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분석] 무교동·다동 먹거리 상권
[부동산뱅크 2006/07/11 - 조회:6,858]
“얼얼한 낙지 한 점에 서민들 쓰린 속도 확~” 화려한 외관이나 고급스런 먹거리와는 거리가 멀지만 ‘낙지’라는 이름 하나로 오래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상권이 있다. 청계천 개통으로 다시 한 번 도약을 꿈꾸고 있는 무교동•다동 상권의 현재를 둘러보았다.
전통이 묻어나는 먹거리 상권
청계천 물길 따라 ‘들썩들썩’
10.84km 청계천 물길이 시작되는 청계광장.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들이 즐비한 이 곳에서 남쪽 골목으로 한 걸음만 접어들면 무교동과 다동 상권을 만날 수 있다. 사대문 안 요지에 위치한 덕에 이 곳 먹거리 상권은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긴 역사를 자랑한다. 조선시대 사옹언(궁중의 음식을 맡아본 관청)에 속한 다방(茶房)이 있었다고 해서 지명이 유래한 다동(茶洞)과 국수집이 많았다는 국숫골, 팥죽을 팔던 팥죽골(두죽동) 등의 옛 지명이 발견되는 무교동 등 이름에서부터 이 곳의 대중음식점 역사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무교동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이곳은 예부터 과거시험을 보러 상경한 선비들의 집결지였다"며 “이들을 상대로 한 음식점이 발달했던 것으로 전해온다”고 귀띔했다.
이후 골목골목에 자리잡은 낙지 전문점이 특유의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맛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낙지’하면 ‘무교동’의 등호관계가 자연스레 성립됐다. 그러나 서민들의 사랑을 받으면 호황을 누리던 60여 개의 음식점도 도시개발 바람에 따라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1•2호선 시청역, 5호선 광화문역, 1호선 종각역 등 거미줄처럼 얽힌 대중교통 여건에도 불구하고 급속히 팽창한 종로나 명동상권 탓에 외부 유입 인구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말 도심공동화를 가속화시킨 주5일제 실시도 업무시설 밀집지인 무교동과 다동 상권에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위기의 계절을 맞았던 이 일대 상권에도 지난해 10월 개통한 청계천과 함께 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 평일 ‘반짝 장사’에 의존해야 했던 이들에게 개통 후 한달 동안 627만 명, 하루 평균 21만 명이 방문하는 청계천은 상권을 되살려줄 더없이 좋은 재료가 된 셈이다.
A구역, “점포 구경 힘들어요”
청계천 특수 ‘글쎄’
무교동과 다동 상권의 범위는 청계천 상류 첫번째 다리인 모전교 남쪽에서 광교 남쪽까지 약 300m에 해당한다. 청계천변을 따라 들어서 있는 상권(A구역)은 입지나 유동인구 면에서 금싸라기로 꼽혀 자리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 곳에는 은행 본점이나 관공서 등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탓에 임대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모전교 맞은편 3층짜리 건물에 야외 테라스를 갖춘 호프집 JS텍사스바(1층)와 중식레스토랑인 공을기객잔(2~3층) 단 두 곳만이 청계천 특수를 누리며 성업중이다.
모전교에서 서울시청으로 향하는 도로변(B구역)에는 청해수산, 동해일식, 참숯골 등 고급 음식점이 건물 1•2층에 자리잡고 있다. 특이한 점은 자바커피, 스타벅스, 파스쿠찌 등 유명 브랜드 커피점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 J공인 관계자는 “이 곳은 유동인구가 많지는 않지만 사무실이나 관공서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주로 방문한다”고 전했다. B구역은 1층 40평짜리 점포를 기준으로 권리금 1억 원, 보증금 7,000만~1억 원, 월세 300~350만 원 선에 임대료가 형성돼 있다. J공인 관계자는 “이 곳은 본사직영으로 운영되는 체인점이 대부분으로, 매물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귀띔했다.
무교동•다동 먹거리 상권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빌딩숲 사이 골목에 위치한 음식점들 (C구역). 일대 1층에 자리 잡은 점포 중 80% 이상이 한식, 일식, 중식 등 식당이나 주점일 정도로 먹거리가 밀집돼 있다. 이 곳에는 무교동을 대표하는 낙지음식점을 비롯해 리북손만두나 부민옥 등 수십 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맛집들이 대부분이다. 무교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은 “깔끔하거나 세련된 분위기의 음식점과는 거리가 멀지만 맛집으로 소문난 곳에는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다”고 전한다. 최근에는 신세대 직장인이나 청계천 방문객을 노리고 베트남쌀국수나 신씨화로 등 깔끔한 분위기의 외식업체도 선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소규모 점포를 이용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나 커피 테이크아웃 가게도 새롭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곳 역시 청계천 개통과 함께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반짝 강세를 보였지만 현재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1층 10평짜리 점포를 기준으로 권리금 7,000만~8,000만 원, 보증금 2,000~3,000만 원, 월세 120~150만 원 선에 임대료가 형성돼 있다. 개통 당시 쏟아졌던 상권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인근 H공인 최대표는 “청계천 개통 이후 낮에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저녁 이후로는 연인이나 학생, 회사원 등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며 “하지만 일대 주차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청계천 방문객들을 상권으로 연결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청계천과 인접한 곳은 특수를 누리겠지만 여기는 업무시설 직장인들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뱅크 박영의 기자 momopc1@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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