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뜯어 새 아파트 만들어 볼까’
[부동산뱅크 2006/01/20 - 조회:12,081]
36살의 전업주부 최지연씨. 대기업에서 일하는 남편, 9살짜리 아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과 함께 서대문구 홍제동 32평형 아파트에 살고 있다. 3년 전, 꿈에 그리던 내 집을 마련할 때만 해도 궁궐 같이 넓어 보이던 집이 아이들이 커갈수록 좁게만 느껴지는 최씨.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 아이의 방에 책상이라도 놓아주기 위해 이 참에 발코니 확장을 결심했다.
발코니 확장을 마음먹은 최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웃 주민들의 동의(같은 동 주민의 3분의 2 이상)를 받는 일. 소음 발생에 따른 주민들의 피해가 적지 않은 만큼 번거롭더라도 지나쳐서는 안 되는 과정이다. 게다가 최근 동의요건이 완화돼 관리사무소에서 주민동의를 대신 받을 수 있고, 이 동의서를 전체 가구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 가구별로 따로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발코니를 확장하면 창호를 2중, 3중으로 하더라도 겨울철에 실내 온도가 3~4도 가량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업체에서는 발코니를 확장하기 전, 확장에 따른 손실을 알아두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공사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수납공간이 부족해지는 것도 주부인 최씨에게는 적지 않은 문제. 하루하루 불어나는 잡동사니들을 어디에 보관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이밖에 결로현상과 이로 인한 곰팡이 발생 등 발코니 확장으로 인한 골칫거리들이 적지 않다. 볕이 잘 들지 않는 주방 발코니를 확장할 경우에는 결로나 곰팡이 발생 우려가 높고 안방 발코니도 확장하는 대신 빨래를 널거나 화분을 놓은 장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들은 최씨는 거실과 딸 아이의 방만을 넓히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가장 민감한 부분인 비용은 얼마나 들까? 발코니 확장 합법화는 반길 일이지만 함께 신설된 소방안전기준이 의외의 복병이다. 대피공간 마련과 방화판•방화유리 설치 등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4층 이상 가구에서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대피공간은 바깥의 공기와 접하는 곳에 가구별 2㎡(인접세대와 공동으로 설치하는 경우에는 세대당 1.5㎡)의 너비로 설치하거나 작은방 문짝을 방화문으로 바꾸면 된다. 최지연씨 부부는 확장을 하지 않는 안방 내력벽 뒤 공간에 방화문과 방화벽을 설치해 대피장소로 활용키로 했다. 이 경우 드는 비용은 80만 원 가량.
바닥에서 90cm높이까지 방화판이나 방화유리를 설치하는 것도 2층 이상 가구에서는 필수고려사항이다. 단, 스프링클러가 설치되는 신축아파트는 살수범위에 발코니 확장 공간이 포함된다면 예외를 인정 받을 수 있다. ㎡당 40만~70만 원 가량인 방화유리를 설치할 경우 거실과 방을 합해 약 400만 원 가량의 비용이 더 든다. 방화판을 설치하면 100만 원 이하로 비용이 크게 줄어들지만 조망권이 침해 될 뿐 아니라 미관상 좋지 않은 단점이 있다.
이 외에도 단열과 방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새시. 최근 유행하는 시스템창호는 방음이나 공간 활용도가 뛰어나지만 일반 창호보다 15~20%는 더 비쌀뿐더러 시공과정도 만만치 않다. 결국 비용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부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PVC 이중창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밖에 바닥과 천장의 단을 맞춰주고 벽 마감, 도배와 바닥 마감재까지 결정하자 거실과 방1개의 발코니를 트는데 들어가는 총 공사 비용은 1,600만 원으로 가량으로 늘어났다. 전체 늘어나는 면적이 4.5평(거실 3평, 작은방이 1.5평) 가량이므로 평당 355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기간도 적지 않게 걸린다. 바닥 마감재로 목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사기간을 2주 이상 잡아야 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탓에 실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아예 집을 비운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사항.
“발코니 확장 비용은 차후 필요경비로 처리해 양도세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업체 관계자의 설명에 적지 않은 비용과 예기치 않은 문제들로 걱정하던 최씨 부부의 얼굴이 금세 밝아진다. 새 아파트가 아닌 경우에는 늘어나는 공간에 대한 취등록세도 부과하지 않으니 이거야 말로 ‘꿩 먹고 알 먹고’가 아니겠는가. 양도세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공사계약서, 세금계산서, 영수증 등을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딸아이의 공부방을 어떻게 하면 멋지게 꾸며줄 수 있을까’ 계약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부부의 발걸음에는 내집장만 못지 않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부동산뱅 크 박영의 기자 momopc1@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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