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더위를 끈질기게 참아가며

삽상한 가을을 손꼽아 헤아린 지가 언제라고,

어느새 가을을 훌쩍 넘겨 겨울로 성큼 들어섰습니다.

이파리가 다 진 성긴 나뭇가지 사이로 음산한 바람이 쉴 새 없이 윙윙댑니다.

회색빛 하늘은 보름 남짓 남은 한해가 아쉬운 듯 잔뜩 찌푸렸습니다.

날씨가 부쩍 차졌습니다.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모여 앉아 오순도순 정을 나눕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올 겨울엔 가까운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이라도 전해야겠습니다.

뜨끈뜨끈한 아랫목이 정겨운 그 시절로 세월을 돌려서 말입니다.




강남3구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골자로 한 12.7 대

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오랜 침체는 종지부를 찍을 거다 했습니다. 재건축초과이익환

수 제 보류까지 대책의 완결판이라 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난을 뒤집기라도 하듯 굵직굵직한 것들을 모아

제법 종합세트의 모양새를 갖췄습니다. 세제와 재건축에 가해진 규제까지 참여정부

때에 가해진 대못은 모조리 뽑아 나름 빈틈이 없어 보입니다.

때맞춰 서울시가 발표한 가락시영 종 상향 결정으로 그야말로 “고생 끝 행복시작”

이다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발표를 앞두고부터 급매물이 팔리기 시작하더니 발표된 직후 일제

히 호가가 올랐습니다.

2000만~3000만 호가가 오른 매물이 팔리고 나서 5000만~6000만원까지 호가가 오른 매

물까지 등장했습니다.




오랜 기간 잘 참았다 싶었습니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활활 타오를 것 같던 불길은 이내 잠잠해졌습니다.

호가만 덜렁 높아졌지 허겁지겁 따라갈 줄 알았던 매수세는 급한 기색이 없습니다.

지난 급매물 가격을 찾는 매수세가 간혹 수선을 떨기는 해도 수천만 원씩 높아진 호

가에 조바심을 내는 매수세는 눈을 씻고 찾을 레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기대감에 부풀어 잔뜩 호가를 올린 매물만 머쓱해졌습니다.




그나마도 강남권재건축시장은 나은 편입니다.

강남권재건축시장을 제외한 주택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싶게 여전히 썰렁하다

는 소식입니다. 정부의 강력한 시장 살리기라는 자평이 무색하게 시장에 약발이 전

혀 먹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말들이 많습니다. 또 한발 늦었다

는 평가가 있고 정작 알맹이가 빠진 속빈 강정이라는 소리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경

제사정이 안 좋아 백방이 무효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있습니다. 강남권재건축시장의

반짝 장세도 결국 가락시영 종 상향에 따른 효과이지 정부의 대책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줄을 잇습니다.




국토해양부장관의 행보가 이례적입니다.

대책발표가 아직 온기가 가시지도 않은 때에 보완해법을 들고 나왔습니다.

강남3구 투기지역 규제도 적당한 기회를 봐서 해제하는 게 맞다 고 본다는 것입니다.

“일부 부자 감세 논란이 있지만 공급이 늘고 거래 숨통이 트여야 결국 서민 부담도

줄어든다.”며 “12.7 부동산대책 효과를 지켜본 뒤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투기지역

도 결국 해제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투기지역에서 풀리면 대출한도가 10%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생긴다며 거래활성화에

미칠 심리적 효과는 크기 때문에 조속히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해제된 뒤에 시장이 과열된다면 그때 가서 다시죄면 될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이번 대책이 미흡할 것으로 예측했다는 것인지 아님 발 빠르게 시장의 반응을 읽었

다는 것인지 그 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은 이상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번 대책에 정작 알맹이가 빠졌다는 것은 자인한 셈입니다. 또한 강남3구 투기지역해

제가 가장 유력한 해법임은 이미 알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번 대책의 효과에 반

신반의 하고 있다는 속내를 여실히 드러낸 셈입니다.




왜 늘 그 모양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잘 알면서 왜 진즉 그 카드를 쓰지 않은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하는 짓이 그렇다보니 한 번도 손뼉을 딱딱 맞춰본 적이 없습니다.

서민을 위해서라면 말로는 하늘의 별도 따다 줄 것 같던 저들입니다.

하지만 막상 일이 터지면 이 눈치 저 눈치 보기가 바쁠 뿐입니다.

정치논리에 표계산에 잔머리는 있는 대로 굴리다가 막판에 몰려 뒷북치는 게 습관처

럼 돼버렸습니다.




진단은 그럴듯한데 처방은 늘 형편없습니다.

게다가 박자는 꼭 한 박자씩 늦습니다.

죽은 다음에 명약이 무슨 소용 있을까 싶은데,

하나같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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