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부동산 가상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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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뱅크 2005/12/27 - 조회:23,370]

파란만장했던 2005년 부동산 시장이 저물고 있다. 2005년은 연 초 약세를 점쳤던 전문가들의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폭등세를 보인 아파트 값과 고분양가 논란에도 후끈 달아올랐던 분양 시장, 또 기업도시, 혁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선정에 따른 토지 시장 투기 열풍까지 겹치며 전국이 온통 부동산으로 들끓었던 한 해였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원했던 서민들에게는 큰 허탈감을 안겨준 반면 투자자들에게는 고수익을 안겨준 2005년 부동산 시장. 2006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서민과 투자자에게 다가설지 자못 궁금하다. 과연 내년 부동산 시장은 어떤 발자취를 남기고, 이 속에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2006년 부동산 시장을 미리 살펴본다.

올 최고 히트 상품, 아파트

내년에도 강남권 위주로 최고 자리 지킬 듯

올 초와 비슷한 양상이 예고되는 2006년 아파트 시장. 이에 상반기 아파트 시장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2005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아파트값의 하락 내지는 약보합을 점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6월로 다가온 판교 분양과 강남구 압구정동 고밀도지구의 60층짜리 초고층 재건축 추진이 그 이유다.

정부는 곧 초고층 재건축 불허 방침과 판교 11월 일괄분양 등의 내용을 담은 ‘2.17 부동산 대책’ 발표, 달아오른 아파트 시장을 안정시키려 했지만 이미 불을 댕긴 강남발·판교발 아파트값 폭등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2006년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재, 올 초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연기됐던 판교 분양이 내년 3월(25.7평 이하)과 8월(25.7평 초과)로 확정됐다. 원가연동제로 인한 품질 저하 논란과 각각 10년, 5년간 전매제한이라는 규제 적용, 중대형 평형 공영개발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판교는 여전히 매력적인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판교 1차 분양이 시작되는 3월부터 2차 분양이 있는 8월에 이르기까지 인근 분당, 용인, 강남 등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고층 재건축 논란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월 서초구 잠원동 잠원5차 35층 재건축 승인에 이어 이번 달 12층 이하의 2종 주거지역에 위치한 강남구 청담동 한양아파트가 35층으로 재건축 승인이 났기 때문이다. 이에 3종 일반주거지역인 압구정동 일부 아파트에서 초고층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까지 정부의 초고층 재건축 불허 방침이 완강하지만 층고 제한 및 용적률 완화를 계속해서 시도하는 서울시 의회가 복병으로 남아 있다.

집값 상승에 불을 지폈던 판교 분양, 초고층 재건축 기대감이 여전한 가운데 내년 5월로 다가온 지방선거 역시 아파트 시장에는 호재로 여겨진다. 선거 자체가 집값을 직접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그 과정에서 나오는 핑크빛 공약들은 미세하나마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또 모든 시선이 선거로 가 있는 틈을 타 은근슬쩍 법안들이 통과되기도 해 선거 후 폭풍이 몰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6월 이후 전체적인 집값은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서울을 제외한 전국 입주 아파트는 2000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물량으로 그만큼 주택 시장안정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8.31 대책’에서 언급된 규제, 특히 세제 관련 법률들의 본격적인 시행은 집값 안정에 최대 공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개인별로 합산해 기준시가 9억 원 이상의 주택이 적용되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이 내년 가구별 합산, 기준시가 6억 원 이상 주택으로 변경될 경우 과세기준일 6월 1일 이전 다주택자의 매물이 출현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강남 중대형 아파트 보다는 비강남권 소형 평형 위주로 매물이 나올 공산이 크다.

반면, 1가구 2주택자들의 ‘팔자’ 움직임으로 인한 주택 시장 안정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 싶다. 내년 상반기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1가구 2주택자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및 50% 중과세는 1년간 유예기간을 둘 예정이기 때문이다. 즉, 내년 상반기까지만 매각하면 불이익이 없으므로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 만약 미리 판다고 하더라도 종합부동산세와 마찬가지로 비강남권 위주의 소형 평형을 먼저 매각, 강남권보다는 비강남권의 집값 안정이 예상된다.

세제 정책으로 전체적인 집값 안정화는 꾀할 것으로 보이나 정작 잡아야 할 강남권에서는 큰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강남권에 직접적인 타깃을 두고 있는 기반시설부담금제 역시 어느 정도의 약발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강남권 집값을 이끌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는 기반시설부담금제. 시행 전까지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단지가 대상이 될 예정으로 가구당 최대 수천 만 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를 피해 7월 전 재건축 단지에서 매물 출현이 예상되지만 강남권 입성을 위한 실수요자들의 입질이 끊기지 않는다면 이 제도 역시 오랜 기간 약효를 보지는 못할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본격적인 ‘8.31 대책’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게 되는 아파트 시장이 전체적인 안정세를 띠는 가운데 선호도 높고 호재 속에 놓여진 일부 지역 및 재건축 아파트는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2기 신도시, 분양대전 예고

상가 용지 낙찰 대접전 예상

몇 번의 연기로 많은 이들의 애를 태웠던 판교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 및 김포신도시 등 2기 신도시 분양이 본격화되는 내년 분양 시장은 실수요자들의 청약 경쟁으로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이밖에도 알짜 단지로 꼽히는 성남 도촌지구, 하남 풍산지구, 용인 성복·신봉동에 서게 될 분양 장은 과히 전쟁이라 불릴 만하다.

서울 강남·강동권과 인접한데다 쾌적한 주거 환경을 무기로 올 하반기 분양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하남 풍산지구. 문화재 발굴로 분양이 지연됐던 풍산지구가 내년 첫 분양 타자로 나설 예정이다. 지난 2004년 4월 공동주택용지 분양 당시 아파트 용지로는 사상 최고가인 평당 706~758만 원에 공급된데다 원가연동제까지 적용되지 않아 분양가가 다소 비쌀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입지면에서 여느 택지지구에도 밀리지 않는 만큼 새해 벽두부터 분양 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마지막 노른자위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삼성동 영동차관1•2차 분양도 내년 1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18일 7개월 간 끌어온 조합원 갈등을 극적으로 해결, 조합원 분양을 우선 마무리 지은 뒤 12~18평형 416가구가 일반분양된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 대부분이 후분양 대상으로 한동안 강남에서 대규모 새 아파트를 만나기 어렵게 된 가운데 분양에 나서 공급 갈증을 풀어줄 오아시스로 꼽힌다.

내년 3월에는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진 실수요자들이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될 전망이다.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던 판교 신도시와 더불어 2기 신도시 중 하나인 김포신도시, 꼬마 판교로 불리는 성남 도촌지구, 판교의 최대 수혜지 용인 성복동에 무려 1만여 가구가 넘는 물량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지던 김포신도시는 지난 20일 발표된 강서구 ‘마곡 R&D 시티’와 가까워 마곡지구의 배후 단지로써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올 연말 분양 예정이었던 파주 운정신도시도 분양이 연기됨에 따라 내년 분양 전쟁에 합류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은 가운데 하반기 분양을 염두에 두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선정으로 토지뿐 아니라 아파트 분양까지 관심 받고 있는 충청권 역시 풍부한 분양 물량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천안과 아산시를 잇는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조성 등의 호재를 안고 있는 아산신도시는 내년 4월 1,102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한편, 분양 시장의 호황과 더불어 대규모 택지지구 상업용지 낙찰도 대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마감된 시흥 능곡지구 상업용지의 경우 최고 21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가운데 내정가보다 158.9%나 비싼 금액에 낙찰됐을 정도로 상업용지의 인기가 뜨겁다.

이는 ‘8.31 대책’ 이후 갈 곳을 잃은 투자자금이 부동산 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안정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단지 주거단지를 배후에 둔 상업용지와 근린상가의 열기가 달아오를 예정이다.

하지만 올 들어 두 번이나 단행됐던 금리 인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대출금 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금융권으로의 뭉칫돈 유입이 불가피하다. 또 이미 과잉공급 양상을 보이고 있는 테마상가, 복합상가 등의 대규모 쇼핑몰은 투자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즉,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택지지구 내 근린상가는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겠지만 그 외 상가의 경우 내년에도 밝은 전망을 기대하기 어렵다.

개발 호재 등에 업고 대토(代土) 시장 인기

각종 규제 시행 예정에 투기 수요 움찔

혁신도시, 기업도시, 행정복합도시 등 전국이 개발 호재로 들끓었던 2005년 토지 시장. 내년 보상과 함께 대토 시장이 활기를 띠며 다시 한번 올 해와 같은 영화를 재현할 예정이다.

이미 보상을 시작한 행정복합도시는 아직 감정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토지를 제외하고도 보상금이 무려 3조 4,000억 원에 이르는 등 역대 보상금 중 최대 규모이다. 게다가 행정복합도시 예정지 주민들이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토지보상비는 이보다 더 풀릴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보상금은 인근 집값을 올리는데도 일조하지만 주변 땅값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보상금을 받은 주민들이 대토를 하기도 하지만 대토를 예상한 투자자들이 미리 인근 땅을 매입, 가격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행정복합도시 외에도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8곳의 혁신도시와 6곳의 기업도시 토지 보상도 예고돼 있다. 또 2007년 이후에나 보상될 예정인 서울 마곡지구 인근 토지 역시 개발에 따른 수혜를 예상하고 들썩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라면 발 붙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 ‘8.31 대책’에 따른 토지 규제 정책이 대거 시행되기 때문이다.

우선 2006년 3월, 현금보상 원칙에서 부재지주의 경우 1억 원 초과분을 채권으로 지급하는 보완 정책이 마련된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 땅 전매가 2~5년간 제한되고, 외지인 소유의 농지는 2006년부터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한다. 또 2007년부터는 60% 중과세 적용과 더불어 장기보유특별공제(10~30%)가 배제돼 투기 수요를 차단하게 된다.

농민의 양도세 감면 면적 완화와 동시에 감면 세액을 제한하는 정부의 방침은 대토를 제한하겠다는 속내를 감추고 있다. 기존에는 자경농민이 경작하던 농지가 수용돼 농지대토를 할 경우 새로 사는 농지 면적이 파는 농지 면적 이상이거나 그 가액이 파는 농지 가액의 2분의 1 이상일 경우 양도세가 감면됐다. 반면 내년부터는 종전 농지 면적은 2분의 1 이상, 가액은 3분의 1 이상이기만 해도 양도세가 감면돼 표면적으로는 농지대토가 쉬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감면 세액은 5년간 1억 원으로 제한, 결국 세금을 강화시켜 대체 농지 취득을 어렵게 했다.

또 내년 3월부터 공공사업으로 토지가 수용된 사람의 경우 기존의 인근 시·도에서 벗어나 전국 어디서나 대토를 취득할 수 있게 된다. 토지 수용 후 국지적인 주변 지역 땅값 상승을 막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이 경우 수도권 또는 호재가 있는 토지로 돈이 몰려 결국 유망 지역의 땅값을 올릴 수 있다.

즉, 대토를 어렵게 하고 다양한 대토 방법을 제시하더라도 시중에 풀린 어마어마한 자금은 결국 다른 투자처로 스며들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불을 붙일 수 밖에 없다. 시장에 맞는 규제 적용 여부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꾀할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