을 다시금 색깔논쟁으로 불붙게하는 도화선이 됐다.

부동산 시장에도 때 아닌 춤바람이 불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집값 상승 바람이다. 규제 완화와 같은 뚜렷한 호재가 없는데도 재건축 단지를 비롯한 일반 소형아파트 값이 치솟고, 덩달아 매수세까지 가세하면서 거래로 이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집값 급등 양상은 딱히 이해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데서 ‘막춤’이라 할만하다. 일정한 리듬도 형식도 없이 몸가는 대로 추워대는 ‘막춤’처럼 아파트 상승을 알리는 곡선 그래프가 곳곳에서 솟아오르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거래 건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를 분위기에 휩쓸린 묻지마 사자 열풍으로 돌려 버리기에는 무엇인가 석연찮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통적으로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반 강세를 보이는 가을 이사철 직후라는 것이 그렇고, 세제 및 주택담보대출 강화로 지금의 주택 구매층이 가수요가 아닌 실수요자들로 체워져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과연 지금의 춤판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집값 거품을 알리는 이상 징후인가? 계절적, 심리적 요인에 따른 반짝 거래인가? 부동산 불패신화를 알리는 시장의 신호인가? 대한민국 부동산표준 부동산뱅크가 3회에 걸쳐 아파트값 급등 장세의 춤사위 하나 하나를 풀어 해쳐 보았다.[편집자주]

추석 이후 최근 아파트값 동향은 한마디로 폭등장세라고 할 수 있다. 9월 한달간 서울 아파트값이 전월 대비 0.95%가 오른데 이어 경기도도 2.03%로 껑충 뛰어올랐다. 10월 들어서는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 강세가 무섭게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집값 급등 양상은 몇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판교신도시 분양이 막 끝난 시점이라는 점, 매매가 상승에 앞서 전세가 상승이 있었다는 점 등이 그렇다. 가격 상승이 시장에 영향력이 큰 재건축 아파트와 비강남권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 중대형 아파트에 집중돼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또 판교분양→전세가→일반 아파트↔재건축으로 이어지는 이 같은 상승패턴은 지난 2005년을 매우 닮았다. 지난해 주택의 세제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는 8.31대책 이후 전세가가 크게 뛰어올랐고, 이어 재건축 단지를 비롯한 일반 아파트 값이 치솟은 바 있다.

이처럼 주택도 수요와 공급이 있고, 이에 따라 거래가 일어나는 하나의 ‘시장’으로 매년 가격 동향에 일정한 패턴이 있고, 또 그 패턴에는 오름폭에 대한 일정한 기대치가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집값 급등 현상에 대한 답을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먼저 올 하반기 가격 동향부터 살펴보자. 지난 6월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서울의 경우 8월 마지막주 전주대비 변동율이 -0.02%로 저점을 찍은 이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후 급등세를 타기 시작한 서울 아파트값은 10월 마지막주 전주대비 1.28%에 이르는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로 8월3주 -0.08%까지 떨어졌다가 10월 들어 1.59%까지 전주대비 아파트값이 치솟았다.

이에 앞서 주택의 수요 증가를 알리는 전세값이 크게 출렁였다. 7월까지 맥을 못추던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8월 들어 전주대비 변동률이 0.59%로 들어 급등세를 타기 시작해 판교신도시 분양 직후인 9월과 10월 두달간 1.80%에 이르는 급등세가 펼쳐졌다. 경기도도 같은 기간 3.42% 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헌집을 떠나 새집으로 옮기거나 집을 넓혀 가려는 이들과 백년해로를 꿈꾸는 쌍춘년 젊은 신혼부부 등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올해 전세가 상승에서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교차점에 8월 말 판교신도시 분양이 있었다면 지난해에는 8.31부동산대책이 있었다.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세금폭탄이라 불리는 8.31대책이 나오면서 매매수요가 전세로 돌아서면서 9월부터 전세가가 큰 폭으로 뛰어 올랐고, 한달 후 일반 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 시세상승이 찾아왔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본격적인 상승 레이스에 접어들기 시작한 시점은 정확히 일반 아파트가 10월 셋째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10월 둘째주이다. 이후 초고층 건립에 따른 기대심리로 강남권 중층 재건축 아파트 급등이 해를 넘겨서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시장에 파괴력이 큰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강세는 일부지역에 제한된 시장불안을 확대시키는 기폭제 가 됐다.

올해도 상반기 내내 개발부담금제 시행으로 매수세가 끈긴 재건축 단지였지만 실제 그 액수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매수 대기자들이 몰리면서 하반기 값이 크게 치솟고 있다. 그동안 워낙에 오름세가 약했던 탓에 이를 만회하려는 기대심리까지 겹쳐 폭등에 가까운 오름세다. 지난 2005년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변동률이 33.3%로 올 들어서는 10월까지 변동률이 24.24%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재건축 상승행진은 연말까지 이어질 공산이 큰 셈이다.

이처럼 아파트 가격 상승과 거래에 대한 총량적인 접근은 주택의 거래건수 동향에서도 잘 드러난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강남구 주택거래건수는 모두 3,50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365건을 다소 웃돌고 있다. 송파구의 경우 같은 기간 모두 2,879건이 거래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거래건수가 238건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에 거래가 집중된 반면 올해는 하반기에 거래가 집중돼 있는 게 특징이다. 올 9월 강남권에서 거래된 주택거래건수는 모두 1,143건(강남구 383건, 서초구 366건, 송파구 394건)인데 반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61건(강남구 95건, 서초구 88건, 송파구 78건)에 그쳤다. 주택의 구입 시기를 늦추고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던 대기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처럼 거래가 9월에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비강남권을 비롯한 경기도 일대에서는 전세가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한 25평형 이하 소형 아파트가 가격 상승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서울 비강남권 전세가가 저점을 찍고,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8월 첫주, 보름후 소형 아파트도 전주 마이너스 변동률에서 0.03% 상승곡선을 그렸다. 경기도도 8월 첫주 전세값이 오름세로 돌아선지 일주일만에 소형 아파트 값이 치솟았다.

이 같은 가격상승 추이는 지난해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비강남권 전세값이 줄곧 내리막길을 접고 상승로 돌아선 것은 10월 둘째주, 이와 동시에 소형 아파트도 8주 연속 하락세를 접고 상승세로 반전했다. 주택의 수요증가를 의미하는 전세가 상승이 결국 소형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고, 또다시 중대형 아파트 시세 상승을 불러온 것이다.

올해는 특히 운정신도시,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책정과 신도시 추가 개발 호재가 여기에 부채질을 했다. 또 지난 2005년에는 집값 상승바람이 해가 바뀌면서 잠잠해진 것을 감안하면 최근 강세는 연말내지는 1월이 되면 수그러들 공산이 크다.

결국 가을 이사철 직후라는 계절적 요인과 규제에 따른 상반기 거래부진, 대형 개발 호재에 따른 기대심리 등을 최근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몇몇 이유만으로 최근 집값 이상징후의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한순간 들불처럼 번지는 집값 상승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내집마련을 목표로 알뜰쌀뜰 자금을 모아온 무주택 서민들이 내려야할 판단에 대한 해답도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기자 kjh@neo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