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분석] 용산구 삼각지역 화랑상권
[부동산뱅크 2006/05/05 - 조회:9,443]
‘삼각지 로터리에 궂은 비는 오는데. 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 6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용산구 한강로1가 일명 삼각지. 이곳은 또한 상업•대중미술의 대표주자로 그 시대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발소 그림이 생산되고 전국 각지로 유통되는 미술 거리로도 유명한 곳이다. 문화와 상업이 공존하는 곳, 삼각지역 화랑상권을 둘러봤다.
대중미술 첨병 ‘이발소그림’
개발 소외지, 유동인구 적어
흔히 미술의 거리라고 하면 인사동이나 청담동 등 고급 화랑이 몰려있는 곳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대중•상업적인 그림이 생산되고 전국 곳곳으로 팔려나가 카페나 집안 한 켠을 장식하고 있는 용산구 한강로1가 삼각지 이발소 그림도 한국 현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해방 후 선진문화 수입과 전파의 장소로 여겨진 이발소에 걸려 있던 그림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발소 그림. 이 이발소 그림의 태동은 광복 이후 용산에 자리잡은 미군기지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전쟁 후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 먹을 것을 찾아 미군기지 주변으로 모여든 사람들 중에는 미군 초상화를 그리며 삼각지에 자리를 잡은 ‘그림쟁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모여든 화가들은 1970~1980년대에는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한국 현대미술 수출 역군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종성 삼각지역 화가협회 실장은 “1970~1980년대에는 미국이나 일본, 캐나다, 독일 등으로 그림을 활발히 수출하면서 화가들이 2,000여 명까지 모여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1988년을 기점으로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대량생산되는 중국산 그림이 수출을 가로막은 탓에 삼각지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이후 많은 화가들이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됐고 이때부터 화실 일색이던 이곳에 상업미술 판매를 주업으로 하는 화랑과 액자가게, 화방용품점 등이 들어서며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 일대는 한강, 이태원, 서울역 등 세갈래 길로 인해 붙여진 ‘삼각지’라는 지명처럼 강남, 서울역, 동대문, 구파발, 신림동 등 서울 동서남북을 거쳐 이곳을 지나는 버스 노선만 10여 개에 이른다. 또 지하철 4호선과 지난 2000년 개통한 6호선 삼각지역에서 바로 화랑가로 연결돼 인구 유입의 필수요소인 교통여건은 여타 상권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태원, 삼각지, 용산로 일대 92만여 평에 걸쳐 있는 용산미군기지와 국방부, 서울지방보훈청 등 밀집한 군사시설 탓에 그동안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일대는 서울 곳곳을 쓸고 간 개발바람에서 빗겨나 있었다. 때문에 이곳은 한낮에도 골목길은 물론 대로변을 오가는 사람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삼각지역 인근 D화랑 관계자는 “이곳은 주로 전국 각지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소매상들이 발걸음을 한다”며 “그래도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삼각지역 화랑거리가 알려지면서 하루 10여 명 정도가 그림을 사러 직접 방문한다”고 말했다.
터줏대감 대부분, 거래 드물어
대구탕 먹자골목 ‘북적북적'
삼각지역 화랑상권은 지하철 4호선, 6호선 삼각지역에서 KT용산지점까지 대로변을 따라 300m 가량 이어지는 A구역과 대로변 안쪽 골목 B구역으로 나뉜다. 국방부, 미군기지 등의 군사시설과 접해 있는 탓에 높아야 지상 3~4층에 불과한 이들 대로변(A구역) 건물 1층에는 대부분 화랑과 액자가게, 화방용품점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로변 안쪽 골목 B구역에 위치한 같은 업종 점포 10~20여 개를 합하면 전체 50여 개의 미술 관련 가게가 들어서 있는 셈이다.
이곳은 90년대 초반부터 터를 잡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손바뀜이 잦지 않다. 때문에 정확한 시세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말. 대로변에 위치한 A구역 점포 10평짜리가 권리금 2,000만~3,000만 원에, 보증금 1,000만 원, 월 임대료 110만 원 선에 임대료가 형성돼 있다. B구역은 15평짜리가 권리금 2,000~3,000만 원, 보증금 1,000만 원 월 임대료 90~100만 원 선이다.
한편, 삼각지역 1번 출구 쪽에 위치한 우리은행과 서울지방보훈청 사이 골목길(C구역)에는 대구탕과 곱창, 보신탕 등을 주업종으로 하는 한식당이 위치해 있다. 1970년대 후반 개업한 대구탕집을 시작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이들 맛집은 점심시간이면 군인과 공무원이 몰려 좁은 골목이 북적일 만큼 성업 중이다. 이 곳 30평형 점포의 경우 권리금 5,000만 원에 보증금 5,000만 원, 월 임대료 150만 원 선에 책정돼 있다.
부동산뱅크 박영의 기자 momopc1@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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