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아오르는 법원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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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뱅크 2006/06/01 - 조회:7,240]

정부가 연일 부동산 거품 붕괴론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법원 경매시장에서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인파가 몰려들 뿐만 아니라 아파트 경매 사상 최고가 낙찰이 나오는 등 경매 시장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중앙 지방법원 경매 7계 입찰법정.

이날 입찰에 부쳐진 102건 중 주목을 끄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 아파트 57평형으로 최초감정가만 17억 원에 달하는 물건이었다. 이날 낙찰된 30건 중 최고 경쟁률인 18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최저가 보다 6억여 원이 더 많은 23억 1207만원에 낙찰돼 입찰참가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낙찰가율은 무려 136 %를 기록했다. 이날 낙찰된 물건 중 가장 비싼 물건에 가장 많은 참여자가 몰려 아파트 경매사상 최고가 낙찰가를 기록한 것이다. 언뜻 보기에 고가 물건에 투자자가 적을 것으로 보이나 오히려 더 몰리는 현상이 바로 지금의 우리 부동산 시장이요 법원경매 시장인 것이다.

경매시장의 열기만 놓고 보면 이미 한 여름에 와 있는 듯하다. 법원경매 시장은 8.31 부동산 안정대책의 후속대책인 3.30 대책이후 약 20일 정도의 반짝 조정기가 지나자 지난 달 하순부터 언제 대책이 있었느냐 비웃기라도 하듯 대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 버렸다. 또다시 경매시장에 '묻지마 경매'가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흔히 경매 시장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다음 세 가지가 언급되고 있다. 낙찰가율과 입찰경쟁률 그리고 낙찰률이 그것이다.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디지털 태인에 따르면 5월 15일 현재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최초감정가를 낙찰가로 나눈 비율)은 90.85 %에 달한다. 서울은 92.18 %로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이 90 %를 넘긴 것은 지난 2002년 9월(92.3 %) 이후 43개월 만이다. 서울의 평균 입찰 경쟁률은 1월 5.44명에서 4월에는 6.02명으로 늘었고, 이 달(15일 현재) 들어서는 하나의 물건 당 7.2명이 낙찰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서울지역 평균 입찰경쟁률은 5명 내외다. 특히 집값 상승의 진앙지로 지목되고 있는 '버블 세븐'(서울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와 양천구 목동, 경기도 분당, 용인, 평촌)지역의 입찰경쟁률은 갈수록 뜨겁다. 낙찰률(낙찰건수를 전체 진행 물건수로 나눈 비율) 역시 서울지역은 연초 평균 30 % 였던 것이 강남, 서초, 송파, 목동은 5월 들어서 70%를 넘어섰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일부 악성 물건을 제외하고는 경매에 붙여진 대부분의 물건이 팔려나갔다는 의미다. 경매시장에서는 낙찰률이 40 %를 넘기면 '묻지마 경매'가 시작됐다고 본다.

최근 경매시장의 열기가 뜨거운 이유는 3.30 이후 일반 부동산 시장이 '버블론' 등으로 매도·매수세가 얼어붙자 대안 투자처로 경매시장의 부상을 들 수 있다. 즉 가격 완충 역할에 대한 기대심리의 상승으로 경매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유입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경매의 경우 내 집 마련과 시세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시장으로 특히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이 최대의 매력이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론이 확산될수록 경매에 대한 기대심리가 더욱 높아져 상대적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그밖에 경매시장의 저변이 두터워진 점을 들 수 있다. 각종 경매교육 기관에서 매월 수백 명의 경매 투자자를 쏟아내고 있으며 지난 3월부터 공인중개사에게도 입찰대리가 허용되어 경매열기 확산에 일조를 하고 있다.

한편 최근의 경매시장의 열기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먼저 경매시장의 전통적 쌍끌이 종목으로는 아파트와 토지를 들 수 있다. 그러나 토지가 8.31 대책의 집중 포화로 주춤하자 토지 대신 연립·다세대 주택이 그 빈자리를 꿰찼다. 재개발과 뉴타운 후광 효과를 업고 이들 지역의 연립·다세대 주택이 대표 브랜드 역할을 해왔다. 오히려 이들 종목이 경매시장의 주도주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으나 4월 들어 전통적 최고 우량주 역할을 하던 아파트가 다시 주도권을 회복하고 있다. 또 하나 다른 점이라면 이전의 '묻지마 경매'는 이른바 '3불문' 현상이라고 하여 가격불문, 종목불문, 지역불문하고 낙찰 받고 보자였다면, 현재의 '묻지마 경매'는 양극화, 차별화 현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즉 철저하게 돈 되는 물건과 지역에만 몰릴 뿐이라는 점이다. '선택과 집중현상'이 경매시장에도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의 이상 열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의 열기는 양질의 우량 물건 공급에 따른 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주관적 요소에 기댄 인위적 현상에 터 잡은 점이라는 것이다. 이는 외적 환경요인의 변화(정부의 추가 안정대책 등)에 따라 시장 흐름이 언제든 급변할 수도 있고 열기가 식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며, 경매시장도 전체 부동산 시장의 일부분임을 기억해야 한다. 일반 부동산 시장의 냉각으로 단기적으로는 반사이익이 기대되나 장기적으로는 경매 역시 거품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매에 장사 없듯 정부정책에 맞서지 말라는 시장의 교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경매의 제1 전제는 '낙찰 받기'가 아니라 '시세보다 싸게 사기'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은 추격매수보다는 기다림의 경매가 필요한 시기인지도 모른다. 비록 화려한 조명을 받지는 못하지만 속이 꽉 찬 알찬 물건이 소리 소문 없이 팔려 나간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난 18일 서울 중앙 지방법원.

종로구 인사동의 분양 면적만 400평이 넘는 사우나 물건이 38억 원에서 7회나 떨어진 후 다시 경매에 나왔다. 최저매각가는 최초감정가의 21 %인 7억 9700만 원선이었다. 이 물건의 진가를 알아본 투자자에게 8억 4550만원에 단독으로 팔려나갔다. 대중화 시대일수록 틈새물건의 가치가 높아 보이는 법이다. 발 품 여하에 따라 흙 속의 진주를 얼마든지 발굴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경매물건은 서류 상 내용과 실제 현황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장 조사에서 당락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후 경매 시장 변화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직접 투자와 2단계(낙찰 후 팔기) 투자론이 대세였다면, 앞으로는 간접투자와 3단계(낙찰 후 가공해서 팔기) 투자론이 화두로 부각된다는 점이다. 부동산의 속성상 경매 역시 직접 투자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경매 대중화 시대에서는 더 이상 전통적인 방법만으로는 수익률 제고에 한계가 있다. 이제는 투자의 덩치를 키워야 하는 시점이다. 예를 들어 1억짜리 물건을 나 홀로 투자시 입찰보증금 1000만원으로 7~10 %의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10명 내외의 경쟁자를 제쳐야 한다. 반면 10명이 10억짜리 물건에 참여시에는 보증금은 똑 같이 1000만원만 있으면 되지만 수익률은 15~20 %로 높아지면서 경쟁자는 불과 3명 남짓에 불과하다. 투자금액은 똑 같은데(각 1000만원) 낙찰은 훨씬 쉬어진 반면(경쟁률이 3분의 1수준임 10명에서 3명으로) 수익률은 배(7%에서 15%)가되는 게임이라면 선택은 자명하지 않은가? 따라서 앞으로 경매시장에서는 10억 이상의 물건일 경우 펀드 투자가 급격히 늘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제는 더 이상 단순히 사고파는 식의 ‘시간차’ 투자만으로는 수익률을 끌어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옥인동의 사우나 물건은 시사 하는바가 크다고 하겠다.

한 동안 부동의 경매시장 선도주 역할을 하던 토지는 애증이 교차하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경매 투자의 묘미 두 가지(시세보다 싸게, 사기와 토지 거래 허가를 안 받아도 되는 점)를 모두 만끽할 수 있었던 토지경매는 8.31 대책이후 옛 명성이 상당부분 퇴색해 버린 것이다. 수도권지역 거의 대부분과 전국토의 22.5 %에 이르는 토지거래허가 구역일지라도 경매로 취득할 시에는 따로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거래 제한도 없다는 강점은 계속 유효하나, 문제는 이 땅을 되 팔 경우 매수자는 주민등록 1년 거주 요건과 전매제한 요건 등을 충족해야 되기 때문에 거래가 거의 끊겼다는 점이다. 단, 농지(논, 밭, 과수원)의 경우는 토지거래허가 대신 매각기일로부터 1주일인 매각결정기일까지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법원에 제출해야 매각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만일 기한 내 미제출시는 매각은 불허가되고 법원에 따라서는 보증금이 몰 수 된다. 살 때는 아무 거리낌 없이 살 수 있으나 되 팔 때는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 투자자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물론 실수요자 에게는 현재의 시황이 오히려 저가에 매입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입찰 참가자의 대부분이 투자 수요임을 감안하면 토지 경매의 그늘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장기 투자자나 실수요자 에게는 매우 유리한 국면이라고 하겠다.

경매대중화 시대에는 선구안이 중요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독점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경매 물건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문호가 똑같이 개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부지런히 발품을 파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권리분석과 물건분석 등 충분하고 꼼꼼한 사전분석 후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흔히 경매에서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는 권리분석의 중요성을 일컫는 말이다. 임차인의 보증금은 누가 부담을 하고, 등기부상의 제반 권리는 낙찰 후 전부 소멸되는지 그 외에 인수되는 권리는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제는 과거처럼 원초적인 권리분석을 잘못해서 보증금을 날리 는 사례보다는 부동산의 가치를 오판해서(특히 감정가를 시세로 오인하는 경우 등) 낙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그밖에 경매는 낙찰만으로는 온전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낙찰 후 입성시 까지는 집 비우기(명도) 등 길고도 복잡한 절차가 기다리고 있으며, 잔금 납부로 부동산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취득했을지라도 점유자가 집을 비워주지 않으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이사비와 이사기간(2개월 내외)을 감안해야 한다.

혼돈의 시대에는 법원 현장 분위기에 휩쓸린 고가 낙찰은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금물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소유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낙찰 후 3개월 정도는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입찰참가자의 진정한 경쟁자는 눈앞에 아른거리는 투자자들이 아니라 어서 빨리 낙찰 받기를 강권하는 본인의 조바심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