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과 아파트가격 함수관계는?
[부동산뱅크 2006/08/29 - 조회:4,815]
‘미분양 아파트는 주택시장의 미운 오리 새끼?’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미분양 가구수가 늘어나면서 건설사마다 미분양 물량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미분양 아파트는 건설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가격 조절’이라는 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나 건설사는 수요추이에 따라 주택 공급량을 조절한다. 그러나 다른 소비재와 달리 주택은 수요가 발생한 시점에서 2~3년 이상 걸려 공급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당장의 경기 여건에 따라 주택 공급량을 줄이거나 늘리면 시차에 따라 수급불균형 문제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때 제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미분양 아파트다. 호황기에 접어들어 주택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물량 부족으로 다시 가격이 뛰어오르는 연결고리 사이에 미분양 아파트가 위치함으로써 가격 상승 압력을 조절해주는 완충제 역할을 하게 된다. 즉, 부동산 시장 불황기에 적체됐던 미분양 물량이 호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시기가 IMF를 전후해서다. IMF체제에 돌입하면서 전국 아파트 연간 가격 변동률이 -18.95%(1998년)를 기록하는 등 1990년대 형성됐던 주택시장 거품이 급속하게 붕괴됐다. 이렇게 되자 1995년 정점에 도달한 후 1997년 8만 8,000여 가구로 감소 추세를 보이던 미분양 물량도 다시 급증, 1998년에는 10만 2,000여 가구까지 늘어나게 됐다. 소비자들의 구매력 하락이 아파트시장 거품붕괴는 물론 미분양 가구수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자 상황은 빠르게 반전된다. 1999년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9.3%로 전년대비 절반가량 줄어들자 미분양 물량도 약 7만 여 가구로 감소했다. 이후 2001년과 2002년 전국 집값 상승률이 12.01%, 20.18%에 이르는 등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미분양 가구수도 3만 1,000여 가구, 2만 4,000여 가구로 빠르게 소진됐다. 즉, 급증한 수요에 대해 신규공급이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사이에 미분양 아파트가 공백기를 적절히 메워준 셈이다.
2004년에는 10.29대책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일시적 침체기를 겪으면서 미분양 물량(약 6만 9,000 가구)도 전년대비 두 배 가량 늘어났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6만 4,000 여 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주택자 세금중과와 DTI, LTV 등 잇따라 발표된 대출규제책 영향으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미분양 가구수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뱅크 박영의 기자 momopc1@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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