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양극화 문제
[부동산뱅크 2006/06/12 - 조회:6,024]
최근까지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양상을 보면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택의 유형, 평형, 지역 별로 가격 격차는 확대되고, 주택건설업체의 경우도 대형 브랜드업체와 중소업체, 그리고 수도권업체와 지역업체 간의 사업성 격차도 커지고 있다. 2005년 말 규모별 아파트 가격지수를 보면 2003년 9월 기준 대형평형은 17.2% 상승한 반면 소형 평형은 2.5% 상승에 그쳐 가격상승 폭은 무려 15% 격차를 나타냈다. 그리고 지역적으로도 2005년 말까지 분당 및 강남지역의 가격지수가 2003년 9월 대비 36.6%, 13.9% 상승한 반면 서울의 강북과 부산지역은 오히려 가격지수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며 강남과 강북, 수도권과 비수도권 주택가격의 양극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주택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주택의 규모나 지역 간의 가격차이 뿐만이 아니라 주택건설업체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03년 10.26종합부동산대책 이후, 민간부문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추세로 돌아서고 신규 아파트 착공 호수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8.31부동산대책 등 연이은 정부의 규제 강화 정책에 따라 시장 위축이 예상되면서 많은 주택건설업체 들이 경영압박을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 압박은 대형업체와 중소업체 간에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주택건설전망을 나타내는 BSI지수를 보면, 2005년 하반기에 대형업체 135, 중소업체 89.8로 나타나 대형업체들은 주택건설 물량의 증가를 계획하고 있는 반면 중소업체들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업체별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더욱이 2006년 상반기 조사에서는 대형업체가 155로 주택건설전망이 더욱 확대된 반면 중소업체는 87로 감소하여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양극화 현상은 주택에 대한 시장의 기본 욕구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넓은 평형의 주택과 특정지역을 선호함으로서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은 그 만큼 현재의 시장이 소비자의 욕구를 충분히 탄력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해 왔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향후 넓은 규모의 주택, 교육, 문화 등의 양호한 주거환경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주택시장이 갖는 몇 가지 특성상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반드시 시장의 욕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택이 투자재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특성이다. 주택의 수요가 투기 등 지나치게 가격상승 기대에 의존되어 이루어지는 경우, 주택시장은 주식시장과 유사한 시장 특징을 갖게 될 수 있다. 케인즈는 주식시장을 미인선발대회에 비유하여 투자행동을 설명하며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였다. 미인선발대회에서 선발자를 맞추면 상금을 받게 되는 경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투표자들이 평균적으로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게 된다. 그래야만 상금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주택시장에서도 주택수요가 가격상승 기대에 지나치게 의존되어 이루어질 경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조건에서 알 맞는 평형이나 지역 또는 시공업체를 선택하기 보다는 관습적으로 가격상승에 안정적인 주택을 선택하게 되어 특정 유형의 주택이 사회적으로 과잉공급 되는 등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8.31정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주택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금까지의 양극화 현상이 투기수요에 의한 시장 왜곡이 주요 원인이었다면, 8.31정책 효과로 양극화 현상은 완화될 것이다. 그러나 양극화 현상이 정상적인 시장기능에 의한 신호였다면 주택시장의 위축으로 양극화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규제강화로 시장이 원하는 수요가 탄력적으로 충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의 기본 목표가 주거수준 향상과 시장의 장기적 안정이라면, 정부는 후자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고 충분한 정책적 대안이 검토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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