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선택
[부동산뱅크 2008/05/26 - 조회:6,185]
분당 아파트를 소유한 K모씨는 최근 강북권 아파트의 전망이 좋다는 말을 듣고 길음뉴타운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뉴타운 내 아파트의 경우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데다 대단지 프리미엄도 누릴 수 있어 투자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을 찾은 K씨는 곧 아파트 매입을 포기해야 했다. 부동산에서 K씨가 집이 있다는 말을 듣고 아파트를 살 수 없다며, 다른 지역을 알아보라고 권했기 때문이다.
최근 K씨와 같이 도시재정비촉진지구(이하 도촉지구) 내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줄 모르고 집을 사려다 실패한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촉지구 내에서는 다세대·다가구 주택만 토지거래허가를 받는 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민국 부동산표준 부동산뱅크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도촉지구 내에서 아파트 매도·매수 시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알아봤다.
길음뉴타운처럼 도촉지구로 지정된 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20㎡ 이상 대지지분을 매입할 경우 관할 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도촉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뉴타운이나 도시지역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180㎡ 초과 대지지분을 매입할 때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해야 한다.
현재 서울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도촉지구 내 아파트로는 ▲거여·마천뉴타운 현대2·3차, 삼익, 삼호 ▲동작구 흑석뉴타운 명수대한양아파트 ▲성북구 길음뉴타운 내 모든 아파트 ▲수색·증산뉴타운 두산위브 ▲한남뉴타운 현대홈타운, 하이페리온 등 총 37단지 1만 3,617가구다.
이들 지역에서 토지거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주택 유·무(주택수) ▲거주지역 ▲구체적인 토지이용계획 ▲매입 후 3년 실거주 등의 요건들을 만족해야 한다. 매수자는 이 조건들이 하나라도 맞지 않을 경우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먼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을 가진 무주택자만이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다. 관할 구청에서는 주택을 소유한 세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투기목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 1주택을 소유한 40대 이모(독신)씨가 전세를 살고 있는 노모를 부양하기 위해 길음뉴타운 내 아파트를 매입하려고 했지만 구청에서는 허가를 해주지 않았다. 구에서는 현재 이씨 명의의 소형 주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를 매입해 부모를 봉양한다는 점은 투기수요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변 다른 지역의 아파트도 살 수 있는데도 굳이 뉴타운 내 단지를 매입하는 것은 투기에 가깝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1주택자라고 모두 허가를 못 받는 것은 아니다. 성북구청 지적과 관계자는 “1주택자라도 기존 주택을 매도한다면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며 “허가를 신청할 때 기존주택 매도계획 예정일과 부동산거래필증을 제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만약 매도계획에 기입하는 매도예정일까지 기존 주택을 매도하지 않을 경우에는 취득주택 매매가에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된다.
또 근무지이전, 질병, 결혼 등 불가피하게 해당지역으로 이전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는 당해거주사유서와 재직증명서, 청첩장 등 증빙서류를 첨부해 제출하면 토지거래를 허가 받을 수 있다.
다만 1주택자는 거주지역에 따라서 허가율이 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살고 있는 1주택자가 기존 소유 주택을 매도하더라도 서울에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 매입을 허가 받기란 쉽지 않다. 허가권자(구청)는 1주택자가 인접지역에 위치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은 투기목적이 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허가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해당 관청에 따라 적용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매수자들은 아파트 매입 목적이 실거주에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용산구청 지적과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경우 실거주와 투기목적을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매수자들의 주택수와 구입목적 등을 상세히 알아야 한다”며 “해당 지역으로 오는 이유를 자세히 기입하지 않거나 증빙서류가 미흡할 경우 허가를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토지이용계획서에 기입하는 토지이용계획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토지이용계획에는 매수할 주택의 보유 목적과 거주기간, 거주하는 세대원 등을 적는다. 이때 거주기간을 기입하는 것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아파트 매입 후 반드시 3년 간 실거주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이용계획을 작성할 때는 ‘3년 거주’, ‘세대원 전원 입주’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과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 같이 토지이용계획도 허가 받기 쉽도록 작성하는 요령이 있다. 강북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토지이용계획에는 ‘즉시’라는 단어를 넣는 것이 좋다”며 “‘즉시’란 단어가 들어갔을 때, 바로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보이기 때문에 허가를 잘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매도자는 매수자에 비해 비교적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된다. 기본적으로 3년 거주 요건만 채운다면 매도나 임대를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3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매도할 경우 이행강제금 명목으로 주택매입비에 10%를 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근무지이전, 질병, 해외이민 등 불가피한 일이 있을 경우에는 3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전에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던 소유자는 3년 간 실거주 여건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를 취득한 후에는 다른 지역의 1주택을 구입해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편, 허가신청에 필요한 서류로는 매수자의 경우 ▲토지이용계획서 ▲토지취득자금조달계획서 ▲토지거래계약서 ▲당해거주사유서(서울·경기 외의 지역 거주자인 경우) ▲신고필증(거래한 부동산에 요구) ▲매매계약서사본1통 ▲전세계약서사본1통(현재 전세로 살고 있는 경우) ▲매도계획 및 추가취득사유서(주택소유자의 경우) ▲호적등본(단독세대주인 경우) 등을 기본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매도자의 경우 인감증명서1통과 인감도장만 있으면 된다.
길음동 OK공인 장미영 대표는 “대부분의 매수자들이 위임장을 써서 중개업자나 법무사들에게 허가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매수자들이 구청에 직접 찾아가 허가여부를 상담 받는 것이 일을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부동산뱅크 장재현 기자 JJH@neo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