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늘면 집값도 뛴다
[부동산뱅크 2006/04/17 - 조회:8,947]
높은 결혼률, 이번에도 집값을 올릴 수 있을까?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 돌아왔다. 특히 올 해는 결혼 시기로 각광받는 쌍춘년으로 알려져 여느 때보다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웨딩업계의 전언이다.
통상적으로 결혼하는 커플이 늘어나면 집값도 상승하는 경향이 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증가해 나타난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은 신혼부부들은 내 집을 사기보다 전세·월세를 얻는 경우가 많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임대수요가 많은 집은 매매에서도 유리해 집값이 강세를 띠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간 7번 결혼률·집값 동반 강세
경제적 불안정 시기에는 어긋나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5번 오르고, 5번은 떨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결혼건수는 꾸준히 줄었지만, 전년 대비 증감률은 6번이 오르고, 4번은 떨어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과 결혼 증감률, 각각을 매 년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부동산 과열을 낳았던 2002년과 참여정부의 강력한 대책으로 잠시 부동산값이 주춤했던 2003년 등 개인이 미처 대처하기 힘들었던 경제 사이클을 보인 해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1996년은 결혼률, 서울 아파트값 모두가 큰 오름폭을 나타낸 해로 기록됐다. 1995년 9만 8,525쌍이 맺어졌던 것에서 1996년 10만 5,100쌍이 혼인, 결혼률이 6.67%나 올랐다. 이에 맞춰 서울 아파트 매매가 역시 1년 간 평당 601만 원에서 668만 원으로 11.03%의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이듬해인 1997년은 결혼에 이른 커플이 9만 3,810명으로 떨어지며 -10.74%의 혼인률을 보인다. 전년에 비해 줄어든 내 집 마련 수요는 그 해 집값 상승률도 5.93%로 제한했는데, 이는 전년에 기록한 11.03%의 반토막밖에 되지 않는 수치이다.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맨 1998년은 결혼건수도, 집값도 모두 하락했다. 다만, 1997년에 비해 혼인건수가 5,591쌍만이 줄어 -5.96% 내리는데 그쳤다. 결혼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10.74%로 크게 하락했던 1년 전과 비교할 때는 오히려 양호한 성적. 반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집값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평당 695만 원이던 서울 아파트값은 583만 원을 기록하며 무려 -16.10%의 하락률을 보였다.
외환위기 후 빠른 경제회복을 보인 1999년부터 2001년까지는 혼인률, 집값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도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강남 발 집값 상승, 초고측 주상복합 분양, 분양권 무제한 전매 등으로 인한 부동산 과열을 빚었던 2002년은 다시 한번 이 둘의 관계가 어긋나게 된다. 전년 대비 결혼률이 -6.05%로 크게 떨어졌음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평당 818만 원에서 1,059만 원으로 무려 29.56%나 상승한 것이다.
다음 해인 2003년도 마찬가지. 0.07%로 결혼률은 오르지만 집값 안정에 뜻을 둔 참여정부의 잇단 5.23대책, 9.5대책, 10.29대책 등에 힘입어 15.08%만이 상승한다. 2002년 상승률 29.56%과 비교해 초라한 상승률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2004년과 2005년은 다시 집값과 혼인률과의 상관관계를 증명하고 있다.
세대원 분리되는 이혼도 집값엔 혼재
혼인률과 비슷한 양상 보여
결혼하는 커플이 있으면 이혼하는 커플도 있는 법. 이혼률이 늘어나면 집값은 어떻게 될까? 결혼과 반대인 이혼, 결혼을 많이 할수록 집값이 오르므로 이혼을 많이 하면 거꾸로 집값이 내릴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한 가구를 이루고 있던 가정이 이혼을 하게 되면 세대원이 분리돼 두 개의 가정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이 역시 결혼과 마찬가지로 주택 수요가 늘어 집값에는 호재로 작용하게 된다.
실제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에서 조사한 서울 아파트값과 통계청 자료인 이혼건수를 보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특수한 경우란 결혼에서와 같은 외환위기, 부동산 과열, 강력한 정부 대응 등 개인이 예상하지 못한 시장반응을 보였을 때를 말한다.
1998년 어려워 진 경제 상황에 전년도 2만 391건이던 이혼건수가 2만 6,090건으로 27.95%나 상승한다. 이러한 급격한 상승률에도 서울 집값은 -16.10%의 변동률을 보인다. 1999년은 1998년과 비교해 이혼변동률이 줄어들지만 좋아진 경제여건 덕에 집값은 오르게 된다.
부동산의 최고 호황기로 꼽히는 2002년과 각종 대책에 잇달았던 2003년 역시 각각 이혼은 줄지만 집값은 오르고, 이혼은 늘었지만 집값은 내리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 이혼률과 집값이 다르게 움직인 것은 1998~1999년, 2002~2003년 총 4번 뿐. 나머지 해에서는 모두 같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최근 강력한 규제가 쏟아지며 그 어떤 변수보다 대책에 의한 약발이 강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2004년의 경우 이혼률이 낮아지고 집값도 떨어져 표면적으로는 상관관계를 유지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2003년 발표된 10.29대책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던 한 해였다. 하지만 뛰기만 하는 집값에 언제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결혼률, 이혼률 등을 통한 통계학적 접근 하에 그 시기를 가늠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뱅크 박선옥 기자 pso9820@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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