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
[부동산뱅크 2006/04/14 - 조회:6,836]
첫째. 경매의 제1전제는 시세차익인가 아니면 낙찰받기 인가?
누가 뭐라고 해도 경매의 제1전제는 ‘시세보다 싸게 사기’이다. 그런데 경매시장을 들여다보면 종종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너무도 당당하게 경매의 제 1장점은 ‘낙찰 받기’라고 외치는 사람들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는 이론의 여지없이 낙찰 받아 놓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입찰당일에는 엄청난(?) 고가 낙찰로 지탄의 대상이 될지라도 잔금 납부 시점인 한 달 반 후에는 그동안 급등한 시장 가격이 고가낙찰 가격을 정당화 시켜주기 때문이다. 입찰 당일 낙찰자를 향한 비아냥거림의 손가락이 한 달 반 후에는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한 자신의 무능과 안일에 대한 질책의 비수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매시장에서 이런 원리가 통용되는 시점이 아주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지난 2001년 4월부터 2003년 10월 29일까지의 ‘제1차 대세 상승기’와 2005년 1월 21일부터 2005년 8월 31일까지의 ‘제2차 상승기’에는 적실성이 있었지만 그 외의 시기에는 함부로 휘두르면 안 되는 전가의 보도이기 때문이다. 요는 지금도 일부 참가자들이 2006년 2월 20일부터 ‘제3차 상승기’(?)가 도래했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판교분양과 강남발 재건축 시장이 들썩거리는 등 시장 교란 환경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나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갈수록 상승기의 주기가 짧아진다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한다.
둘째. 도대체 경매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일부에서 수십조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경매정보제공업체인 디지털 태인에 따르면 2005년 경매시장에서 매각된 금액은 13조 8,847억원 이었다. 이 금액은 경매 사상 최대 매출액이다. 참고로 역대 최고치는 지난 2001년의 13조 6,520억원 이었다. 지난 2005년 평균 낙찰가율은 66.6%였으나 토지는 86.1%를 기록 토지경매의 인기를 실감한 한해였다. 이 기간 동안 모두 48만 7,240명이 입찰에 참여했다. 2000년 이후 시장 규모를 보면 연간 약 10조원(경기호황)에서 13조원(경기불황) 사이였다. 즉 월 1조원, 연간 11조원 내외가 정설이다.
셋째. 경매시장은 브로커가 좌지우지한다.
국제통화기금 체제로 회귀했다면 맞는 말이다. 그렇다. 한 때 경매시장은 소위 경매전문가 집단이 주도한 적이 있었다. 이들은 경매에 대한 애증의 대상으로 경매 대중화와 양적 팽창의 제1공신으로 추앙(?)을 받는 반면 경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확산의 원조요 원흉으로 지탄을 함께 받고 있다. 오히려 경매대중화의 최대의 걸림돌이요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나 지난 2001년 4월 ‘경란’(競亂)과 2002년 7월 1일 민사집행법이 시행된 이후 경매시장은 완전히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됐다. 경매가 대중화되면서 소위 ‘아줌마’부대와 ‘수강생’사단이 경매시장을 사실상 접수해 버린 것이다. 지금 이들은 경매 법정 한 켠 에서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아! 옛날이여를 되 뇌이면서. 이들의 빈자리를 나홀로 투자자가 메우고 있다.
넷째. 경매는 권리분석이 전부다.
한 때 절대 명제였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연간 약 1,200억원에 이르는 입찰보증금이 허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전국에는 280개의 경매계가 있는데 하나의 경매 계당 5건의 경매사고가 있고 1건당 보증금의 손실 금액이 700만원이라고 했을 경우다. 경매사고에는 두 종류가 있다. 통계로 잡히는 사고와 통계로 잡히지 않는 사고가 있다. 통계 사고는 낙찰 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입찰보증금이 20% 내지 30%인 경우이고 통계 외 사고는 낙찰대금을 납부할 때까지 전혀 경매사고의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한 경우로 뒤늦게 사고가 터진 것을 알게 된 경우다. 경매사고는 후자가 더 무서운 경우로 이는 단순히 보증금 10%만 날릴 것을 즉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경우’이다. 또 다른 경매사고 유형에는 ‘권리분석 실패형’과 ‘물건분석 오판형’이 있다. 과거에는 ‘경매사고 = 권리분석 실패’였는데 민사집행법 시행 이후로는 ‘경매사고 = 물건분석 오판’형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절차의 간소화와 투명성으로 경매의 위험이 많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대신 법원감정가를 시세로 오인한다든지 아니면 경매 물건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하여 발생하는 사고이다. 권리분석을 잘하면 경매사고의 위험을 줄이거나 안 당할 수 있다. 그러나 권리분석을 잘 한다고 반드시 낙찰 받는 것은 아니다. 권리분석이 경매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섯째. 경매는 명도가 전부다.
한 때 그런 때가 있었다. 민사소송법 당시에는 낙찰 받기보다 낙찰 후 과정이 더 어려웠다. 항고를 통해 시간을 질질 끌뿐만 아니라 점유자 대부분(90% 이상)이 명도소송 대상인 지라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경매 전 과정을 100이라고 한다면 민사소송법 당시에는 낙찰까지가 40%이고 낙찰 후 과정이 60%였다. 그러나 민사집행법에서는 낙찰이 60% 에서 70%로 낙찰 후 과정이 30%에서 40%로 바뀌었다. 이제는 낙찰이 더 어려워졌다. ‘아 하늘을 봐야 별을 딸 것이 아닌가.’ 낙찰이 돼야 명도를 하든지 뭐를 하든지.
여섯째. 경매로 떼 돈 벌고, 팔자도 고칠 수 있다.
광고 카피와 내용물은 다르다. 소위 무료 강좌 등 ‘로드쇼’에서 충격적인 내용이 공개되곤 하는데 전설과 현실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 때(국제통화기금 체제 등) 그런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매가 요즘처럼 대중화되기 전에는 반값에 주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단, 지금도 남보다 한 발 앞서 일어나는 사람은 경매의 묘미를 만끽하고 있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경매는 결코 요행의 산물이거나 투기의 대상이 아닌 합리적 투자의 대상임을 명심해야 한다. 팔자는 함부로 고쳐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밖에 ‘어깨(?)’ 때문에 겁나서 못하겠다. 경매 받은 집은 터가 세서 재수가 없다. 세금이 너무 많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게 경매다. 등등 왜곡된 이미지와 편견이 경매시장 대중화의 걸림돌로 아직도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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