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무너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부동산뱅크 2006/06/14 - 조회:6,972]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국민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끌게 한 정책을 들라고 한다면 부동산과 관련 정책이라고 말할 사람이 다수일 것이다. 그만큼 참여정부는 부동산문제에 지나치다할 만큼 집착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동산만큼은 확실하게 잡겠다고 했고, 더욱이 수차례 공개적으로 공언을 했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그런데 재건축아파트 대책으로 핵폭탄과도 같은 개발이익환수제를 도입하겠다는 3.30 대책을 발표와 함께 그에 대한 법률도 입법이 완료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오히려 관망하거나 강세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그 동안 참여정부가 내놓은 중요 부동산 대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예로써 재건축을 할 때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강화한 9.5대책(2003년), 그리고 이어서 나온 10.29대책(2003년), 그리고 이제 부동산투자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노라고 선언을 한 8.31대책(2005년), 8.31대책의 효과가 4개월을 넘지 않자 다시 내놓은 3.30대책(2006년) 등을 들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 중 특기할 만한 몇 가지와 그 대책의 시행 여부를 살펴보자.
첫째, 조세정책을 보면 2003.4.25부터 시작된 강남 등의 주택 투기지역지정을 들 수가 있다. 투기지역지정은 그 동안 기준시가제도에 의하여 양도소득세를 과세했던 것에 비하면 양도소득세 과세체계에 있어서 일대 혁명적인 전환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1년 미만의 거래라든지 분양권이나 입주권, 3주택소유자와 같이 일부 투기적 거래에 대하여 실거래가액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하여 과세한 적은 일부 있었으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과 같이 한 행정구역을 묶어 예외 없이 모든 거래에 대하여 실거래가액으로 양도차익을 산정하여 과세한 것은 앞서 지적한 대로 양도소득세 과세체계와 세금 부담측면에서 가히 혁명적인 일대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실거래가액을 적용하여 계산한 세금 부담액이 기준시가에 의하여 계산한 세금부담액보다 2-3배 많은 것은 보통이고, 심한 경우에는 그 보다 많은 몇 배의 세금차이를 발생시켜 그 당시 분위기로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 돌아 다닐 정도로 한동안 투기지역의 부동산 거래는 매우 위축되었다. 그리고 투기지역은 그 뒤로 다른 지역으로 계속 확산 지정되어 그 뒤 전국의 주요 지역은 거의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속 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부동산값은 잡히지 않았고, 오히려 투기지역을 지정한 2003년 봄보다 범강남권 지역은 거의 두배 이상 상승하는 아이러니컬한 현상이 발생하였다.
둘째, 2004년 봄부터 시행되는 주택거래신고제 시행을 들 수 있다. 이 또한 강남구 , 송파구, 강동구, 용산구, 과천시 등 일부 행정구역단위를 취득세와 등록세의 실거래가액 적용지역으로 지정하여 이들 지역에서 일정 규모이상의 아파트를 취득한 사람으로 하여금 취득세, 농특세, 등록세, 교육세 부담을 이 제도 시행이전보다 적게는 2-3배, 많게는 그 보다 훨씬 많은 부담을 지우도록 하는 부동산 투기 대책의 일환이었다.
셋째, 보유세인 재산세를 부과할 때 주택가격을 낮은 과세시가표준액에서 시가를 반영하여 평가하는 제도를 2004년부터 도입하여 범강남권의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 부담을 훨씬 높였다.
넷째, 3주택자에 대하여는 양도소득세 세율을 66%로 인상하였다. 이를 두고 어떤 조세학자들은 이익을 몰수하는 세율(몰수세율)이라고도 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長期 보유자에게 적용하는 물가공제와 같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박탈하여 그야말로 3주택자가 양도하면 양도차익을 거의 뺏긴다고 할 만한 제도가 2004년부터 시행되었다.
다섯째, 2005년부터 고가주택에 대하여 재산세를 부과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였다. 주택을 기준으로 한다면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하여는 1%~3%에 이르는 종합부동산세를 국세로 다시 과세하여 몇 년 뒤에는 미국같이 시가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보유세를 부과하겠다고 입법화하였고, 2005년부터 시행하였다.
이만 하면 웬만한 투기는 잡힐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도 강남권을 중심으로 하는 아파트 가격 상승은 계속 확산되어 분당지역을 넘어 용인지역으로까지 확산되었다. 그러자 정부는 8.31종합부동산대책이라는 초강수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으며, 앞에서 지적한대로 이제 부동산 투기로 돈버는 시대는 지났다는 선언(?)까지 하였다. 8.31대책은 가히 종합대책이라 할만하다. 송파신도시 개발이라는 공급대책, 기존 주택 소유자에 대한 대출 제한 등의 금융 대책,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강화를 통한 조세정책 등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망라하였다. 보통 상식을 가진 자라면 8.31대책 중 조세정책이 시행 된다면 부동산 값은 도저히 오를 수 없는 초강수 조치라고 말해왔다. 즉, 2주택 이상 소유자가 양도한 경우는 투기지역지정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실거래가액으로의 과세, 2주택자의 양도차익의 55%를 과세(2007년부터 적용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비사업용부동산에 대하여 2006년부터 실거래가액으로 과세한 다음 2007년부터는 66%로 과세, 그리고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점을 주택의 경우 9억원에서 6억원으로 하양조정하면서 세율도 인상하고 다시 여기에 더하여 위헌 시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세대별 합산 과세 정책을 시행하였다.
그렇다면 그 뒤의 상황은 어떠하였는가?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8.31대책이 발표되기 전인 2005.8월초부터 거래가 위축되면서 강남권 아파트 가격 하락이 일부 진행되었으나, 4개월을 넘지 못하고 작년 연말(2005년 연말)부터 다시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가격이 뛰기 시작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광풍이 몰아치기에 이르렀다. 그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매도하려는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매수자는 줄서서 대기하는 사태에 이르렀으니 한 달 사이에 몇 억원이라는 가히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 상승이 일어났다.
강남에서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모이면 '강남, 강남...', '강남권, 강남권...' 하면서 '도대체 강남은 어디에 있는 거냐'는 탄식이 잇따랐고, 정부에서는 양극화 해소를 연일 외치면서 도무지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으며, 이런 실제 상황은 그 뒤에도 상당기간 지속되었다. '광풍, 광풍...' 이런 말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비이상적인 광풍 현상이 수도권 곳곳에서 실제 발생하자 정부에서는 버블세븐 지역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일정지역 부동산 매수 대기자에게 버블 상태를 알려 주면서 매수 주의보를 내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시 3.30대책이 발표되었다.
그렇다면 왜 정부의 정책은 시장에서 먹히지 않고 계속 거꾸로 가는 것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일반 민초들이 보았을 때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고, 특히 현실의 시장 상황과는 너무 동떨어진 진단에서 출발한 정책이 다음 정부에서 그대로 승계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5.31선거 뒤에 여당 일부에서는 벌써 정부 정책을 시장 친화적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고, 특히 그중에서도 세금 인상 일변이 정책에 대한 변경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 하나는 이제 강력하다고 홍보하는 정책에 대한 면역 현상이다. 가파른 압축 경제성장을 해온 우리네 현실에서 언제 정책의 안정성과 영속성이 있었던가? 과거의 여러 정권 임기 내에서도 조령모개식 정책을 수없이 경험해온 민초들이 아니던가? 좋은 정책이라고 홍보해놓고 그 정책을 따르고 있는 순간에 상황이 바뀌어 뒤집어지는 이 어지러운 정책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민초들이 가슴앓이를 해왔는가? 그래서 어떤 분야에서는 정부정책과 거꾸로 가야 돈을 번다는 우스개 소리 아닌 비야 냥이 시중에 돌아다닌 지 오래되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지 않을까? 너무 강하고 조급한 대책은 다음 정부이든 그 다음 정부에서든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강경정책만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 감내할 만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점진적인 정책을 내놓으면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조금씩 고쳐간다면 큰 저항 없이 시장이 정책에 적응하지 않을까? 1년 사이에 갑자기 세금이 2배 아니면 그 이상 인상되어 고지된다면 그 정책을 입안한 당사자를 빼놓고는 불평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2007년부터는 양도소득세 대상 모든 물건이 실거래가액으로 과세된다고 하는데, 이 또한 해당 당사자에게 많은 불평의 대상이 되지 않을 런지 전문가로서 걱정이 앞선다. 현 부동산시장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아쉬운 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Copyright ⓒ 부동산뱅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