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부동산]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의 추억'10
[부동산뱅크 2007/02/13 - 조회:3,784]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끝도 없이 오를 것 같던 부동산 시장도 결국 추락을 걱정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뒤늦게 돈 좀 벌어보겠다고, 또는 더 늦기 전에 내 집 한 칸 마련해보겠다고 힘들게 모은 쌈짓돈에 대출까지 받아 아파트를 산 서민들에게 절망과 빚만을 남겨둔 채 말이다.
물론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잠시 소강 상태에 빠졌을 뿐, 결국 다시 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급매물로 인해 가격이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매물이 많지 않아 언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출 규제를 통한 직접적인 돈줄 죄기와 양질의 주택을 값싸게 공급할 테니 더 이상 집을 사지 말라는 정부의 외침에, 이번에는 집값이 잡히지 않겠냐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비로소 빛을 발하는 셈이다.
사실 시장에 약발이 들기까지 참여정부가 발표한 굵직굵직한 대책은 무려 10건에 이른다. 1년에 부동산 관련 정책 1건을 낼까 말까 했던 지난 정권들과 비교할 때 과히 대책의 홍수 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참여정부의 부동산 부문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공급 없이 규제일변도 정책만을 고집하며 스스로 단군 이래 최대의 폭등장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실례로 참여정부 정책일지에 첫 포문을 연 5.23대책은 재건축 후분양제를 도입함으로써 강남권의 공급을 막고, 300가구 이상 주상복합의 분양권도 사고 팔지 못하도록 했다. 재건축 아파트와 주상복합의 이상 열기를 사전에 차단코자 하는 의도였지만, 반사이익을 얻은 일부 단지들이 풍선효과를 일으키며 결국 더 큰 가격 상승을 일으키고 말았다.
가장 효과가 센 것으로 알려진 10.29대책 또한 억제정책의 궤를 벗어나지 않았다. 강북뉴타운 개발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지만, 그보다 세금을 높이고, 20가구 이상 주상복합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 재건축 개발이익환수방안을 내는 등 시장을 억누르는 내용이 더 많았다. 이에 1년 가까이 집값은 안정됐지만, 너무 누른 나머지 이후 2년 넘게 미쳐 날뛰는 집값을 봐야만 했다.
이러한 억제 정책들은 부동산에 들어오는 모든 수요는 투기세력이라는 지독한 편견 아래 세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 때문에 애달픈 서민들의 바람이 정권 중반기가 지나서야 닿은 것일까? 여섯 번째 발표한 8.31대책에서는 드디어 공급 확대에 초점을 두기 시작한다. 송파신도시 건설과 수도권 1,500만 평 택지 확보 등 확실한 공급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후 발음하기도 힘든 11.15대책에서는 수도권 공급물량 확대가 본격적으로 떠오른다. 정확히 57일 뒤에는 분양가상한제 확대 실시와 청약가점제를 골자로 한 1.11대책도 발표된다. 단순히 공급만 늘리는 게 아니라 그 주택을 싼 값에 무주택 수요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주택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같은 달 31일, 참여정부 부동산정책 열 번째라는 타이틀을 달고 세상에 태어났다. 집권 막판에 발표되고 있는 11.15대책, 1.11대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임대주택 공급확대와 임대주택펀드를 목표로 한 채 말이다. 이는 가진 자의 공급과 수요를 모두 막아버린 첫 대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0’이란 숫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완성과 만족을 의미한다고 전해진다. 열 번째로 발표된 1.31대책도 ‘10’의 의미와 같이 만족도 높은 마지막 대책으로 완성됐음 하는 게 서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부동산뱅크 박선옥 기자 pso9820@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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