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파트 건축비는 고무줄인가?
[부동산뱅크 2004/08/28 - 조회:4,399]
‘서울지역 아파트 건축비는 고무줄인가?’
45 ~ 55평형, 강북(江北) 건축비가 강남(江南) 건축비보다 비싸
작년 한해 서울지역 동시분양을 통해 공급된 아파트의 건축비와 대지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일부 강북지역에 공급된 대형 아파트의 건축비가 강남지역에 공급된 아파트보다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와함께 동일지역, 동일건설사가 공급한 같은 평형대에서도 건축비가 최고 평당 20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곳도 있어 건축비가 업체들의 입맛에 따라 산정되는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고 있다.
◇ 땅 값 싼 강북 대형아파트, 건축비가 비싸
본지가 2003년에 서울지역에서 1 ~ 12차 동시분양을 통해 선보인 아파트의 건축비와 대지비를 평형대별로 분석한 결과 서울 외곽지역인 동작 ․ 중구에 공급된 45 ~ 55평형 대 아파트의 건축비가 각각 평당 927만 원과 915만 원이고, 서대문구는 평당 705만 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강남구에 공급된 동일평형대 아파트의 건축비 평당 665만 원과 서초구의 평당 건축비 평당 786만 원보다 평균 200만 원 이상 높게 책정된 금액이다.
건축비는 인건비·마감재 비용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강남 일부 대형 아파트의 경우 마감재 수준이 고급화돼, 상대적으로 건축비가 비싸다는 일반 상식과는 거리가 먼 결과다. 실례로 12차 동시분양을 통해 서대문구 홍제동에 공급된 K아파트 56평형의 경우 평당 건축비가 796만 원 선으로 파악되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강남구 역삼동 K 아파트를 재건축한 D아파트 55평형 건축비인 평당 665만 원 보다 평당 131만 원이 높은 수치다. 또 10차 동시분양에 중구 신당동에 공급된 J아파트 50평형도 평당 건축비가 915만 원으로 저밀도 재건축 사업 중 하나인 강남구 역삼동 Y아파트의 건축비인 평당 644만 원 보다 높았다.
특히 주목해 볼 만한 사항은 강북지역에 건축비가 높게 책정된 아파트일수록 대지비가 저렴하다는 점. 서대문구에 작년 동시분양을 통해 공급된 46 ~ 55평형대 아파트의 평균 대지비는 평당 349만 원 선이고, 중구는 평당 562만 원 선. 이는 강남구와 서초구의 평당 대지비 가격인 1,059만 원과 평당 807만 원보다 훨씬 낮은 금액대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외곽지역에 공급된 아파트의 경우 재개발 사업지가 대다수로 노후 구릉지에 위치해 땅값이 낮게 형성되는 게 보통” 이라며 “결과적으로 건설업체들이 땅 값이 싼 곳은 건축비를 올리고, 땅값이 비싼 곳은 건축비를 내리는 형태의 일부” 라고 말했다.
◇ 동일지역 ,평형, 건설사, 건축비 들쭉날쭉
또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일부 동일지역, 동일건설사가 비슷한 평형을 공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비와 땅 값 차이가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유명 건설사인 S사가 작년 10차 동시분양을 통해 가락동에 2개의 지번으로 나눠 공급한 아파트의 경우 32평형의 경우 평당 건축비는 593만 원이고, 또 다른 지번에 공급한 33평형의 건축비는 평당 797만 원선이었다. 반면 대지비는 각각 909만 원과 705만 원으로 건축비와는 정 반대다.
이에 대해 S사 업체관계자는 “같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지번에 따른 땅 값 차이가 커, 신고할 때 불가피하게 사업을 나누고 건축비를 조정해, 전체 분양가를 신고했다” 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업체의 편의에 따른 건축비의 자의적인 조정이란 점에서 쉽게 수긍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
평형이 작은 아파트가 큰 평형보다 건축비가 더 비싸게 책정된 곳도 있다. 9차 동시분양을 통해 강남구 논현동에 선보인 H아파트 26평형의 건축비는 평당 970만 원 선으로 같은 기간에 논현동에 선보인 S아파트 33평형 건축비 688만 원 보다 평당 300만 원 가까이 높게 책정되어 있다.
실상 H 아파트 26평형 건축비는 작년 2차 동시분양을 통해 서초구에 공급된 60평형 D아파트의 건축비 평당 967만 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두 아파트 모두 재건축 아파트이고, 각각 70세대와 68세대 규모로 단지 규모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어, 건축비가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월간부동산뱅크 관계자는 “일부 평형에 해당되지만, 이 같은 현상은 건축비와 대지비 등을 고려해 분양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시세 등을 감안해 임의로 분양가격을 정해 놓고 대지비와 건축비를 짜 맞춘 흔적이 농후하다” 라며 “분양가 산정에 있어 보다 근본적이고 투명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진섭 기자 (report@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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