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목은 늘 그랬습니다.

성급한 마음은 서너 발짝이나 앞서는 반면,

뒤따르는 계절은 별반 내키지 않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걸핏하면 한겨울 추위를 불러내서는 속을 긁기가 예사고,

어쩌다 마지못해 한 번 화창한 것도 그저 잠시뿐, 인색하다 못해 불량해 보일 정돕니

다.

한 번도 순순히, 다소곳이 앞선 마음을 배려해 준적이 없습니다.

몇 번의 속앓이를 하고 몇 번의 위세를 떤 다음에야 생색내듯 조금의 곁을 줄 뿐입니

다.

가는 길목은 늘 그랬습니다.




며칠 째 기승을 부리던 강추위가 한결 누그러졌습니다.

봄으로 가는 길목 하나는 건넌 셈입니다.




부동산시장은 어안이 벙벙합니다.

사실 부동산시장이라기보다는 재건축시장이나 뉴타운 시장이 맞는 말입니다.

부동산시장의 투자대상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부동산시장이라고 해

도 별 무리가 없을 거 같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참여정부시절, 그러니까 강남권재건축시장이 죄인(?)으로 여겨지던 시절 이후 이처

럼 재건축 뉴타운시장이 동시에 인구에 회자된 적은 그리 흔치 않은 일입니다.

늘 세간의 관심과 언론의 표적이 되어 오긴 했어도 요즘처럼 스포트라이트

가 집중된 적은 유래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돕니다.

두 곳 다 평온무사하지는 않았어도 작은 파문이 일 정도였지 요즘처럼 근간이 휘둘

릴 정도로 폭탄을 맞은 경우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일 년, 지독한 침체를 막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던 때라 더합니다.

전세 값 폭등과 거래실종으로 풍비박산이 나다시피 한 강남권재건축 시장이 뒤뚱거리

던 몸을 겨우 추스르고 막 바로 서던 참입니다. 가락시영 종 상향 결정으로 힘을 얻

어 젖 먹던 힘을 쏟아 부을 참이었습니다. 어차피 힘든 단지는 그렇다 쳐도 될성부

른 단지들은 희망을 갖고 박차를 가하던 참입니다. 공공성이 지상최대의 목표인 서울

시의 정책에도 이론을 달지 않고 적극적인 동참을 할 작정이었습니다. 한경 변 르네

상스가 가엽기는 해도 거기까지 오지랖을 넓힌 일도 아니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던 참입니다.




뉴타운 출구전략 발표로 다시일기 시작한 재건축시장까지 서릿발이 하얘졌습니다.

반사이익을 얻는 뉴타운지역도 솔솔 치 않다는 얘기고 기존의 강남권재건축까지는 영

향이 없을 거라는 해석이 분분하면서도 일단은 이유를 막론하고 폭탄을 맞은 셈입니

다.




강남권재건축시장이나 뉴타운시장이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정책에 부합하는 단지는 사업에 가속도가 붙어 입을 다물지 못하는 한편 사

업이 순조롭지 못한 단지는 사업이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 걱정이 태산입니

다.




서울시가 뉴타운을 퇴출키로 한 데 이어 초고층 재건축도 규제하겠다고 나섰습니

다. 궁극은 지난 오세훈 시장의 한강변르네상스를 막겠다는 명분에 조망 권을 침해하

고 도시경관을 해치겠다는 것을 막겠다는 명분을 더했습니다. 실제로 잠원동 등 한강

변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계획을 줄줄이 퇴짜 놨습니다.

부동산시장은 싸잡아 규제하기로 단단히 방침을 정한 모양입니다.

얼핏 참여정부 재건축 규제가 살아난 착각이 들 정돕니다.




가뜩이나 부동산시장 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용적률을 올려주지 않고 초

고층 아파트를 짓지 말라고 하면 재건축은 불가능해집니다.

합법적인 주민들의 동의로 재건축을 추진한지가 어제 오늘도 아닌데 시장이 바뀌었다

고 재건축을 막는다면 반발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어렵게 돈을 모아 투자한 투자자

들은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미 재건축으로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

한 현실을 보면 왜 우리만 못하게 하느냐는 형평성 시비도 피해갈수 없을 것입니다.

강남재건축아파트 소유자가 죄인이라는 그때로 시계를 되돌린 것도 아닐 테고 말입니

다.




굳이 종상향이 아닌, 현 2종으로도 사업성이 충분한 둔촌주공입니다.

종 상향 추진에 있어서도 서울시의 공공성을 기초로 한 가이드라인 준수에 하등의 부

담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 때문에 종 상향에 대한 기대 또한 부족함이 없습니다.


실상이 그렇다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 홀로 웃을 일만도 아닙니다.

갈팡질팡한 서울시의 정책 탓에 혹간 시장의 침체가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염려가 크

기 때문입니다.




뉴타운 재건축을 막아 향후 2~3년간 공급부족이 계속된다면 전세대란, 집값 폭등 같

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한쪽을 누르면 한쪽이 튀어 오르기 마련이라는 풍선효과를 무시했다간 큰코다치기 십

상입니다.

규제일변도의 정책이 가격상승을 초래하는 사례는 그동안 수도 없이 봐왔기 때문입니

다.




규제 때문에 되레 집값이 오를까 걱정입니다.

외려 집을 사야 하는 게 아닐까 걱정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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