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부동산]-11월의 '원죄'
[부동산뱅크 2006/11/21 - 조회:5,647]
첫 얼음이 얼고, 하늘과 땅이 서로 막혀 겨울이 된다는 ‘소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침 저녁으로 귓가를 할퀴는 겨울바람이 아직은 설익은 홍시마냥 그 매서움을 감추고 있는 계절.
도무지 끝을 보일 것 같지 않던 집값 오름세가 주춤한 기세다. 서울 비강남권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가던 집값 상승랠리가 돈줄을 죄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서야 잠잠해졌다.
예년과 달리 뒤늦게 한바탕 장이 펼쳐지면서 덩달아 정부 대책도 늦둥이가 돼버렸다. 연소득에 따라 주택 담보대출비율을 제한한다는 DTI(총부채상환비율)적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11.15대책’은 알 듯 모를 듯한 내용만큼이나 부르기도 힘든 이름이 됐다. 5.23대책, 9.4대책, 10.29대책, 8.31대책 등 지난 부동산대책이 마치 길일을 택한 듯 입에 붙는 것과 달리 ‘작명’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없어보이는 11.15대책은 정부가 얼마나 다급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르기도 힘들고, 외우기도 어려운 그 어색함 때문이었을까? 11월에 부동산대책이 나온건 지난 20년간 단 1건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금부터 꼭 11년 전인 지난 1995년 11월 중소형 아파트 의무건설비율을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부동산규제 방안이 아닌 미분양 급증 등에 따른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부양책이었다. 분양가 자율화도 이 때 전용면적 25.7평을 넘는 일부 중대형 아파트에 제한적으로 도입된다. 아파트가 본격적인 상품화의 길로 내달리는 출발선이었다.
정부가 분양가 자율화를 허용하고 나선지 11년이 지난 지금 단지 브랜드와 층, 향을 내세운 상품화와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은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몽땅 뒤집어 쓸 위기에 놓였다.
올해는 또 1기 신도시 입주가 마무리된지 11년이 되는 해다. 지난 1989년 11월 당시 목좋은 전원주택지로 인기를 끌던 경기도 성남의 시범단지 분양을 시작으로 첫테잎을 끊은 신도시 아파트 공급은 평촌, 일산, 산본, 중동 등으로 이어지며 1995년 입주가 마무리됐다. 1기 신도시가 보금자리를 튼지 11년이 지난 오늘 정부는 판교, 동탄, 양주, 김포, 파주, 광교 등 6대 신도시를 추가 조성하는 2기 신도시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렇게 되면 신도시는 2010년께 모두 11개로 불어난다. 정부는 이들 2기 신도시의 개발밀도를 높일 계획으로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구수가 모두 11만 가구에 이른다는 예상치를 내놓은 바있다.
몇번의 아파트값 파동과 몇개의 신도시 조성 그리고 꼬리표 처럼 따라다니는 고분양가 책정이라는 ‘원죄’가 이끄는 수레바퀴속에 ‘11’이라는 숫자가 묻혀 있다.
그러나 수요를 감안한 탄력적인 공급 및 세제 완화가 아쉬운 오늘, 굳이 특정 숫자를 들춰 공급확대 로드맵으로 대표되는 ‘신도시의 추억’을 되살리기만은 너무나 위태로워 보이는 11월이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기자 kjh@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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